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포뮬러1(F1) 월드챔피언십이 전반기 스케줄을 끝마치고 한 달간 여름 휴가를 지낸다. 총 13라운드로 꾸려졌지만 6라운드 에밀리아 로마냐 그랑프리가 폭우로 취소되면서 실제로는 12번의 경기가 치러졌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레드불의 강세가 돋보이는 가운데 2위 자리를 놓고 메르세데스와 애스턴마틴, 페라리, 맥라렌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주차 업데이트를 통해 희비가 갈리고 있는 각 팀의 상황을 분석해봤다.

# '절대강자'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Formula 1
오라클 레드불 레이싱=Formula 1

전반기는 말 그대로 레드불의 독주였다. 모든 경기를 레드불 드라이버들이 우승하며 컨스트럭터 점수 503점으로 2위 메르세데스(247점)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제르바이잔의 세르히오 페레스 우승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베르스타펜의 무대였다. 예선부터 본선까지 실수 하나 없는 깔끔한 페이스로 레드불 경주차의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내고 있다. 이변이 없다면 2021년, 2022년에 이어 올해도 챔피언 타이틀을 따낼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팀 메이트 페레스는 올해 들어 실수가 잦다. 베르스타펜과 동일한 위닝카를 타면서도 예선 1차전에서 종종 탈락하는가 하면, 5연속 3차전 진입 실패를 맛봤다. 7라운드 모나코부터는 포디움에도 오르기 버거운 모습이다. 내년도 시트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후반기 더 나은 기량을 보여줘야 한다.

#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번'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Formula 1
메르세데스-AMG 페트로나스 F1 팀=Formula 1

2014년 하이브리드 시대에 접어든 이후 메르세데스는 8년 연속 컨스트럭터 챔피언을 따낸 바 있다. 2020년 루이스 해밀턴의 위닝카 'W11'은 역사상 가장 빠른 F1 경주차로도 기록됐다. 하지만 2022년 대규모 규정 변경 이후 레드불과 페라리 등에 밀리며 고전하는 모습이다.

메르세데스는 올 시즌에도 상위권에 머무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작년과 달리 페라리를 제치고 2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신흥 강자 애스턴마틴과 맥라렌의 위협도 무시 못할 수준이다. 다행인 점은 초기 업데이트 이후 차량이 안정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특히 헝가리에서는 해밀턴이 깜짝 폴 포지션을 따내며 발전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아쉬운 건 조지 러셀의 성적이다. 작년 꾸준한 성적을 기록하며 팀 메이트 해밀턴을 넘어서기도 했만, 올해는 예선 1차전 탈락을 보이는 등 해밀턴에 크게 뒤쳐지고 있다.

# '반짝 흥행?' 애스턴마틴 아람코 코그니전트 F1 팀

애스턴마틴 아람코 코그니전트 F1 팀=Formula 1
애스턴마틴 아람코 코그니전트 F1 팀=Formula 1

시즌 초 애스턴마틴은 놀라운 퍼포먼스를 보였다. 포인트 1점도 간신히 따내던 작년과 달리, 올해는 레드불을 위협하는 경주차로 다시 태어났기 때문이다. 급격히 좋아진 성능에 "떠나간 세바스찬 베텔의 영혼이 담긴 경주차"라는 우스개소리도 돌았다. 특히 2회 챔피언이자 최고령 F1 드라이버 기록을 갱신하고 있는 페르난도 알론소의 기량은 팬이 아니더라도 박수갈채를 보내기에 충분했다.

이렇듯 컨스트럭터 2위를 노리던 애스턴마틴이지만, 10라운드 이후로는 성적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두 선수 모두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고 있으며,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물론 맥라렌에게도 밀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프론트윙 업데이트 실패를 성능 저하의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 '아쉬운 빨간 말' 스쿠데리아 페라리

스쿠데리아 페라리=Formula 1
스쿠데리아 페라리=Formula 1

작년 메르세데스를 제치고 2위에 오른 페라리지만, 2023년 전반기 4위에 머물고 있다. 약점이었던 잦은 팀 전략 실수를 타개하기 위해 전 알파로메오 수장 프레데릭 바수르를 새 사령탑으로 부임했음에도 아직까지 인상적인 결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샤를 르클레르와 카를로스 사인스는 경기마다 기량 차이가 크다. 두 드라이버 모두 안정적인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보이고 더 나은 성적을 내야만 한다.

# '후반기 다크호스' 맥라렌 F1 팀

맥라렌 F1 팀=Formula 1
맥라렌 F1 팀=Formula 1

맥라렌의 초반은 악몽과도 같았다. 예선전 조기 탈락은 물론이고 본선에서도 하위권에 머물며 9경기 동안 누적 29점 획득에 머물렀다. 반전은 차량 업데이트로 시작됐다. 개선 후 첫 경기인 영국 그랑프리에서 랜도 노리스와 오스카 피아스트리가 각각 2·4위로 30점을 획득하며 단 한 경기 만에 순위를 크게 끌어올렸다. 이어진 헝가리 그랑프리에서도 28점을 획득하며 단숨에 중상위권을 노리게 됐다.

