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우회전 차는 억울하다? 사람 냄새만 나도 멈추세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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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3 09:00
[이완 칼럼] 우회전 차는 억울하다? 사람 냄새만 나도 멈추세요!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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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1.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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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습니다. 해가 바뀌면 운전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하는 교통 관련 법규들이 있기 마련이죠. 2022년 신년 교통 관련 이슈라고 하면 ‘횡단보도 있는 교차로에서 우회전 시 이에 대한 엄격해진 감독’이 아닐까 합니다.

기존에는 우회전한 후에 만나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를 발견했어도 반대편에서 막 건너오거나 또는 이미 반대편으로 보행자가 많이 건너간 상태라면 서행해 횡단보도를 지나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횡단보도 내에 사람이 있다면 무조건 멈춰야 합니다.

만약 이를 무시했다 단속에 걸리면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으로 승용차 기준으로 벌점 10점에 6만 원의 벌금을, 그리고 2~3회 위반했을 때는 보험료 5%, 4회 이상 위반 시엔 10%의 보험료가 할증됩니다. 또한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보행자가 횡단하고 있다면 무조건 멈춰야 하고, 더 나아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려고 준비하고 있는 경우에도 멈춰 기다려야 합니다.

▶우회전 직후 신호등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다면 : 횡단 끝낼 때까지 멈춤
▶우회전 직후 신호등 횡단보도에 사람이 없다면 : 일시 정지 후 서행
▶우회전 직전 신호등 횡단보도에 보행자용 파란불 켜지면 : 무조건 멈춤 

*다만 우회전 전에 있는 횡단보도에 보행자용 신호가 들어와 있어도 보행자가 없고, 우회전을 하기 위해 우회전 차로에 있다면 천천히 횡단보도를 지나쳐 우회전할 수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건너고 있다면 : 멈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보행자가 건너려 한다면 : 멈춤

우회전 직전의 횡단보도와 우회전 직후에 있는 횡단보도 모두 보행자가 횡단 중이라면 무조건 멈춰야 한다, 그것도 횡단이 끝날 때까지 멈춰 있어야 한다는 것만 기억하면 됩니다. 보행자용 신호가 켜져 있고, 건너는 사람이 없을 경우 자동차는 일시 정지 후 서행이 가능하지만 이때는 세심하게 주변을 살펴야 합니다.

그래도 다소 복잡한데요. 횡단보도에서 가장 좋은 운전은 사람 냄새만 나면 멈춰 서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람 냄새만 나도 멈춘다’라는 표현을 썼는데, 오래전 독일에서 경험한 신선한 횡단보도 풍경 2가지와 관련이 있습니다.

#정지선 너무 잘 지키잖아?

가장 먼저 독일에서 운전하며 놀랐던 것은 거의 모든 자동차가 횡단보도 정지선을 제대로 지킨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지킬 수 있는지 그저 놀라웠고, 독일인들의 의식 수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비밀(?) 아닌 비밀을 알게 됐습니다.

독일 자동차용 신호등은 대부분 횡단보도 가운데 쪽에 세워져 있습니다. 이 위치가 절묘한 것이, 이걸 조금이라도 지나치면 지금 신호기에 어떤 불이 들어와 있는지 운전자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횡단보도 앞 신호기를 놓쳐도 먼 쪽에 친절하게 하나 더 마련된 신호기 덕에 횡단보도를 지나쳐도, 또 정지선을 넘어 횡단보도 안에 정차해도 신호를 놓칠 일이 없습니다. 그런데 독일을 비롯한 많은 나라는 이런 과한 친절을 베풀지 않습니다. 신호기 놓치면 안 되기 때문에 정지선을 지킬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운전자 시선에서 독일 신호등은 정지선을 넘어가면 안 보이게 된다 / 사진=이완
프랑크푸르트 시내. 횡단보도 중앙 쪽에 위치한 신호등 외엔 다른 신호등이 없다 / 사진=이완

#사람 냄새만 나면 멈추는 자동차들

두 번째 인상적인 것은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를 지날 때 운전자들이 보행자 유무에 굉장히 신경을 쓴다는 것이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려는 시늉이 없어도, 그냥 보행자가 횡단보도 앞에 서 있는 것 자체만으로 대부분의 운전자는 일단 멈춥니다. 오히려 보행자 일부는 당연히 운전자가 차를 세울 것이라고 믿고 좌우를 살피지 않고 걸어오던 탄력 그래도 횡단합니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장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독일의 횡단보도 운전법은 간단합니다. 신호기에 보행자용 푸른등이 켜지면 멈춘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 사람 냄새만 나도 멈춘다. 이 두 가지뿐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복잡할 이유가 없습니다. 정리해볼까요? 독일 운전자가 정지선을 잘 지키는 것은 적절한 신호기 위치 때문이고, 이는 운전자 의식과 함께 효율적인 시스템이 마련되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또 횡단보도 보행자 보호 의무가 잘 지켜지는 것은 법에 앞선 운전자의 안전 의식, 보호 의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보행자 보호나 자전거 이용자에 대한 적절한 대응법을 배우고, 자동차 면허 취득 과정에서 철저하게 이론과 실습 교육을 받기 때문입니다.

면허 교육 얘기가 나왔으니 우리나라 얘기를 안 할 수 없는데요. 운전학원들은 얼마나 제대로 교육해 면허를 취득하게 할 것인가가 아닌, 얼마나 이른 시간 안에 수강생을 합격시키느냐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듯합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제대로 이론과 실습 교육이 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우회전 시 횡단보도를 어떻게 이용하는 게 맞는지 제대로 교육해야 합니다. 이런 교육 없으면 보행자 안전과 도로의 원활한 흐름 모두 문제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만 막혀도 뒤에서 빵빵거릴 것이고, 그에 당황해 위험한 운전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교통안전, 횡단보도 안전을 운전자 개인 소양에만 의지하는 것은 해법이 아닙니다.

양질의 교육과 합리적 제도, 그리고 꾸준한 홍보와 운전자 의식 고양 등, 모든 면이 함께 맞물려 돌아갔을 때 원하는 도로 환경이 마련될 겁니다. 2022년이 그런 변화의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횡단보도, 이젠 보행자 모두가 안전하게 이용하는 그런 공간이 돼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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