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화물연대 파업 기간 동안 한해 시멘트 운송 차량을 긴급 수송용 차량으로 지정했다. 시멘트 트레일러가 운반할 수 있는 중량은 26t이지만, 이번 조치에 따라 30t까지 적재할 수 있게 됐다. 화물을 조금이라도 더 운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과적을 허용한 셈이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윤석열 대통령(사진=대통령실)

트럭 한 대당 4t을 더 싣는게 얼마나 도움의 될지는 의문이지만, 오죽했으면 이런 결정을 내렸을까 생각도 든다. 산업 기반의 핵심 축인 물류 마비로 대한민국 곳곳이 삐걱대고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를 받지 못한 건설현장들이 멈춰선 것은 물론, 몇몇 주유소에서는 유류가 동났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새로 나온 자동차는 대형 트레일러가 아니라 사람이 한대씩 직접 운전하는 로드 탁송으로 운반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의 이번 조치가 옳은 결정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역대 어느 정부였건 화물차 과적은 심각한 문제였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안이었다. 과적은 화물차 기사들뿐 아니라 다른 운전자들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불법이다. 이걸 경제적인 이유로 허용하는게 과연 '법과 원칙'에 부합하는 옳은 일일까. 

정치권이 화물연대에게 "명분 없는 운송 거부 행위를 하고 있다"며 불법 딱지를 붙인것도 아쉽다. 화물차 운전자들에겐 '안전운임제 지속 시행' 이라는 정당한 파업 사유가 있다. 과적, 과속, 과로로 얼룩진 운송업자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교통안전을 확립하기 위해 계속 시행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6월 파업 당시 정부와 국회는 안전운임제의 지속 추진 및 적용 품목 확대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계속된 정쟁으로 국회가 제 기능을 못하며 논의는 시작도 못했다. 

멈춰선 트럭(사진=군산시)
멈춰선 트럭(사진=군산시)

더욱이 이번 파업은 예상치 못한 것도 아니다. 화물연대는 이미 11월 14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에 합의한 안전운임제를 논의해달라고 요구했다. 논의가 시작되지 않으면 파업을 하겠다고도 충분히 예고했다. 이 기간 동안 정부는 대책을 수립하고, 화물차 운전기사들을 만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관련 논의는 없었고, 파업이 시작된지 4일 만인 11월28일에서야 노동자간의 첫 대화가 시작됐다. 

중재 역할을 했어야 할 언론이 안전운임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 11월24일부터 11월30일까지 발행된 뉴스 1977건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업무개시명령(508건), 물류대란·물류방해(138건), 불법(134건) 등의 키워드가 안전운임(93건)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화물연대를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고, 대통령까지 나서서 "북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하는 것도 옳은 일은 아닌 듯하다. 물론, 파업 과정에서 비 조합원의 운행을 방해하고, 라이터나 쇠구슬을 투척하는 폭력 행위는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그러나 일부 사건들을 두고 화물차 운전기사 전체를 불법 단체라고 규정하고, 적이라 일컫는 북한에 비유하는것은 과도한 처사다.  

노동권과 쟁의권을 보장받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노조를 없앨 수 있는 일도 아니다. 이들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을 하는게 윤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하던 '공정과 상식' 아닌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긴급 현장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긴급 현장점검에 나선 국토교통부 원희룡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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