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재규어 F타입, 흥분을 고조시키는 로드스터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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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5 16:45
[시승기] 재규어 F타입, 흥분을 고조시키는 로드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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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우아아앙, 푸덕덕!"

수없이 많은 차의 시동을 걸어보지만 시동을 걸자마자 당황하기는 처음이다. 엔진 회전이 솟구치는 소리에, 심지어 후화(back fire) 소리까지 난다. "뭐,뭐야 이거..." 강력한 사운드에 동화된 듯 심장마저 동동 뛰는것 같다. 마치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은채 시동을 거는 것 같은 느낌이다. 시동만도 이 정도라니 달릴때는 대체 어떤 소리를 낼까 상상하기 힘들었다. 5.0리터급 슈퍼차저 엔진이 장착된 ‘재규어 F타입 V8 S' 모델의 첫 인상은 이런 식이었다. 

 

괴물 같았던 V8이 있는가 하면 한결 스마트한 느낌의 V6도 있다. 애초에 재규어 F타입은 이탈리아 스포츠카처럼 누군가에게 과시하거나 지나치게 화려한 스타일이 아니다. 더구나 독일 스포츠카처럼 꿋꿋이 승부에만 집념을 불사르는 스타일도 아니다.

50-60년대에 활약한 2인승 스포츠카 C타입 D타입 E타입을 보면 재규어가 만드는 스포츠카의 흐름을 알 수 있다. 그 철학과 아름다움이 현대로 진화한 것이 바로 F타입이다. 겸손하고 단정한 것, 재치있는 느낌이 바로 이 차의 특징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연비도 좋고 성능도 그리 떨어지지 않는 V6 슈퍼차저 엔진이 이 차에는 오히려 어울린다.

톱을 벗긴 상태에서 뒷편을 바라보면 얇고 낮게 설계된 뒷모습과 리어램프 디자인이 두드러진다. 클래식하고 전통적인 재규어 스타일이어서 너무나 반갑다. 어떤 면에서도 날렵한 여성의 몸매를 떠올리게 한다.

마침 비가 내려 소프트톱을 닫고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었다. 투둑대는 소리를 기대했는데, 철제 지붕보다 오히려 조용한 듯하다. 이 차의 소프트톱은 흡음층을 갖고 있어 빗소리에 대한 차음효과도 훌륭했다. 소프트톱은 무게가 가볍고 열때나 닫을때나 중심이동이 크지 않다는 장점도 있지만, 시속 50km/h로 달리면서도 톱을 여닫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무엇보다 하드톱 컨버터블보다 부유한 운전자가 몰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재규어가 주력하는 슈퍼차저의 느낌은 3.0리터 V6 엔진에서도 짜릿한 것이었다. 380마력, 46.9kg.m의 강한 토크로 출발부터 등을 떠미는 듯한 가속감이 느껴진다. V8까지는 바라지도 않게 된다. 

비내리는 산길을 오르며 공략하는데, 움직임이 묘하다. 재규어는 적어도 밟히고 꾹 참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약간만 깊이 밟았을 뿐인데 뒤가 홱 토라지는게 느껴진다. 고음의 타이어 소리와 거친 숨소리 같은 배기음이 어울어져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끝까지 그립력을 갖고 버티다가 마지막에 정신줄 놓아버리는 스타일이 아니라, 초반부터 조금씩 흘리면서 용기 있으면 더 달려보라 유혹하는 팜므파탈 스타일이다. 핸들을 돌릴때마다 늘씬한 몸체를 좌우로 흔들며 까르르 교성까지 낸다.

유혹에 넘어가 기어노브 옆에 있는 ‘체크 깃발' 스위치를 내린다. 이 스위치가 켜진다는건 F타입이 함부로 개입하지 않고 운전자의 난폭한 요구에도 순종적으로 모든걸 내맡기겠노라는 의미다. 신이나서 가속페달을 더 밟고 뒷바퀴를 조금씩 더 미끄러뜨려본다. 차는 “아아앙” 소리를 내며 묘하게 떨린다. 

가파른 산길을 오른쪽으로, 왼쪽으로 왕복하는 동안 흥건히 젖은 노면 위로 바퀴가 미끄러진다. 땀이 나고 숨도 가빠온다. 흥분이 고조되고 타이어가 뜨겁게 달궈질수록 G가 점차 커지는게 느껴진다. G가 높아질 수록 짜릿함이 더 커진다.

앗차, 너무 과했을까. 차가 그립을 완전히 잃었다. 정신이 번쩍 든다. 울상으로 스핀하기 직전이 되자 전자장비가 개입해 바로 잡았다. F타입의 미끄러짐은 어디까지나 재미있는 정도지 위험한 수준은 아닌셈이다.

심장은 여전히 요동치고 있었지만, 동승자에겐 "하하하" 웃어보였다. 일부러 차를 미끄러뜨린 척 했다. 동승자도 깜박 넘어갔는지 운전기술에 감탄한다. 사실 운전자가 카레이서처럼 운전을 잘하는걸로 보이도록 하는게 이 차의 매력 중 하나다.

미끄러뜨렸다가 다시 돌아오는 과정이 매우 안정적이고 다루기 쉽다. 이 차의 고출력 엔진이 터보가 아닌 슈퍼차저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나치리만큼 강력한 엔진이지만 슈퍼차저 특성상 낮은 엔진회전수에서의 높은 토크와 회전수에 따른 직선적인 힘의 증가가 본능을 따라 차를 다뤄도 잘 따라오도록 만들어준다.

 

우르릉 거리는 사운드와 짜릿한 느낌, 나름대로의 철학을 갖고 있는 주행감각이다. 또 재규어가 진짜 제대로 된 스포츠카를 만들 줄 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산 증거이기도 하다.

8단 자동변속기 덕분에 어떤 속도에서건 기어를 한두단 정도 오르내리면서 즐길 수 있으니 패들시프트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올 알루미늄 모노코크 바디를 실현하고 있어 가볍고 탄탄하기도 하다. 가벼운 차체 덕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을 4초 후반에 돌파한다. 코너에서의 가뿐한 움직임도 알루미늄 차체 덕을 본다.

벤츠의 63AMG 엔진과 유사한 엔진 소리지만, 그보다 훨씬 품위있다. 적당히 뿜어나오는 아드레날린이 이 차의 성격을 분명히 하고 있었다. 강력하고, 매우 똑똑하고, 누구나 다루기 쉬운, 그러면서도 마치 운전을 잘하는 것으로 스스로 믿게끔 만드는 것이  이 차의 특징이었다.

* 장점

- 초호화로 꾸며지고도 단정한 고급감

- 짜릿한 주행감각과 배기음

- 시속 50km에서도 여닫을 수 있는 소프트톱

* 단점

- 좁은 실내와 트렁크

- 포르쉐에 비해 쉽게 미끄러지는 뒷바퀴

- 경쟁모델에 비해 비싼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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