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가 새로운 투자자를 찾아나섰다. 지난 2010년 인도 마힌드라&마힌드라(이하 마힌드라)로 매각된 지 10여년 만이다.

쌍용차는 지난 1분기 193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13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길어진 적자에 쌍용차 담당 회계 법인인 삼정회계법인은 “쌍용차의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898억6500만원가량 초과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상황은 계속기업으로서 그 존속 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시하고 있다”라며 감사 의견을 거절했다.

설상가상으로 모기업도 흔들리고 있다. 앞서 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사장은 한국 정부 및 산업은행과 만나 쌍용차에 대한 신규 투자 의사를 타진한 바 있다. 당시 논의된 규모는 약 5000억원으로, 마힌드라 2300억원, 쌍용차 1000억원 그리고 나머지는 산업은행 등을 통한 한국 정부 지원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여파로 인도 현지의 마힌드라 경영 상황이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마힌드라는 쌍용차 경영정상화를 위해 투자하기로 한 2300억원을 백지화하고, 최대 400억원의 일회성 특별 자금만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최근 서울서비스센터를 1800억원에 매각하는 등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지만, 턱없이 부족하다.

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사장
마힌드라 파완 고엔카 사장

모기업이 추가 자금 투입을 꺼리는 상황에서 정부도 지원을 망설이고 있다. 산업은행 최대현 부행장은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서 “지원을 위해서는 책임 주체가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책임 있는 노력도 해야 한다”며 “회사의 지속 가능성도 확인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마힌드라가 발을 빼는 상황에서 추가 자금 투입은 없을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쌍용차가 삼성증권 등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본격적인 매각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중국 지리자동차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됐으나, 지리 측에서 곧바로 소문 진화에 나섰다. 지리홀딩스 양쉐량 부총재는 중국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소문이 있다는 걸 알지만 그런 계획은 없다”며 쌍용차 입찰 참여를 부인했다. 로이터통신도 19일(현지 시각) 지리가 쌍용차와 관련한 협상에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 BYD와 베트남 빈패스트 등이 거래 대상으로 언론에 거론됐다.

관건은 마힌드라의 태도다. 마힌드라는 지분 매각보다 유상 증자 방식을 우선시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마힌드라가 지분을 매각할 계획은 없고, 쌍용차의 지속성을 위해 새로운 투자자를 찾는 것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쌍용차가 외국계 은행에게 받은 대출도 매각 걸림돌이다. 쌍용차는 마힌드라가 지분을 51% 초과 유지한다는 조건으로 외국계 은행에 약 1700억원을 대출받았다. 마힌드라가 쌍용차를 매각하려 한다면 외국계 은행들이 자금 상환을 압박에 나설 것이고, 그렇다면 마힌드라는 쌍용차를 매각해도 제 값을 받지 못하게 된다. 

결국 대안으로 유상 증자가 떠오른 셈이다. 마힌드라가 지분 51% 이상을 유지하며 신규 투자자 유치에 성공한다면 당분간 신차 개발에 투입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한편, 쌍용차 주가는 이달 18일 14.8%가 급등한 데 이어 중국 지리자동차가 매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에 19일 2970원(+30%)까지 올랐다. 22일에도 마힌드라가 지분 매각이 아닌 유상증자 방식으로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겠다는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 17일 종가(1990원)와 비교하면 3거래일만에 두 배 가까운 급등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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