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살걸…" 자동차 주식, 1년만에 얼마 올랐나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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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3 14:46
"진작 살걸…" 자동차 주식, 1년만에 얼마 올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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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간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주식 투자를 주제로 한 유튜브와 예능이 흥행했고, 빚을 내서 까지 주식에 투자한다는 '빚투', 공모가 대비 2배 이상의 상승세를 기록했다는 '따상', 개인 투자자들의 결집력을 보여준 '동학개미 운동' 등 각종 신조어가 유행했다. 증권가는 2019년 600만명 수준이던 주식 투자 인구가 지난해 1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의 뭉칫돈은 자동차 시장에도 몰렸다. 전기차와 자율주행으로 요약되는 패러다임 전환기를 맞고 있어서다. 실제로 국내 개인투자자들은 2021년에만 28억 달러(한화 약 3조원) 이상의 테슬라 주식을 사들였고,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장주'로 꼽히는 현대차에도 2조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1년 전 자동차 주식을 샀다면 얼마 만큼의 수익을 봤을까. 주요 자동차 브랜드들의 주가 인상폭을 살펴봤다. (2020년, 2021년 12월 30일 종가 기준)

# 테슬라 54%↑, "대망의 천슬라 돌파"

2020년 12월 694.78 달러(뉴욕증권거래소)로 마감한 테슬라 주식은 1070 달러까지 상승했다. 단순 수익률만 놓고 보면 54% 가량의 이익을 본 셈이다. 반도체 공급난에도 생산량이 되려 늘었고, 분기 순이익도 좋은 흐름을 가져가고 있는 탓이 주효했다. 

테슬라의 최근 실적은 2분기 연속 10억 달러를 상회했다. 2021년 2분기 11억4000만 달러를 달성하며 처음으로 10억 달러 이상의 마진을 남겼고, 3분기에는 16억18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대 기록을 재차 경신했다. 지난해 인도된 차량도 총 93만6172대로, 전년대비 87%나 급등했다. 미국의 거대 렌터카기업 허츠가 모델3 10만대를 주문하는 등 대규모 B2B 계약도 잇따랐다. 이를 바탕으로 테슬라는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시총 1조 달러 클럽에 진입했다. 

이런 가운데, 일론 머스크 CEO는 최근 자신이 보유한 테슬라 지분의 10% 이상을 매도했다고 밝혔다.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려 차익을 실현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월가는 그의 보유 지분 감소로 인한 오너 리스크 불식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 토요타 38.6%↑, "반도체 위기관리 빛났다"

지난해 7597 엔(도쿄증권거래소)이던 토요타 주가는 1만 엔을 넘어선 9월, 주당 2000 엔으로 액면분할됐다. 분할 후 주가는 5.3% 상승한 2106 엔이며, 기존 주식 가격 기준으로는 38.6% 증가한 1만530 엔을 기록했다. 

토요타의 주가 상승은 반도체 공급난에 안정적으로 대처한 게 주효했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반도체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률 30~40%대를 유지했지만, 토요타만은 90%대의 가동률을 발휘했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2~3년치의 부품 재고를 쌓아두는 '학습 효과' 덕을 봤다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상반기 글로벌 판매는 전년대비 33%나 증가한 500만대를 기록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의 전동화 비전을 제시하고, 본격적인 전기차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2030년까지 전기차 30종을 투입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35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렉서스는 2030년까지 모든 제품군에 전기차를 갖추고, 2035년부터 순수 전기차 브랜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전고체 배터리 등 차세대 2차전지 양산을 위해 2조 엔(한화 20조8000억원)을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 폭스바겐 22.0%↑, "배터리 내재화·물량공세 기대 반영"

2020년 12월 145.42 유로(프랑크푸르트증권거래소)였던 폭스바겐 주가는 2021년 말 22.0% 증가한 177.48유로로 장을 마쳤다. 전기차 생산을 넘어 배터리,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핵심 기술 내재화를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가장 이목을 모았던건 배터리 자립 선언이다. 2023년 스웨덴 셀레프테오 기가팩토리를 가동되고, 2025년부터 독일 찰츠기터와 스페인에 각각 기가팩토리를 개소할 계획이다. 스페인 공장에서는 세아트 브랜드의 전기차 병행 생산도 검토하고 있으며, 2030년까지 유럽에서만 6곳의 기가팩토리를 설립할 방침이다. 자체 생산을 통해 배터리 원가를 30~50%까지 낮추고, 기존의 파우치형 대신 각형 배터리 셀을 도입해 저장용량 확대 및 고속 충전 성능 개선을 도모한다. 