피아스트리는 올 해 첫 F1 풀 시즌을 달리는 루키임에도 불구하고 랩 리드, 포디움 경쟁 등 과거 해밀턴의 맥라렌 데뷔 시절과 비슷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팀 메이트 노리스 역시 더 나아진 차량 성능을 마음껏 누리며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있다.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후반기 스코어를 대폭 끌어올릴 일만 남았다.

# 'DNF는 이제 그만' BWT 알핀 F1 팀

BWT 알핀 F1 팀=Formula 1
BWT 알핀 F1 팀=Formula 1

알핀은 전반기 가장 불운한 팀으로 꼽힌다. 차량 성능 자체는 4강 팀을 제외하면 가장 우수한 축에 속했지만, 경기 중 크고 작은 사고로 인한 DNF(경기를 끝내지 못함)가 많았다. 특히 호주 영국 헝가리 등 무려 3경기에서 두 드라이버가 모두 리타이어하며 뼈아픈 실책을 남겼다.

게다가 전반기 말미부터 급격히 치고 올라간 맥라렌의 퍼포먼스를 따라잡기는 어려워보인다. 그나마 중하위권 팀들과는 격차가 어느 정도 벌어진 상태다. 드라마틱한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현재 순위인 6위로 끝날 확률이 높다.

# '점점 나아지는 퍼포먼스' 윌리엄스 레이싱

윌리엄스 레이싱=Formula 1
윌리엄스 레이싱=Formula 1

20명의 드라이버 중 단 10명 만이 포인트를 획득할 수 있다. 그렇기에 하위권 드라이버들에게는 단 1포인트도 소중하다. 현재까지 윌리엄스가 획득한 11점은 모두 알렉산더 알본이 얻어냈다. 레드불 시절 팀 메이트에 밀려 의기소침한 모습이었지만, 윌리엄스의 알본은 더 자신감 넘치는 주행을 보여주고 있다.

로건 사전트의 성적은 조금 아쉬워 보일 수 있다. 알본이 보여주는 기량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사전트는 올해 처음으로 F1 시트에 앉은 루키다. 별 다른 이벤트가 없는 것만으로도 제몫은 해주고 있는 셈이다. 올 시즌은 팀에 적응하는 단계로 지켜보자.

# '예산 걱정은 그만' 머니그램 하스 F1 팀

머니그램 하스 F1 팀=Formula 1
머니그램 하스 F1 팀=Formula 1

불과 2년 전에는 오직 루키만으로 팀을 꾸렸다. 하지만 성적은 처참했다. 일종의 도박수였지만, 그들이 불러온 사고는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던 하스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이후 전쟁 여파로 해고된 러시아 드라이버 니키타 마제핀을 대체해 케빈 마그누센을 다시금 불렀고, 성적을 내지 못하던 믹 슈마허를 방출하고 잠시 F1을 쉬고 있던 니코 훌켄베르크를 정규 시트에 앉혔다.

두 드라이버는 각자의 장단이 있다. 적응이 빠른 장점으로 유명한 훌켄베르크는 F1 복귀와 동시에 예선 3차전에 진입하는 등 차량 성능을 극한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다만 롱 런 페이스로 달리는 본선에서는 대체로 마그누센이 강한 모습이다. 하스는 현재 윌리엄스와 동점을 유지하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메인 스폰서를 등에 업은 만큼, 자본력을 바탕으로 후반기 강력한 업데이트를 기대해본다.

# '유종의 미가 필요해' 알파로메오 F1 팀 스테이크

알파로메오 F1 팀 스테이크=Formula 1
알파로메오 F1 팀 스테이크=Formula 1

알파로메오는 6위로 시즌을 마무리 했던 작년과 달리 올 전반기 9위에 머물고 있다. 예선에서 종종 깜짝 성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본선에서는 윌리엄스나 하스에게도 밀리고 있다. 발테리 보타스와 저우관유는 그들이 가진 최선의 보여주는 모양새이지만, 경주차의 한계를 뛰어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들리는 소식에 따르면 알파로메오는 2024년과 2025년 원래 이름인 자우버로 팀 이름을 다시금 바꾼 뒤 2026년 아우디로 전격 리브랜딩할 예정이다. 알파로메오는 하스와 손잡고 네이밍 스폰서로 참가할 예정이다. 2026년에는 알파로메오가 아우디로, 하스가 알파로메오로 활약한다.

# '올해는 어렵네' 스쿠데리아 알파타우리

스쿠데리아 알파타우리=Formula 1
스쿠데리아 알파타우리=Formula 1

현 시즌 10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올해 알파타우리의 경주차 성능이 뛰어난 건 아니지만, 12경기를 통틀어 단 3점 획득은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성적이다. 이마저도 유키 츠노다 홀로 얻어낸 결과다. 팀 메이트 닉 드브리스는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해고됐다.

새 드라이버로 레드불과 맥라렌에서 활약한 다니엘 리카르도를 불러들였다. 비록 2경기 동안 점수를 내지는 못했지만, 확실히 닉 드브리스보다는 안정적인 퍼포먼스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그랑프리 우승 경험이 있는 만큼, 적응기를 끝낸다면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23 F1 월드챔피언십은 약 4주간 휴가를 가진 뒤 8월25일 네덜란드 그랑프리로 돌아온다. 이어 3개월 간 총 9개 국가에서 후반기 경기를 치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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