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소 산업을 육성하겠다고 강조했지만, 정작 수소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된 것으로 파악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30일 고양 킨텍스에서 개막한 수소산업 전시회 'H2 Meet' 축사를 통해 "수소 산업을 더 발전시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초격차 산업으로 성장시킬 것"이라며 "필요한 금융·세제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밝혔다. 

한 총리의 발언과는 달리, 정작 수소 관련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정부의 태도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0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수소차 보급 예산을 이전보다 절반 가까이 감액한 3600억원까지 줄였다. 정부는 전기차 대비 지원 차종이 부족한 데다, 충전 인프라가 열악해 수소차 수요가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월 진행된 추가경졍예산 편성에서도 수소차 관련 예산을 삭감한 바 있다. 당시 기재부는 수소차 보급 및 수소충전소 설치 사업 예산을 기존 8928억원에서 6678억원으로 25% 가량 삭감했고, 이 중 차량 보급 예산(6795억원)은 2250억원이나 줄였다. 올해 수소차 보급 대수도 2만7650대에서 약 1만대가량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수소차와 관련된 지원 방향 전반을 바꾸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새 예산안 설명자료를 통해 "전기차 및 '수소 상용차'를 중심으로 무공해차 보급을 확대하겠다"라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언급한 대로라면 수소차 지원 방향을 상용차에 집중시킬 것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덕수 국무총리(우)와 장재훈 현대차 사장(좌)
한덕수 국무총리(우)와 장재훈 현대차 사장(좌)

업계 한 관계자는 "수소 승용차가 현대차 넥쏘 한대 뿐인건 맞지만, 그렇다고 당장 수소 상용차 수요가 더 많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라며 "수소차 지원 방향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해보인다"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수소 상용차는 현대차 일렉시티 FCEV 한대 뿐이다. 

두 차례에 걸친 수소차 예산 삭감을 두고 일각에서는 정치적 판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가 '수소경제'를 띄워왔기 때문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수소산업을 3대 투자분야로 선정한 데 이어, 2019년 세계 최고 수준의 수소경제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연속성을 생각하면 수소차 보급 예산을 깎은게 아쉬운건 사실"이라며 "독일과 일본을 중심으로 수소차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는 단계인 만큼 차세대 수소스택은 물론 수소 충전 인프라 확충을 위한 전반적인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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