테슬라가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 중인 새로운 연비기준 정책에 대해 더욱 강화시킬 것을 촉구했다. 주요 자동차 제조사 의견과 크게 상충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테슬라가 기술 격차를 통해 경쟁력을 더욱 높이려는 목적이라는 추측을 내놨다.

주행중인 테슬라 모델 3(좌)와 모델 Y
주행중인 테슬라 모델 3(좌)와 모델 Y

2023년 7월,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기업 평균 연비(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 CAFE)를 승용차는 2%, 트럭 및 SUV는 4%씩 매년 올릴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테슬라는 이보다 각각 4%씩 높은 6%와 8%씩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에너지 절약이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최선의 행동'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상 경쟁업체를 압박하기 위함이라는게 중론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과거에는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을 독점했지만, 이제는 완성차 업체에서 전기차를 쏟아내면서 경쟁이 심화됐다"면서 "올해 3분기 테슬라의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은 50% 밑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테슬라의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이 50% 미만으로 내려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전기차 경쟁이 치열해지자 작년 말부터 공격적인 가격 인하에 나선 바 있다. 모델 3는 33%, 모델 Y도 39%나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서는 테슬라의 전기차 기술이 여전히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했다. 자체적인 설계 최척화가 이뤄진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모든 시스템을 제어하는 중앙 컨트롤 시스템, 새로운 모터와 배터리 기술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타사와 달리 내연기관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점도 강점이다.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모델 Y

NHTSA의 강화된 연비 규제에 따르면 2032년에는 제조사 평균 연비가 리터당 24.6km로 높아진다. 2022년 기준 11.2km/L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10년 이내에 2배 이상 끌어올려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는 NHTSA 발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포드, GM, 스텔란티스를 대표하는 미국 자동차 정책 위원회(American Automotive Policy Council, AAPC)는 “트럭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 트럭도 연간 4%에서 2%로 낮춰 달라고 NHTSA에 요구한 바 있다. 현재 포드, GM, 스텔란티스의 북미 생산 차량 중 83%는 트럭이다.

자동차 기술 연합인 AAI(Alliance for Automotive Innovation)도 의견을 보탰다. 연비 규제를 통과하지 못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는데, 계획대로라면 2027년부터 2032년까지 6년간 과징금만 140억달러(약 19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AAI는 현대차와 기아 등 대중 브랜드를 포함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등 프리미엄 브랜드, 페라리 등 슈퍼카 브랜드, 삼성과 LG 등의 기술업체들이 모인 거대 연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HTSA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다. NHTSA 측은 "새로운 연비 규제는 미국인들이 주유소에서 지출하는 돈을 절약해줄 뿐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독립성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이 규제를 통해 향후 180억달러(약 24조원) 이상 사회적 이익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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