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안녕 벤츠, 가격이 얼마라고?”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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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1.11 13:49
[시승기] 메르세데스-벤츠 EQC 400, “안녕 벤츠, 가격이 얼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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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칼 벤츠가 자동차를 발명한 지 130년이 흘렀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땅과 바다, 하늘에서 최고가 되고자 했던 열망을 상징화한 ‘삼각별’을 달고 다시 한 번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메르세데스-벤츠 EQC를 처음 본 건 올해 3월 서울모터쇼다. 당시 크롬 장식과 유광 차체에 비친 복잡한 조명 때문에 ‘다소 과한 디자인’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시 만난 EQC는 한층 정돈된 디자인으로 다가왔다. 특히, 이날 시승한 ‘1886 에디션’은 일반 모델보다 전면부 크롬 장식을 줄여 한층 깔끔한 인상을 발산했다.

전면부는 라디에이터 그릴 상단 보닛 라인을 따라 길게 이어진 주간주행등과 거대한 삼각별 엠블럼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지하주차장에 여러 대의 EQC가 서 있는 모습은 마치 출격을 대기하는 ‘아이언맨’과 같은 웅장함을 연출했다.

운전석에 앉으면 10.25인치 디스플레이 두 개가 이어진 디지털 클러스터와 미디어 디스플레이가 먼저 들어온다. 디스플레이 주변부는 독특한 주름 무늬와 앰비언트 라이트로 장식됐다. 시트 등에 적용된 가죽은 부드럽고 고급스럽다. 친환경차라는 콘셉트에 걸맞게 인테리어에 일부는 재활용 소재를 사용했다.

2열은 넓고 쾌적하다. 183cm인 기자가 앉아도 무릎 공간은 주먹 하나 이상이 들어갈 만큼 넉넉하다. 전기차임에도 2열 센터 터널이 상당히 솟아있는데, 이는 배터리 공간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2열 시트는 버튼 조작으로 간편하게 접을 수 있어 공간활용성과 편의성을 동시에 제공한다. 다만, 2열 시트 등받이가 다소 딱딱해 장거리 이동 시 허리가 아플 수 있겠다.

차량 내외를 간단히 둘러본 후 시동을 켰다. 아니, 전원을 켰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 전기차답게 대기 중 실내 소음이 전무하다. 1열에 이중 접합 차음 유리를 적용해 외부 소음을 효과적으로 차단했다. 진행 요원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며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차에 말을 걸었다.

EQC는 브랜드 최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MBUX(Mercedes-Benz User eXperience)가 탑재됐다. 자연어 음성 인식을 통해 목적지 설정, 충전소 검색, 날씨 알림, 배터리 충전량 설정, 출발 전 온도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운전 중은 물론, 음악 재생 중에도 “안녕 벤츠”란 말에 즉각 반응한다. 물론 신형 쏘나타 등 국산차에 탑재된 자연어 음성 인식보다 인식률이나 활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메르세데스 미’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스마트폰 원격 조작도 가능하다. 출발 전 온도 설정을 할 수 있고, 도어 및 창문 상태를 보여주며, 브레이크 라이닝, 브레이크오일, 워셔액 등 간단한 소모품 현황도 표시한다. 주행 후 연비나 주행거리, 주행시간, 평균 속도도 알려주며, 차량이 충격을 받았을 때 휴대폰으로 알려주는 기능도 있다. 당연히 실시간 충전 상황도 나타낸다.

진행 요원의 출발 안내에 따라 가속 페달을 밟자 차량은 아무 소리도 내지 않으며 부드럽게 앞으로 나갔다. 일부 브랜드는 차량 속도에 따라 실내에도 가상 사운드를 적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EQC는 아무런 소리를 내지 않았다. 단, 20km/h 미만일 경우 보행자 안전을 위해 외부에서는 인위적인 소음이 발생한다. 

주차장을 빠져나와 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햇빛이 들자 운전석쪽 대시보드에 위치한 거대한 스피커 그릴이 앞 유리에 반사됐다. 운전에 방해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은근히 거슬렸다. 또한, 헤드업디스플레이가 탑재되지 않았다. 최첨단 기술을 모두 쏟아부었다는 브랜드 관계자의 말을 떠올리며, 옵션으로도 HUD를 추가할 수 없다는 점은 다소 의아했다.

변속기를 탑재하지 않았음에도 스티어링휠 뒤쪽에 패들시프터가 자리잡고 있다. 패들시프터는 기어 변속 대신 회생제동 단계를 조절할 수 있다.

