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재규어 XF·XJ 사륜구동 타보니…'겨울왕국'을 달리는 짜릿함
  • 핀란드=전승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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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2.28 16:38
핀란드서 재규어 XF·XJ 사륜구동 타보니…'겨울왕국'을 달리는 짜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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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덮인 핀란드는 겨울왕국의 한 장면을 연출한 듯했다

눈 덮인 핀란드 산길을 5시간 주구장창 달렸다.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눈덮인 아렌델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신기함도 잠시. 길게 뻗은 침엽수림 사이 눈 쌓인 길이 말 그대로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절경임은 틀림없지만, 같은 풍경이 5시간이나 계속되자 나중엔 마치 멋이라곤 없는 미국 사막을 달리는 것처럼 뻔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사막처럼 방심 할 수는 없었다. 깊숙히 들어갈 수록 어둠은 더욱 짙어졌고, 굽이진 길에는 블라인드 코너가 이어졌다. 그늘진 곳에는 어김없이 얼음이 얼어있어 징 박힌 스터드 타이어를 장착한 차도 미끄러질 정도로 노면이 까다로웠다. 사륜구동차가 아니었다면 엄두도 나지 않을 길이었다. '자동차 기술의 진보는 이렇게 험한길도 수월하게 달릴수 있게 만들었구나'란 생각에 새삼 감회가 새로웠다.

지난 10일, 재규어랜드로버가 핀란드에서 진행한 '2014 재규어랜드로버 스노우&아이스 드라이빙'에서 재규어 XF·XJ 사륜구동을 시승했다.

▲ 재규어 XF 사륜구동을 타고 눈 덮인 핀란드 산길을 달렸다

헬싱키를 빠져나와 눈 덮인 숲속에 들어서자 함께 탄 인스트럭터가 재규어 드라이브 컨트롤에서 윈터모드 버튼을 눌렀다. 윈터모드를 선택하면 앞바퀴와 뒷바퀴의 구동력이 30:70으로 기본 설정되고, 사륜구동 시스템의 기능이 더욱 강화돼 눈길에서도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다.

과연 두껍게 쌓인 눈 위를 거침없이 달렸다. 처음엔 전자 장비에 통제 받는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좀 어색하기도 했는데, 안정성이 높아지니 불안감은 점차 줄어들었고 오히려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지간한 눈길에서는 일반 도로와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잘 달려 특별히 신경쓸 일도 없었다.

▲ 핀란드는 오후 4시만 되면 어두워진다. 오후 5시가 되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깜깜해졌다.

그런데 산속 깊이 들어갈수록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쌓여있는 눈의 높이는 점점 높아졌고, 꽁꽁 얼어붙은 빙판길이 더욱 늘었났다. 게다가 밤이되자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워져 겁부터 들었다. 이런 길에선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야만 한다는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운전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음에도 차가 순식간에 미끄러졌다. 얼어붙은 코너를 돌면서 순간적으로 접지력을 잃은 듯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미끄러진 것은 잠시, 차가 너무나 신속하게 중심을 잡아냈다. 반응이 워낙 빠르다보니 진짜 미끄러진 게 맞나 싶을 정도였다. 신기한 마음에 몇 번이고 스티어링휠을 과격하게 돌려봤는데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 재규어 XJ 사륜구동을 타고 핀란드 설원을 달렸다

차가 미끄러지자마자 너무나 안정적으로 사륜구동 시스템이 미끄러진 차체를 받아냈다. 재규어 XF와 XJ 3.0 가솔린 슈퍼차저 모델에 탑재된 전자식 사륜구동 시스템은 평소 앞바퀴와 뒷바퀴에 10:90의 비율로 힘을 전달해 후륜구동차처럼 달리지만, 지금처럼 미끄러운 도로를 만나면 앞바퀴에 최대 50%까지 힘을 보낸다. 노면 상태와 접지력을 실시간으로 읽고 각 바퀴에 구동력을 적절히 분배해 안정적인 상태로 돌려놓는 것이다.

▲ 재규어 XF 사륜구동을

여러번 시도해도 안정을 잃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오디오를 켰다. 메르디안의 프리미엄 사운드가 울려퍼진다. 끝없이 펼쳐진 하얀 눈밭에 최고의 오디오 시스템이 내는 사운드가 울려퍼질때의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고선 모른다. 재규어는 눈길에서도 비교적 조용하고 부드러운 승차감이 매력적이다. 스포티하면서도 우아한 이율배반적 외관과 맞물려 이 험준한 도로가 마치 흰색 양탄자를 깔아놓은 길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몇 번 더 미끄러져봐도 사륜구동 시스템은 귀신같이 알아차리고 차를 스스로 제어했다. 이쯤되니 예측 가능한 미끄러짐은 두려움이 아니라 재미가 됐다. 차에 대한 믿음이 생기니 가속페달을 밟은 오른발에 저절로 힘이 들어갔고, 핸들링은 더 과감해졌다. 재규어 XF·XJ의 사륜구동 시스템은 하얀 눈이 끝없이 펼쳐진 핀란드 설원을 거침없이 달리게 만들었다.  

▲ 재규어 XF·XJ 사륜구동을 타고 핀란드 설원을 달렸다

지금까지는 사륜구동차의 실용성에 대해 의문이 있었다. 겨울용 타이어만 장착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의 도로를 달려보니 안전을 위해 사륜구동 시스템은 꼭 필요한 것이었다. 인스트럭터 역시 겨울용 타이어가 접지력 향상에 도움을 주지만, 차체 균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도 그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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