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현대차그룹의 현지 점유율도 빠르게 내려가고 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대차 러시아 공장

러시아 내 유럽 투자자들을 대표하는 단체인 '유럽비즈니스협회(AEB, Association of European Business)'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달 러시아 시장에서 915대를 판매했다. 구체적으로 기아는 전년(4004대)대비 77.3% 하락한 909대, 현대차는 2892대에서 99.8% 폭락한 6대에 그쳤다. 올해 1~8월 누적 판매 부진도 심각한 수준이다. 기아는 8466대로 작년(5만3478대)보다 84.2% 줄었고, 현대차는 4만6063대에서 1605대로 96.5% 폭락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작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현지에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경제제재를 이어가고 있고, 반도체 수출마저 차단하며 현지 생산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러시아는 아픈 손가락이다. 전쟁이 일어나기 전인 2021년만 하더라도 현대차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에서 솔라리스(엑센트), 크레타 등 현지 전략 모델과 기아 리오(위탁 생산) 등 연간 20만대 이상을 생산해 왔기 때문이다. 기아 역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연속 20만대 이상을 판매했고, 모닝(현지명 피칸토)을 비롯해 셀토스, K5, 쏘렌토, 카니발 등이 '2021 러시아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꾸준한 인기를 얻었던 만큼 이번 사태가 뼈아프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대차 러시아 공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현대차그룹은 현지 공장 매각을 비롯해 다양한 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 러시아 정부가 철수하는 외국 기업 자산을 헐값에 국유화하는 사례가 많아 제값을 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실제로 르노그룹은 르노 러시아 지분 100%와 현지 자동차 기업 아브토바즈의 지분 68%를 단돈 2루블(한화 약 27.6원)만 받고 러시아 정부에 넘긴 바 있다. 닛산 역시 러시아 법인 및 생산시설 전부를 1유로(한화 약 1427원)에 매각했다. 

현대차와 기아의 현지 점유율이 곤두박질치는 사이 그 자리는 중국차가 빠르게 메우고 있다. 지난달 중국 장성기차 산하 브랜드인 하발은 1만1178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274% 급증했고, 디이자동차(FAW)는 1450대로 517%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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