EQC는 D--, D-, D, D+ 등 총 4단계의 회생제동을 지원한다. D--모드에서는 회생제동을 강하고 적극적으로 사용해 브레이크를 쓰지 않는 ‘원 페달 드라이빙’이 가능하다. 단, 내연기관 차량과 마찬가지로 브레이크 페달을 놓으면 차량이 조금씩 앞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완전히 정차하기 위해서는 브레이크를 밟고 있어야 한다.

페달 조작이 익숙지 않아 급가속과 급감속을 반복했다. 하지만, 약 20분정도 지난 뒤 금세 원 페달 드라이빙에 익숙해졌다. D-와 D로 넘어갈수록 회생제동은 약하게 작동한다. D+에서는 회생제동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 전기차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 회생제동이 큰 역할을 하지만, 회생제동이 항상 주행거리를 늘리지는 않는다. 감속한 만큼 다시 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속도로처럼 꾸준하게 달리는 환경에서는 D+로 ‘관성 주행’을 유지해 전기 사용을 최소화 하는 것이 좋다. 브레이크 패드가 물리적으로 개입하는 시기가 언제인지 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물리적인 브레이크와 회생제동간 이질감이 적다.

이와 별도로 컴포트, 에코, 스포츠, 인디비주얼 등 4가지 드라이빙 모드가 있다. 모드별 가속력 차이는 분명하다. 에코 모드는 가속력이 크게 줄어 전기차의 강력한 초반 토크가 부담스러운 운전자에게 적합하다. 스포츠 모드에서는 몸이 시트에 파묻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강력하게 가속한다. 메르세데스-벤츠 측은 모드별로 가속력 외에도 스티어링휠, 서스펜션 강도 등이 함께 조절된다고 설명했지만, 그다지 다른 차이점은 느껴지지 않았다.

고속도로에 올랐다.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한 후 가속페달을 좀 더 깊게 밟자 순식간에 제한속도까지 도달했다. EQC는 두 개의 모터를 탑재해 합산출력 408마력, 최대토크 77.4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중·고속에서 가속페달을 깊게 밟아도 멈춰있다 튀어나갈 때처럼 강하게 몸을 시트에 밀착시킨다.

제한 속도에 맞춰 드라이빙 어시스턴트 시스템을 작동했다. 차선에 맞춰 부드럽게 차체를 중앙으로 유도한다. 단, 고속도로 진·출입 램프처럼 급격한 회전 구간에서는 차량이 바깥으로 밀려난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절대 아님을 항상 명심해야 한다.

스티어링 휠에서 손을 떼도 약 10초간 차선 유지해주며, 10초가 지난 후에는 경고음과 함께 스티어링 휠을 잡으라는 안내문이 나온다. 브랜드 관계자는 경고음이 울려도 스티어링 휠을 잡지 않을 경우 차량이 운전자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로 인식하고 비상정지한다고 전했다. 

이날 시승은 충전량 약 70%, 주행가능거리 260km인 상태에서 시작했다. 약 170km를 달린 뒤 차량 상태를 보니 남은 배터리량은 30%, 주행가능거리는 103km였다. 완충 시 최대 주행 가능 거리는 309km다(환경부 기준). 가격이 절반 수준인 현대차 코나 일렉트릭(406km)이나 신차보다 출력이 높은 테슬라 모델X(롱 레인지 트림 기준 438km)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

메르세데스-벤츠 관계자는 “환경부의 주행거리 측정 기준이 엄격하다”면서 “EQC는 효율성을 넘어 퍼포먼스까지 고려한 모델이기 때문에 무겁고 출력이 높아 주행거리가 낮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 지하에 위치한 메르세데스-벤츠 EQ 전용 충전소에서 차량을 충전했다. EQC는 DC콤보 규격을 사용해 최대 110kW의 전력으로 충전할 수 있다. 테스트를 위해 급속충전기에 연결하고 20분간 충전을 진행했다. 20분 후 59%까지 충전됐고, 주행가능거리는 197km로 늘어났다. 20분 충전으로 약 90km를 달릴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전용 충전기는 브랜드 멤버십 카드를 태그하면 내년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현재 1:1 충전 컨설팅을 제공하며, 올해 말까지 EQC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가정용 충전기 설치를 무상 지원한다.

EQC의 국내 판매 가격(부가세 포함)은 1억500만원이다. 분명 잘 만들었고, 좋은 차다. 하지만 가격과 주행가능거리 등을 생각한다면, 다소 비싸다는 느낌이다. 1억500만원이면 상당히 많은 대안을 떠올릴 수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삼각별’은 아직 최고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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