산하 브랜드들과 압도적인 생산량을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하고 있다. 2025년까지 그룹 산하에서 연간 10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2026년부터는 차세대 메카트로닉스 플랫폼 SSP를 도입하고, 오직 하나의 플랫폼만으로 전기차를 생산해 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알려졌다. 

# BYD 43.6%↑, "반도체도 직접 만들어요"

지난해 BYD 주가는 전년대비 43.6% 상승한 267.13 위안(선전증권거래소)을 기록했다.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자동차 업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반도체부터 배터리까지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추구한 BYD의 경쟁력이 빛났다는 평가다. BYD는 워런 버핏이 8.25%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로도 잘 알려져 있다.

특히 지난해는 반도차 부문의 경쟁력이 빛났다. 수급난의 핵심인 전력반도체,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을 자체 설계·생산하고 있는 탓이 크다. 이렇다보니 판매량도 큰 폭으로 늘었다. 3분기까지 집계된 BYD 판매량은 전년대비 68.3% 증가한 45만2744대였으며, 전기차는 204%나 급증한 33만7579대를 기록했다.

더욱이 BYD는 반도체 사업부문 분리 상장까지 추진하고 있다. 배터리 분야를 넘어 반도체 분야에서도 의미있는 성과를 내겠다는 복안이다. 상장에 앞서 지난 6월에 이뤄진 투자에서는 기업가치 102억 위안(1조7900억원)을 인정받았고, 우리나라의 SK가 1억5000만 위안(263억원)을 투자해 1.47%의 지분을 확보했다.

# GM 38.9%↑, 야심찬 계획에 환호한 월가

30 달러 후반대에서 주춤해왔던 GM의 주가는 작년 말 38.9% 오른 58.13 달러(뉴욕증권거래소)에 거래를 마쳤다. 미국 내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며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전동화에 대한 뚜렷한 비전을 보여준 게 주효했다. 

GM은 미국 내 브랜드 중 가장 공격적인 전동화 목표를 내놓고 있다. 2025년 쉐보레, 캐딜락, 뷰익, GMC 등 산하 4개 브랜드 라인업의 40%를 전기차도 대체시킬 계획이다. 향후 10년간 30종 이상의 전기차를 투입하고, 2035년에는 오직 전기차만 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더욱이 목적기반모빌리티(PBV),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연료전지(FCEV) 등 자동차를 넘어 운송 시장 전반을 아우르겠다는 야심도 드러냈다. 

월가는 이 같은 반응에 환호했다. 전동화 투자 금액을 10조원 상향한다고 밝힌 6월에는 주가가 최고점(63.37 달러)을 찍었고, GM이 전기차 시대를 충분히 대비하고 있다는 리포트가 이어졌다. 더욱이 JP모건은 GM이 더이상 기술주가 아닌 '가치주'라는 평가까지 내놨다. 

# 현대차 8.85%↑, "아직 의미있는 결과가 없어서…"

2020년 19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던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 20만9000원(한국거래소)까지 상승하는 데 그쳤다. 상승률만 놓고 보면 전년대비 8.85% 오른 데 그친 실적이다. 작년 초 대폭등을 일으켰던 '애플카 소동'은 현대차 주가를 20만원 중반대까지 올려놓기도 했지만, 이후 20만원대를 횡보하고 있다.

증권가는 현대차 주가가 지지부진한 이유를 상대적으로 느린 전동화 속도라고 지목한다. 제품 믹스는 여전히 내연기관이 주류인 데다, 아이오닉5의 글로벌 판매가 의미있는 수준까지 올라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대한 지속성도 불안 요인이다. 

현대차는 하반기 들어 전동화 중심의 조직 개편을 단행하고, 전기차 판매 목표치도 상향한 상태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의미있는 성과가 도출되기 전 까지 주가 상승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기아 31.7%↑, "골든사이클·플랜S 전략이 주효"

재작년 말 6만2400원이던 기아차 주가는 2021년 8만2200원(한국거래소)에 거래를 마쳤다. 이전보다 31.7% 오른 것으로, 수치만 놓고 보면 현대차보다 4배 가까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애플카 대란'과는 별개로, 주력 차종들이 풀 체인지되는 '골든사이클'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현대차 대비 저평가됐다는 일련의 시각도 영향을 미쳤다. 

기아는 작년부터 주력 신차들의 풀 체인지를 이어가고 있다. 쏘렌토를 시작으로 K5, 카니발, 스포티지 등이 신발끈을 고쳐매고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의 새로운 CI로 신선한 이미지를 불어넣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2040년까지 전 라인업을 전동화 모델로 구성하고,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등 신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중장기전략 '플랜S'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수소, UAM, 로보틱스 등 장기적 관점에 집중한 현대차와 달리, 기아는 비교적 빠른 시일내에 이뤄낼 수 있는 성과를 제시했다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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