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 리무진은 뒷좌석 승객을 위해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쏟아부은 자동차다. 일반 모델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이동 중 재충전을 위한 휴식이 필요하거나,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고위 경영진을 중심으로 꾸준한 수요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럭셔리 리무진은 얼마나 발전했는지 '국산 끝판왕'인 G90 롱휠베이스와 '세계 끝판왕'인 마이바흐의 S580을 번갈아 타봤다. 두 차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 가치와 역사에는 큰 차이가 있겠지만, 그래도 각자의 매력을 느끼며 뒷좌석을 중심으로 체험해봤다.

일단 겉모습. 먼저 도착한 G90 롱휠베이스의 압도적인 위용도 잠시, 나란히 놓고 보니 어쩔 수 없이 마이바흐 S580에 눈길이 간다. 투톤 컬러 옵션이 군계일학의 특별함을 선사한다. 보닛 위에 솟아있는 삼각별 로고 뒤로 길게 나 있는 크롬 장식까지, 일반 S클래스와 확연한 차이를 뒀다.

아쉽게도 G90 롱휠베이스는 이런 특별함이 없다. B필러를 반짝반짝하게 크롬으로 꾸며놓은 것을 제외한다면 일반 모델과 별다른 차이를 알기 어렵다. 과거 G90 스페셜 에디션에 투톤 컬러가 적용된 적이 있는데, 기왕 롱휠베이스 모델을 만들었다면 더 특별한 감성 옵션도 추가하는 게 좋았을 듯하다.

제네시스 G90 스타더스트
제네시스 G90 스타더스트

물론, 두 차의 가격 차이는 8000만원에 달한다. G90 롱휠베이스는 1억8000만원(옵션 포함), 마이바흐 S580은 2억6000만원이다. 이름값을 제외하더라도 매우 큰 차이다. 이를 고려하고 살펴보기로 마음을 다잡았다.  

제네시스 G90 롱 휠베이스
제네시스 G90 롱 휠베이스

문을 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두 차 모두 호화롭기 그지없다. 최고급 소재의 실내와 드넓은 공간을 갖췄는데, 의자를 살짝 뒤로 눕히고 다리를 뻗으면 반쯤 누워서 편하게 앉을 수 있다. 시중에 판매하는 일명 '무중력 시트'보다 훨씬 안락하다.

G90 롱휠베이스는 에르고 릴렉싱 시트가 적용됐다. 시승차는 5인승으로 4인승 '퍼스트 클래스 VIP' 시트가 적용되지 않았는데, 가운데 암레스트만 내리면 뒷좌석에 독립된 공간이 뚝딱 만들어진다. 최고급 가죽 소재인 '세미 애닐린 가죽'이 적용되었으며 퀼팅 패턴으로 몸에 닿는 느낌이 부드럽고 푹신하다. 도어 트림이나 암레스트와 같이 몸이 닿는 부분은 전부 세심하게 마감한 점도 돋보인다.

맨살뿐 아니라 옷이나 양말이 닿는 다리 받침과 발 받침대까지 전부 부드럽게 마감했다. 놀라운 것은 발 받침대에도 열선과 통풍, 심지어 마사지 기능까지 탑재됐다는 점이다. 겨울에는 따뜻하게, 여름에는 시원하게 발 마사지를 받으며 편안하게 탈 수 있다.

1열 등받이에는 10.2인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뒷좌석 좌우 승객이 각각 사용할 수 있으며, 시트 모드에 따라 알아서 각도를 바꿔줘 사용하기 편하다. 이 화면은 센터 콘솔에 마련된 다이얼로 조작할 수 있는데, 골프장별 홀 안내뿐 아니라 주변 부동산 시세 확인도 가능하다. 다이얼 위쪽에는 공조 장치나 커튼, 시트, 마사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별도의 화면이 마련됐다.

마이바흐 S580
마이바흐 S580

마이바흐 S580도 5인승 사양이다. 익스클루시브 패키지가 기본 사양이어서 다이아몬드 퀼팅 나파 가죽 시트가 적용됐다. 앉은 느낌은 그야말로 황홀하다. 부드러움을 넘어서 촉촉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엉덩이 받침이 살짝 더 딱딱하다는 느낌이 들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안정감이 들기도 한다. 천장도 다이나미카 극세섬유로 마감돼 한층 고급스럽다.

