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칼럼] 기아차 8년 노사 분쟁, 그 시작과 끝을 돌아보다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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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5 12:55
[최재원 칼럼] 기아차 8년 노사 분쟁, 그 시작과 끝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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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3.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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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속노조 기아차 지부 홈페이지
사진=기아차 노조 홈페이지

14일 밤 10시, 기아차 노동조합원들의 찬반투표 결과가 53.3% 찬성으로 집계되며, ‘통상임금 소급 합의안’이 최종 가결됐습니다. 이로서 2011년부터 자동차 산업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쳐온 기아차 통상임금 분쟁이 약 8년 만에 마무리됐습니다.

이번에 가결된 노사 합의안의내용을 자세히 살펴보며, 분쟁이 일어나게 된 이유와 앞으로의 여파 등을 짚어보겠습니다. 

#통상임금 분쟁의 시작

길었던 이번 기아차 통상임금 분쟁은 법률적으로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통상임금의 정의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으로 많이 논의되며 이제는 조금 익숙한 개념이 된 이 통상임금이 무엇인지는 근로기준법을 대표로 하는 노동관계 법령에도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판례에 따라 그 정의와 범위가 보완되어 왔는데, 판례법리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조금씩 변화하면서 통상임금을 바라보는 노사 간 입장차이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법적인 정의에서 조금 벗어나 쉽게 생각을 해보자면, 통상임금은 일하고 받기로 한 시급의 개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시급이 1만원인 경우 연장근로나 휴일근로를 하게 된다면 50%를 가산하여 시간당 1만5000원을 받아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게 됩니다. 다시 말해 회사의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을 좁게 해석하고,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통상임금을 넓게 판단하고 싶은 것입니다.

기아차 노조는 2011년 조합원 2만7400여명이 1차 소송을 제기하며 기본급의 750%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대법원의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통상임금에 대한 정의가 다시 정립되고, 신의칙 법리가 들어오는 등 변화를 거치면서 고등법원까지의 판결이 기아차 조합원들의 손을 들어주게 된 것입니다.  

# 기아차 통상임금 소급 노사합의안 

이번 노사합의안에 담긴 지급금액은 1차 소송 기간(2008년 8월~2011년 10월)의 경우 2심 판결금액의 60%로, 2·3차 소송과 그 이후 기간(2011년 11월 ~ 2019년 3월)의 경우 1인당 800만원입니다. 이에 따라 대략적으로 각 조합원은 평균 1900만원 정도를 수령하게 되며, 기아차는 총 5560억 정도를 지급하게 됩니다.  

사진=금속노조 기아차 지부 홈페이지
사진=기아차 노조 홈페이지

# 8년만에 타결된 이유와 향후 자동차 업계의 여파

장기간 법정 공방을 이어오던 노사양측이 합의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번 조정안에는 지급금액 이외에 고정상여금의 지급주기를 변경하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격월 100%를 지급하던 상여금의 지급주기를 매월 50%로 변경함으로써, 상여금이 최저임금 산정범위에 포함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여 미지급 되어온 연장수당 등을 소급정산 하고자 했던 노조의 입장과 정기상여금의 지급주기를 매월로 변경하여 최저임금 위반을 해소하고자 했던 사측의 입장이 서로 만나면서 이번 합의가 타결될 수 있는 발판이 된 것입니다.

만약 이번 합의가 도출되지 못했더라면 노조의 입장에서도 대법원까지 결과를 장기간 기다려야 했음을 물론, 사측도 약 1000명 정도의 최저임금 위반 이슈를 해결해야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현재 각 법원에 계류 중인 통상임금 소송은 100여건에 이르는 것으로 재계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의 대기업들이 소송 진행중에 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대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다만, 기아차의 경우 재판부가 1심, 2심에서 모두 노조의 손을 들어준 반면, 현대차의 경우 15일이상 근무 시 상여금을 지급하는 규정이 있어 고정성이 없다는 이유로 재판부가 1심, 2심에서 모두 사측의 손을 들어준 상태입니다. 

지난 11일 기아차의 합의안이 도출된 이후 현대차 노조도 동일한 방식으로 통상임금을 적용하라고 사측에 요구를 하고 있습니다. 이를 수용하지 않는 경우 투쟁을 이어가겠다는 노조의 입장이 발표되어 앞으로 험난한 과정이 이어질 것이라 판단됩니다.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각 사의 통상임금 분쟁에서 기아차 노사 합의안이 새로운 모델이 되어줄 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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