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오프로드를 달리는 기쁨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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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25 18:24
2014 랜드로버 익스피리언스…오프로드를 달리는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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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많아도 한번만 경험한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로 오프로드는 중독성 매력을 지녔다. 따라서 오프로드를 좋아하는 이들은 이를 즐기기 위해 다양한 오프로더를 엿보고 업그레이드 하곤 하는데 그 중 많은 이들이 드림카로 꼽는게 바로 랜드로버 브랜드의 차량들이다. 오프로드 기능에 있어서 어지간한 차들은 상대가 되지 않을 정도로 우수하기 때문이다.

다만 값이 비싸고 외관이 지나치게 깔끔해, 행여나 생채기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되는게 이 차들의 가장 큰 단점이다. 특히 레인지로버 이보크의 경우는 낮은 차체로 인해 온로드 전용이 아닐까 생각되기도 했다. 

그래서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초청이 그렇게 반가울 수 없었다. 일부 기자들과 소비자들을 경주 블루원 리조트로 초대해 오프로드를 체험하게 했다. 이 값비싼 차를 오프로드에서 마구 달려볼 수 있다니 기대도 컸다.

 

◆ 원없이 달린 오프로드…기분 좋은 노근함

처음 탄 차는 레인지로버 이보크였다. 타이어는 일반 사계절용 타이어다. 머드타이어를 끼우면 못갈 곳이 없으니 이런 타이어를 끼웠다고 한다. 산을 계속 오르는 동안 길은 점차 험준해졌다. 바위와 자갈과 진흙이 한데 어울어진 노면으로 인해 차가 좌우로 끊임없이 요동쳤다. 

앞에 보이는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는 꽤 여유롭게 가는 듯 한데, 우리가 탄 이보크는 서스펜션이 더 단단하고 차체를 높이는 기능도 없어 더 강하게 흔들거린다. 역시 온로드 위주의 SUV임에는 틀림없다.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진흙코스를 지나고 있다

"음... 이거 너무 깊은데" 

나도 모르게 신음이 새 나온다. 늪을 연상케하는 흥건한 진흙 구덩이가 나타났다. 앞차의 바퀴에 진흙이 코팅되듯 에워싸는게 눈에 보인다. 우리차도 트레드가 하나도 남지 않는 상황인데도 차는 아랑곳 않고 전진한다. 뭐라도 있었냐는 식이다. 다만 진흙탕은 바퀴자욱이 점차 깊어지면서 길의 중앙부가 솟아올랐는데, 이 부위가 간혹 바닥에 닿는건 감안해야 했다.

 

이어 측면 비탈이 나온다. 차가 뒤집히는 것 같은 기울어짐, 옆좌석에선 비명소리가 난다. 호기 넘치게 비탈을 올랐지만 좀 무섭다. 이어 반대로 기울어지는 도로를 돌파한다. 어지간한 SUV라면 넘어질게 분명해 보이는 정도의 기울기지만 매우 안정적이다. 알루미늄 차체와 저중심 설계의 덕이다. 마치 오뚜기 같은 원리다.

이어 모굴코스를 돌파한다. 좌우로 번갈아가며 솟아있는 흙기둥을 밟고 차가 좌우로 기우뚱 거리며 전진한다. 타이어는 쿵쾅쿵쾅 소리를 내는데, 실내에서는 삐걱 소리 한번 나지 않는다. 오프로드 주행 능력 뿐 아니라 인테리어 품질과 마감에 있어서도 충분한 고급감을 갖췄다. 

모굴코스 중간에선 잠시 두바퀴가 공중에 뜬다. 바퀴 한개가 공중에 뜬 상태에서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문을 여닫아 보라고 한다. 차체가 비틀리는지를 확인해보라는 거다. 차가 심하게 비틀린다면 문이 제대로 열리거나 닫히지 않기 때문이다.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모굴 코스를 지나고 있다

물론 모든 랜드로버도 이제는 안전과 효율성을 이유로 프레임 구조를 버리고 모노코크 바디를 채택했다. 그러면서도 비틀림 강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랜드로버는 모노코크 내부에 프레임 구조를 일부 채용함으로써 비틀림 강성을 더 강화시켰다. 

이보크는 온로드 위주의 디자인을 갖고 있지만 역시 '터레인 리스폰스(오프로드 주행모드 선택기능)'를 내장하고 있어 험로 주파 능력만큼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 오르내리는 느낌은 어떤가

이 사람들이 정신이 있는걸까 의문이 들었다. 갑자기 절벽 같은 산 비탈을 내려가라고 했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용평스키장 레드 슬로프 같은 느낌이다. 물론 깎아지른 수준은 아니어도 기분에는 그보다 더한 것 같은 산이다.

레인지로버 스포트가 산길을 내려가고 있다

차가 내리막으로 치닫으니 운전석과 조수석에 앉은 승객들은 안전벨트에 대롱대롱 메달리게 된다. 처음 내려갈때는 말 그대로 공포였는데 안전벨트가 몸을 잡아주는게 느껴지니 그런대로 재미있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HDC 기능이 작동해 저속으로 산 아래로 내려갈 수 있었다. 네 바퀴중 미끄러지지 않는 바퀴의 제동을 걸어주는 기능이다. 만약 이 기능이 없다면 브레이크를 계속 신중하게 밟아줘야 했을거다. 이 편리한 HDC는 전진은 물론 후진에서도 잘 동작한다. 오프로드에선 전진만 하는게 아니라 언제고 후진할 일이 생기기 때문이란다. 

산 비탈 중간에서 주차브레이크를 작동 시켜보라는 무전이 왔다. 이 가파른 곳에서 주차브레이크라니 차가 제대로 설까 의문이 들었지만 한치의 미끄러짐도 없이 차가 멈춰섰다. 정말이지 신통방통하다. 중간에서 멈춰섰다 다시 오르는데, 뒤로 밀리는 것을 막아주는 힐 어시스트(Hill Assist) 기능이 동작해 발을 옮기는 동안도 전혀 뒤로 밀리지 않고 그대로 전진했다.

 

이어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와 레인지로버 스포트, 레인지로버 등을 번갈아가며 시승하면서 같은 코스를 두시간 넘게 계속 돌았다.

오프로드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건 역시 디스커버리4다. 물론 레인지로버도 대부분 같은 기능을 갖고 있지만 디스커버리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만큼은 주지 못했다. 디스커버리와 레인지로버는 버튼을 눌러 전고를 높이는 기능이 있어서 훨씬 울퉁불퉁한 길도 아무렇지 않게 지날 수 있었다. 이보다 더 심한 길이 어디 없나 두리번거릴 정도였다. 

어쨌건 오프로드는 오프로드. 나중엔 쿵쾅거리는 흔들림으로 인해 나른한 피로감마저 몰려왔다. 그런데 일을 하면서 느껴지는 피로감이 아니라 한창 즐거운 운동을 하고 나서의 기분 좋은 느낌과 같았다. 

다른 브랜드도 오프로더가 없는건 아니지만 오프로드의 주행감각이 이렇게까지 매끄럽지는 않다. 흔히 랜드로버를 사막의 롤스로이스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이제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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