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경북 영주시에서 전기차 급발진이 의심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대차 아이오닉5 택시가 빠른 속도로 건물을 들이받았고 운전자 A씨는 현장에서 숨졌다. 택시는 차량 화재로 전소됐다.

내연기관에 이어 전기차까지 급발진 논란이 생기자 많은 소비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모터가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는 전기차의 특성상 급발진을 할 경우 내연기관보다 더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최근 벌어진 몇몇 사고를 급발진이라 단정짓긴 어렵다. 이번 사고 역시 운전자 실수일 가능성도 있다. 운전자가 70대 고령인 점, 충돌 직전까지 보조 제동등이 들어오지 않은 점 등이 그 이유다. 전기차 시대에도 급발진을 증명하는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현대차 전용전기차 아이오닉5

문제는 화재다. 사고가 났을 때 너무 쉽게 불이 붙고, 한번 불이 나면 순식간에 전소될 정도로 심각하게 번진다. 앞서 발생한 부산 톨게이트 사고, 경기도 용인 교차로 사고부터 이번 경북 영주 사고까지 충돌 직후 수 초 이내 불이 나기 시작했다. 탑승객이 채 빠져나오기 전에 불길이 차량 전체를 덮친다. 

발화 지점은 더욱 위험하다. 내연기관차는 주로 엔진이 있는 앞쪽에서 불이 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가 깔린 승객석 바로 밑에서 불이 붙는다. 실내 공간 확보 및 무게 배분 등을 이유로 배터리를 하부에 설치하는데, 이 역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탑승객에게 위험한 부분이다.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소방당국이 전기차 화재진압에 나서고 있다=소방청

화재진압도 어렵다. 발열이 가속되는 배터리 열폭주 현상 때문에 진화작업에 애를 먹는다. 이번 사고에서 경북 소방당국은 신고를 받고 5분여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완전 진화까지 3시간 가까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열폭주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배터리 부분을 완전히 물에 잠기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이동형 수조나 질식소화덮개 등이 필요하다. 질식소화덮개의 경우 현재 모든 소방본부가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동형 수조는 부족한 실정이다. 사고가 난 경북 지역에는 이동형 수조가 한 개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질식소화덮개=충북소방본부
질식소화덮개=충북소방본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기차 소비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한 소비자는 "불과 몇 개월 만에 동일 차종에서 비슷한 사고가 생기니 무섭다"면서 "사고가 났을 때 운전자가 단 몇초만 의식을 잃어도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른 소비자는 "배터리 화재를 대비하기 위한 발화 테스트 등 안전 규제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면서 "제조사는 전기차 파는데만 급급하지 말고 안전과 결함에 대한 연구개발에 더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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