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독일인들이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는 8가지 이유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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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30 10:14
[이완 칼럼] 독일인들이 운전면허 시험에서 떨어지는 8가지 이유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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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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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1년에 150만건에서 200만건 사이의 면허 시험이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 시험에서 약 33%가량의 응시생이 탈락하죠. 시험이 반복될수록 놀랍게도 합격률은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요. 큰 비용과 시간을 들여 철저하게 준비를 했음에도 탈락자들이 이처럼 발생하는 것은 생각보다 작은 실수들에 의해서라는 게 독일 운전학원 강사연합회의 주장입니다. 빌트지가 그들의 자료를 토대로 독일 도로 주행 테스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8가지 탈락 요인을 소개했는데, 어떤 것들인지 볼까요?

# 1. 너무 일찍 브레이크 페달을 밟는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빠져나간다고 가정을 해보죠. 보통 이런 곳에서는 진출을 위한  차로가 마련됩니다. 그런데 완전히 이 진출로에 들어서기 전에 제동하는 응시생들이 많다는 겁니다. 빠르게 달리는 아우토반에서 갑자기 차선 변경 없이 속도를 줄이면 추돌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겠죠?

*참고로 독일은 아우토반을 달리는 것도 시험에 포함됩니다. 따라서 주행 연습 시 법적으로 아우토반과 야간 주행 연습을 몇 차례에 걸쳐 하도록 규정해놓았습니다.

#2. 약한 제동

1번 문제와 이어집니다. 고속도로를 빠져나가기 위해 오른쪽 차로에서 달리다 보면 진출을 알리는 표지판과 함께 차로 우측에는 진출 지점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리는 표지판이 세워져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독일은 보통 300m 전부터 이 표시가 나타나는데요. 이때부터는 깜빡이를 켜야 합니다. 그리고 진출로의 회전각에 따라 30~50km/h까지 속도를 낮추게 되는데, 이때 느슨하게 제동을 하면 제한속도를 넘기며 차로를 이탈할 위험이 생깁니다. 그래서 진출 시 300m 구간부터 방향지시등을 켜는 것과 제한속도를 지키기 위한 제동의 정도까지도 감독관은 꼼꼼하게 체크를 한다고 하네요.

독일 아우토반의 진출로 모습

# 3. 주차 판단 미스

주차 공간에 차를 대는 것은 면허 응시생들에게는 어려운 미션 중 하나일 겁니다. 이때  주변의 드나드는 다른 자동차의 움직임, 그리고 속도를 계산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고 합니다. 자칫 판단 미스로 충돌이나 추돌 사고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내 차만이 아닌, 주변 상황까지 확인하면서 주차하는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 4. 좌회전 때 차선 유지

좌회전을 할 때 의외로 차선을 유지하지 못하는 응시생들이 많은 듯합니다. 반대편 차로까지 넘어가는 위험한 경우도 있다고 하는군요. 또한 2개 차로 이상에서 좌회전을 할 때 자기 차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죠. 잠깐 방심으로 사고가 날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 5. 적절한 합류 방법

이번에는 고속도로에 진입할 때를 생각해 보죠. 독일의 경우 진입로 앞에 흰색 선을 그어 일단 멈춤을 하게 하거나 아니면 합류로에 여유를 둬, 일정 부분 달리다가 자연스럽게 주행로에 합류하게끔 합니다. 후자의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문제는 이때 응시생들이 긴장을 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너무 일찍, 혹은 너무 느린 속도로 합류로에서 주행 차로로 진입을 하는데 이는 사고 위험이 됨은 물론, 차량 정체의 요인이 됩니다.

그래서 합류로가 끝나는 지점에 다다라서 주행로에 합류하는 것을 독일에서는 매우 강조해 가르칩니다. 이때 사이드미러를 이용하거나 직접 어깨 너머로 후방 주행 차들의 흐름을 확인하는 것은 기본이겠죠?

고속도로 합류 모습

# 6. 차로 변경 시 부주의

초보 운전자들에게 생기는 사고의 상당 부분은 차로 변경을 할 때라고 하죠. 진입하려는 차로의 상황을 살피는 것은 기본 중 기본입니다. 그때 다른 차들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변경이 어려운 상황에서 무조건 밀고 들어가면 사고나기 십상입니다. 다만 독일에서는 깜빡이를 반드시 켜고 차선 변경을 하라고 가르칩니다. 깜빡이를 켜면 대체로 뒤차들이 속도를 줄여주기 때문에 방향지시등을 켰다면 운전자는 주저하지 말고 진입해야 합니다.

# 7. 우선 주행 차로 이해 부족

독일은 신호등 없는 교차로에서는 좌회전, 혹은 우회전을 할 때 오른쪽 차로에 있는 자동차가 왼쪽 차로에 있는 자동차보다 우선합니다. 또한 우선 주행 차로 표시도 잘 확인해야 할 부분이죠. 회전교차로 또한 마찬가지로, 진입 차량보다 교차로 안에서 주행하고 있는 차에 우선권이 있습니다. 또 회전교차로를 빠져나갈 때는 반드시 방향지시등으로 표시를 상대에게 해주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교통표지판을 꼭 확인해야 하는 것,  이것은 운전의 기본입니다.

노란 마름모 표지판 있는 곳이 독일에서는 우선 주행로 / 사진=adac

# 8. 도로 전체 상황 파악

전방을 주시하며 도로 상황을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룸미러나 사이드미러로 후방과 눈으로 좌우 차로까지도 수시로 보고 인식하고 있어야 합니다. 아내 친구의 예전 독일 면허 시험을 얘기를 또 하게 되는데요. 주행 테스트를 완벽하게 마치고 차에서 내린 친구는 감독관으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실수한 게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는 이유를 물었죠. 후방 상황을 살피지 않고 내렸기 때문이라고 감독관은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자전거나 바이크, 혹은 다른 차량과 부딪힐 수 있는 위험을 생각하지 못했던 겁니다.

사진=adac

독일 주행 테스트에서 자주 발생하는 탈락 요인 8가지에 대해 살펴봤는데 어떠셨나요, 테스트가 너무 깐깐한가요? 저는 상식적이고 정상적이라 생각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안전을 위해, 그리고 도로 위 흐름을 유지하는 데 위의 8가지 내용은 모두 중요합니다. 우리의 면허 시스템도 이처럼 철저하고 세심한 교육과 점검을 통해 잘 훈련된 운전자를 배출할 수 있어야겠습니다.

안전 운전은 구호를 외친다고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의지를 갖고 좋은 제도를, 내용을 만들어 그것을 통해 만들어야 합니다. 안전 운전은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 모두를 위한 것임을 다시 한번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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