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한 해 수입차 업계는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되는 가운데, 오미크론 변이 등장과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안에도 단단했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2021년 수입차 시장에서는 총 28만6772대(승용차 기준)가 판매됐다. 2020년 27만6143대와 비교해 3.8%의 증가세를 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3사를 필두로 테슬라와 볼보, 폭스바겐, 미니, 지프 등이 '연 1만대 클럽'을 달성했다.
# 메르세데스-벤츠 "1등=벤츠지!"

메르세데스-벤츠(2021년 7만6284대)는 4년 연속 7만대 기록과 수입차 1위 자리를 수성했다. 다만, 지난 2020년(7만7125대)과 비교하면 1.1%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2위인 BMW와의 차이가 2만여대에서 1만여대로 좁혀졌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다.
메르세데스-벤츠 실적을 이끈 것은 단연 E클래스다. E클래스는 2만6109대로 정상에 올랐다. 다만, 반도체 수급 부족으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모양새다. 앞서 2020년(3만3642대) 수입차 최초 단일 모델 3만대 돌파를 이뤄냈던 것과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표(-22.4%)다.
이를 대신해 S클래스가 1만1239대(마이바흐 포함)로 전년대비 69.3%나 급증하며 E클래스 공백을 메웠다. S클래스는 지난 4월 출시된 7세대 완전 변경 모델 덕에 급등했다.

다만, S클래스의 판매 증가와 E클래스 판매 하락은 독일 본사가 의도한 대로다. C·E·S클래스를 생산하는 독일 진델핑겐 공장은 올해 반도체 부족으로 몇 차례 가동을 중단했다. 독일 본사에서는 S클래스와 마이바흐 등 최상위 라인업 생산에 집중했고, 자연스레 C·E클래스 생산은 미뤄졌다.
SUV 라인업에서는 GLE(6856대, +71.2%)와 GLB(5218대, +216.4%)가 힘을 보탰다. 두 차종은 넉넉한 공간과 가솔린, 디젤, 플러그인하이브리드는 물론, 고성능 AMG 모델까지 폭넓은 선택지로 패밀리카 시장을 겨냥했다. 특히, GLE는 수입 SUV 시장에서 테슬라 모델Y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됐다.
반면, C클래스(2736대, -49.0%)와 CLS(3429대, -34.6%)는 신차 투입을 앞두고 판매량이 크게 줄었다. CLS는 지난해 12월 부분 변경 모델 투입 이후 본격적인 출고를 앞두고 있고, C클래스는 올해 상반기 국내 시장에 도입될 예정이다.
# 벤츠 게 섯거라! BMW

2021년 BMW는 6만5682대를 판매하며 2위 자리를 지켰다. 코로나19 및 반도체 수급 불안으로 인한 위기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 전년대비 12.4%나 치솟으며 선두와의 격차를 좁혔다.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둔 BMW 차량은 5시리즈(1만7740대, -14.1%)다. 경쟁자인 E클래스와 비교해 선방했지만, 반도체 직격탄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BMW 대부분의 판매량이 전년대비 오름세를 보인 것에 반해 유일하게 두 자릿수 하락세를 나타냈다. 상대적으로 3시리즈(7980대, -2.1%)는 꾸준함을 유지했다는 평가다.
BMW 실적은 SUV가 강력하게 이끌었다. X5(5601대, +57.3%)를 필두로 X3(5094대, +42.3%), X7(4211대, +57.8%), X6(4029대, +56.5%), X4(3886대, +5.1%), X1(1888대, +19.4%)까지 전 라인업이 전년대비 두각을 드러냈다.
# 'A6만 믿고 간다' 아우디

지난해 아우디는 2만5626대로 2020년(2만5549대) 수준을 유지했다(+0.3%). 디젤게이트 여파로 고전한 이후 2년 연속 완연한 회복세다.
올 상반기 인증 문제로 출고가 지연됐던 A6(1만7740대, +6.1%)가 뒷심을 발휘하며 전체 수입차 3위를 기록했다. 다만, 현재 아우디는 A6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아우디 전체 판매량 중 A6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육박한다. 실제로 A6 다음으로 많이 판매된 차량은 A4로, 2183대(+10.5%)에 불과하다.
# 테슬라 '믿는 구석이 있지~'

수입차 4위 자리는 테슬라가 차지했다. 테슬라는 1만7828대를 기록하며 처음 1만대 클럽에 입성한 2020년(1만1826대) 대비 50.8%나 급성장했다.
테슬라는 라인업이 다양하지 않음에도, 탑10에 2종이나 이름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모델3(8898대 -19.1%)는 소폭 줄었지만, 새로 투입된 모델Y가 8891대나 판매되며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다.
테슬라의 내년 전망은 더욱 밝다. 상대적으로 반도체 대란에서 여유롭기 때문이다. 이미 계약된 물량도 넉넉한 만큼 테슬라는 생산 및 국내 운송 여력만 갖춰진다면 지금의 2배에 달하는 실적도 가능할 전망이다.
# '1만5000대 목표 달성!' 볼보

볼보는 전년대비 17.6% 성장한 1만5056대로 5위를 차지했다. 3년 연속 '1만대 클럽' 입성에 성공했다.
볼보의 경우 탑 20 안에 드는 특출난 모델은 없지만, 대부분의 차종이 고루 좋은 실적을 거뒀다. 덕분에 올 초에 발표한 판매 목표 1만5000대를 아슬아슬하게 채웠다.
XC60(3383대, +33.2%)을 필두로 S90(3214대, +81.0%), XC40(2755대, +7.8%), XC90(1527대, +12.0%) 등이 예년보다 좋은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브랜드 실적을 이끄는 '60 클러스터' XC60과 달리 세단 S60(1909대, -9.9%)과 V60 크로스컨트리(1810대, -6.2%)는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