특히, 헤드레스트 쿠션에도 열선을 넣은 꼼꼼한 배려가 인상적이다. 다리 마사지 기능도 만족스럽다. 문을 닫으면 뒤에서 벨트 피더가 안전벨트를 내밀어 준다. 독특하게도 두툼한데, 벨트 내부에도 에어백을 집어넣어 사고 시 승객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마이바흐 S580 역시 2열 승객을 위한 디스플레이가 마련됐다. 이 디스플레이는 센터 콘솔에 내장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탭으로 조작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조작은 물론 내비게이션과 차량 상태까지 확인할 수 있고 심지어는 분리해서 일반 태블릿 PC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다만, 작동 편의성은 다소 아쉽다. 시승 중 차량과 연결이 끊어지는 경우가 있었고, 태블릿의 성능도 그리 좋지 않아 조작감이 답답했다. 화면 크기도 7인치에 불과해 분리 후 별도로 사용하기엔 애매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차 모두 자동문 기능이 탑재됐는데, 서로 장단점이 있다. S580은 여닫는 것이 모두 자동이고, 앞좌석 센터 콘솔로 조작할 수 있어 운전기사가 문을 열어주는 게 가능하다. 반면, G90은 2열 승객만이 버튼을 눌러 문을 닫을 수 있을 뿐,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신 앞문까지 자동으로 닫을 수 있다.

마이바흐 S580
마이바흐 S580

2열에 몸을 맡긴 채 운행을 시작했다. 두 차 모두 잔진동이나 소음을 훌륭하게 걸러낸다. 푹신한 에어 서스펜션이 잔진동을 효과적으로 걸러주며, 아낌없이 사용한 방음재가 신기할 정도로 조용한 실내 공만을 만들어낸다. 일반적인 저속 주행 상황에서는 마이바흐의 V8 엔진과 G90의 3.5 터보 48볼트 마일드 하이브리드 엔진의 차이를 느낄 수 없을 듯하다. 

그러나 속도를 높일수록 마이바흐의 승차감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도로 위 이음매, 요철 등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에서 마이바흐가 압도적이다. 보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눈을 가리고 타봤다. 몸이 쏠리며 차량의 움직이 전달되는데, 그에 수반된 진동이나 흔들림은 느껴지지 않아 뭔가 어색할 정도다. 언덕을 오르는 등 RPM이 높아지는 상태에서도 마이바흐의 V8 엔진이 더 부드럽게 느껴진다.

메르세데스-벤츠 S580
메르세데스-벤츠 S580

G90 롱휠베이스의 장점도 있다. 두 차에는 뒷바퀴가 돌아가는 후륜 조향 시스템(G90은 4도, S580은 10도)이 장착됐는데, 이 기능 차이 때문에 코너링 승차감 차이가 생겼다. S580이 G90보다 6도나 더 많이 돌아가는 바람에 저속으로 유턴을 하거나 회전교차로를 지날 때 몸이 과도하게 쏠리는 불편함이 느껴진다. 기술이 더 좋은 게 오히려 승차감을 해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G90이 좀 더 편했다. 올라가는 느낌은 모두 부드러운데, 정점을 넘어 지면을 누르는 방식은 전혀 달랐다. 마이바흐는 인위적으로 출렁임을 없애는 느낌이라면 G90은 부드럽게 한 차례 출렁이며 편안하게 균형을 되찾는다. 과속방지턱이 많은 한국에서 갈고닦은 실력 탓일까. 개인적으로는 G90이 더 취향에 맞았다.

두 차를 번갈아 가며 시승해보니 외모의 특별함이나 소재의 고급스러움, 뛰어난 승차감까지 마이바흐가 더 많은 면에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국내 고객들에게 최적화된 2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나 저속 회전 및 과속방지턱을 넘는 실력만큼은 G90이 앞섰다.

101년과 7년이라는 역사의 차이, 그리고 8000만원의 가격 차이는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다. 그러나 장벽 앞에서 멈추지 않고 경쟁자를 이길 수 있는 한 두 가지 장점을 발전시켜 나간다면 소비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꾸준히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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