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부가티 전설의 시작 타입 35, 그리고 알로이 휠의 등장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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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9 16:32
[이완 칼럼] 부가티 전설의 시작 타입 35, 그리고 알로이 휠의 등장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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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10.29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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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가티(Bugatti)는 가장 빠른 자동차, 수십억 원짜리 자동차를 만드는 럭셔리 브랜드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상상 이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베이론과 같은 차가 만들어졌고, 지금은 시론이 그 역사를 이어가고 있죠. 아름다운 디자인, 거대하고 고급스러운 차체 등은 최고의 하이퍼카 브랜드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부가티라는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었던 것은 수많은 자동차 경주 대회에서의 우승이었습니다. 이런 그들의 레이싱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모델이라면 단연 타입(Type) 35입니다.

타입 35 / 사진=부가티

# 타르가 플로리오 5회 연속 우승의 역사를 쓰다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프랑스인 에토레 부가티는 1909년 알자스 지역에 있던 몰스하임에 자신의 이름을 딴 자동차 회사를 세웁니다. 몰스하임은 독일과 프랑스의 경계에 있는 곳으로 1871년부터 1919년, 그러니까 1차 세계대전이 끝날 때까지 독일의 영토였죠. 에토레 부가티는 전쟁 후 프랑스에 완전 편입된 이곳에서 본격적으로 자동차 제작에 돌입합니다. 화려하고 비싼 자동차보다 우선했던 것은 경주 대회에 출전하기 위한 레이싱 자동차 만들기였습니다.

에토레 부가티(1924년) / 사진=부가티

1922년 부가티는 타입 29라는 경주용 차와 타입 30이라는 일반 도로용 로드스터를 내놓습니다. 부가티의 첫 8기통 엔진이 장착된 모델들이었죠. 그리고 2년 후인 1924년, 타입 29에 들어간 엔진을 개량해 타입 35라는 레이싱 자동차를 내놓습니다.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죠.

타입 35는 일반도로용(35A)부터 레이싱 전용(35 C, T, B)으로 세분화해 순차적으로 출시됐고, 1천 회 이상의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합니다. 10년도 안 되는 동안 이 정도의 우승이라니, 놀라울 따름입니다. 하긴, 그때는 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자동차 경주 대회가 열렸다고 하죠. 그러니 1천 회 이상의 우승이 가능했을 겁니다.

부가티의 수많은 우승 역사 속에서도 압권은 거친 코스로 유명한 타르가 플로리오였습니다. 1925년부터 1929년까지 5년 연속 우승 접시(타르가)를 들어 올린 것입니다. 실력 있는 레이서, 뛰어난 엔진이 조화를 이뤄 얻어낸 결과였지만 타입 35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면 새로운 형태의 휠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1925년 타르가 플로리오에서 경주 중인 타입 35 / 사진=부가티

# 알로이 휠의 조상

부가티는 타입 35를 통해 이전에 없던 두 가지를 새롭게 선보이는데요. 하나는 말발굽 모양의 전면 그릴이고, 또 한 가지는 자동차 최초의 알루미늄 합금 휠입니다. 말발굽 그릴은 부가티의 색깔을 드러내는 중요한 상징이 되었고 알로이 휠은 자동차 휠 역사를 새롭게 썼다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사실 알루미늄으로 휠 만들 생각을 한 것은 부가티가 처음은 아니었습니다. 1920년 헨리 밀러라는 자동차 디자이너가 이와 관련한 특허를 냈다고 하죠. 하지만 이를 상품화하는 것에는 실패합니다. 반면 부가티는 성공했습니다. 8개의 스포크로 된 멋진 알루미늄 휠이 장착된 경주용 차가 세상에 첫선을 보인 것입니다.

박물관에 전시 중인 타입 35 / 사진=이완

타입 35 이전까지 자동차는 자전거처럼 철사(혹은 쇠줄) 여러 개로 림을 지탱하던 스포크 휠 (정확하게는 와이어 스포크 휠) 형태를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가볍고, 강하고, 관리가 상대적으로 쉬운 알로이 휠이 등장하면서 안전성과 주행 경쟁력 등이 향상되었습니다. 제동 시 열을 줄이고, 공기 역학까지도 고려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레이싱에 최적화된 휠을 생각하다 만들어진 알루미늄 휠이었지만 이제는 어느 차에나 장착될 정도로 대중화되었습니다.

부가티 탄생 110년을 기념해 만든 베이비 부가티. 타입 35를 그대로 재현했다.500대 한정 모델은 3주 만에 완판되었다고 / 사진=이완

알로이 휠과 관련해서만 500개가 넘는 특허를 관할 기관에 낼 정도로 부가티의 기술에 대한 열정과 전문성은 처음부터 대단한 것이었습니다. 이런 역사가 있었기에 페르디난트 피에히 전 폭스바겐 그룹 회장이 천문학적인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망해버린 브랜드를 되살리고 지켜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부가티 타입 35가 세상에 나온 지도 벌써 95년이 됐네요. 이 모델의 역사는 곧 알로이 휠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자동차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 시대로 가든, 자율주행과 각종 첨단 장치로 무장을 하든, 적어도 땅 위를 달리는 이상 타이어와 휠의 기본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언젠가 변화가 있겠지만 그 시간은 결코 빨리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그때까지는 휠과 타이어의 결합은 여전히 이뤄질 것이며, 알로이 휠 또한 지금처럼 그 존재감을 유지하고 있을 겁니다. 알고 보면 알로이 휠의 역사, 제법 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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