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쌍용차 창원 공장, 새로운 ‘심장’을 만들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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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9.20 09:34
[르포] 쌍용차 창원 공장, 새로운 ‘심장’을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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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도 엔진을 만드나요?”

2015년 티볼리 출시회장에서 모 기자가 쌍용차 민병두 상무에게 건넨 질문이다. 민 상무는 굉장히 당황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쌍용차는 오랜 기간 엔진 제작의 역사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 창원공장담당 민병두 상무

쌍용차는 지난 1991년 메르세데스-벤츠와 기술 제휴를 맺고 생산 기술 및 노하우 등을 전수받아 1994년부터 엔진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달 말을 기준, 누적 엔진 생산량은 291만5081대로, 300만대 생산을 코앞에 두고 있다.

올해 5월부터는 1.5L 가솔린 터보 엔진도 새롭게 생산하며 엔진 라인업을 늘렸다.

쌍용차가 창원 엔진공장 ‘하트 데이’ 미디어 초청 행사를 개최했다. 

창원공장은 연간 25만대 엔진을 혼류 생산하고 있다. 티볼리와 코란도에 탑재되는 소형 엔진을 생산하는 1공장이 약 9만대, G4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등에 탑재되는 중형 엔진을 생산하는 2공장이 약 16만대를 맡고 있다.

엔진 라인업은 가솔린 4종, 디젤 3종으로 가솔린 엔진이 디젤 엔진보다 많다. 쌍용차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가솔린 SUV 판매량은 13만5530대로, 2014년(2만4929대)대비 약 5.4배 성장했다. 이러한 추세는 특히 소형 및 준중형 SUV 시장에서 돋보인다. 주 소비자층이 도심 주행 위주의 주행 패턴과 정숙성, 성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 내수 시장이 부진했지만, 소형 SUV 시장은 오히려 확대됐다.

신형 엔진 개발을 담당한 쌍용차 기술연구소 파워트레인 개발 담당 김성훈 상무는 “신형 엔진은 최고출력을 높이기보다는 저속에서, 넓은 RPM 영역에서 최대토크를 발휘해 ‘펀 투 드라이브’를 실현하면서도 세계적으로 강력해지는 연비 및 배출가스 규제를 만족한다”고 말했다.

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실제로 올해 8월 출시된 코란도 가솔린은 국내 SUV 중 최초로 ‘저공해 자동차 3종’ 인증을 받았다. 혼잡 통행료 및 공영주차장 요금 감면, 저공해차 전용 주차장 활용 가능 등 각종 혜택이 제공된다.

쌍용차 1.5L 엔진만의 차별점을 묻자 “포드나 푸조, 현대차 등 다른 브랜드에는 1.6L 엔진의 최고 출력이 200마력이 넘는 경우도 있지만, 쌍용차는 1.5L로 한 단계 작은 엔진임에도 토크가 뒤처지지 않는다”면서 “2015년 4월 콘셉트 디자인을 시작으로 2016년 9월 시제품 제작, 2017년 4월 내구 신뢰성 검증 등 과정을 거쳐 2019년 6월 신형 엔진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엔진에 대한 설명을 들은 후 엔진 생산 현장을 볼 수 있었다. 공장에 들어서자 기름 냄새가 살짝 코 끝을 스쳤다. 쇠를 깎는 과정에서 절삭유가 많이 투입되지만, 생각보다 공장 안 공기는 쾌적했다.

현장 설명을 맡은 쌍용차 직원은 “사용한 절삭유를 지하로 회수하는 것이 아니고 천장 쪽으로 다시 보내기 때문에 바닥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덜하다”면서 “배기·환기 시스템도 우수하게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쌍용차 창원공장에는 기술직 407명을 포함, 총 483명이 근무하고 있다. 생산 공정은 크랭크 샤프트, 실린더 헤드, 실린더 블록 등 3종의 부품을 가공하는 라인과 이들을 조립하는 라인으로 이뤄져 있다.

금속을 가공하는 공정은 100% 자동화됐다. 가끔 기계를 확인하는 작업자만 있을 뿐 전 과정이 로봇을 통해 이뤄진다. 공장 전체 자동화율은 55%에 달한다. 상당수 조립 공정에 아직까지 사람의 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립 라인에서는 작업자들이 바쁘게 엔진을 조립하고 있었다. 관계자는 “혼류 생산이 이루어지는 만큼 다른 부품이 장착되는 등 작업자의 실수를 방지하기 위해 각 화물 운반대마다 RFID 카드를 통해 데이터를 기록하며, 중앙 서버에서 이를 관리한다”고 전했다. 조립 라인 사이사이에는 검수를 위한 리크(Leak) 테스트, 콜드 테스트 장비가 설치되어 엔진이 지나갈 때마다 자동으로 검사했다. 

모든 과정을 거쳐 하나의 엔진이 만들어지는데 소형 엔진은 5시간, 중형 엔진은 6시간가량 소요된다.

쌍용차는 철저한 검수 과정을 통해 내부 불량률이 가공 공정에서 50ppm(parts per million, 100만개 당 불량률), 조립 공정에서 50~100ppm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병두 상무는 “불량품은 받지도 말고, 만들지도 말고, 보내지도 말자는 것이 창원공장의 좌우명이다”고 말했다.

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엔진
쌍용차 코란도 가솔린

쌍용차 관계자들은 신형 1.5L 엔진에 대해 굉장한 자부심을 보였다.

비록, 하이브리드·전기차 라인업 부재라는 아킬레스건이 있지만, 다운사이징 친환경 엔진으로 대응하며 내부 계획에 따라 개발을 진행해 2021년경 C세그먼트 전기차를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전동화가 되어도 큰 엔진에서 작은 엔진으로 바뀔 뿐 내연기관은 여전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환경 엔진을 넘어서 전동화까지 바라보는 쌍용차의 미래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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