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원 칼럼] '위험의 하청' 이제 멈추게 될 것인가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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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4 17:57
[최재원 칼럼] '위험의 하청' 이제 멈추게 될 것인가
  • 최재원 노무사(노무법인 넥스트) (pr@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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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1.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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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말이 있지만, 다른 일에 비해 신체적·정신적으로 위험한 현장은 주변 곳곳에 있습니다. 지난달 르노삼성 부산공장 대형 프레스 기계 앞을 비롯해 태안화력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 구의역 승강장 스크린도어 등이 그러했을 것입니다. 

산업 현장의 사고 예방 및 근로자 안전을 위한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이 약 30년 만에 전면 개정되어 올해 1월 공포됐습니다. 전체 근로자 5명 중 1명이 파견이나 용역, 비정규직 등 간접고용 형태인 국내 산업 현장에서 일명 '김용균법'이라 불리는 이번 개정 법안은 아주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개정 산안법 63조에는 '도급인은 관계수급인 근로자가 도급인의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자신의 근로자와 관계수급인 근로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됐습니다. 즉, 직접 고용한 근로자의 산업재해가 아니면 원청의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던 지금까지의 문제점을 전격적으로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자동차 업계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내 제조업은 비용절감, 인원축소 등을 이유로 원·하청 구조를 갖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위험한 일들은 작업 환경 개선 능력이 없는 하청사 직원들에게 몰리는 것이 현실이었습니다. 

이번 개정 법안은 원청(도급인)의 안전 관리 책임을 명시하고 처벌수준을 강화했습니다. 이를 통해 하청 및 외주를 사용하더라도 작업 현장의 안전 관리까지는 외주를 주지 못하게 하는 작지만 큰 시작점이 됐습니다.

두 번째로 개정 산안법 1조는 이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에서 '노무를 제공하는 자의 안전 및 보건을 유지 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로 변경됐습니다.

작년 10월 인천 쉐보레 출고센터에서 업무 중 차에 치여 숨진 하청업체(DKL) 탁송기사 송 모씨 경우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 등록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회사에서 책임을 회피해 왔습니다. 

노무를 제공하는 자는 근로자 보다 더 넓은 개념으로 오토바이 배달종사자,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등 특수고용형태 종사자를 포함하게 됨으로써 형식이나 명칭에 국한되기 보다 실질적으로 일을 하는 사람들의 안전 및 보건에 대한 보호를 보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물론,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개정 산업법을 원청에게 무한 책임을 묻게 되는 '기업옥죄기법'이 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반대로 다른 한편에서는 위험업무 자체의 외주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개정 법안은 반쪽 짜리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간접고용 형태가 산업재해 발생의 첫 번째 원인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직접고용의 정규직 근로자도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사망 등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비용절감 등을 위해 이뤄진 수많은 하청과 외주들이 해결할 수 없는 위험성까지 함께 전가를 했기에 지금의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이 만들어진 건 아닐까 생각됩니다.

위험한 산업현장의 환경을 개선 할 수 있는 능력이나 권한을 가진 원청(도급사)에게 안전관리의 책임을 더 이상 회피할 수 없게 만든 이번 개정법안 2020년 1월 16일부터 시행됩니다. 

긴 시간 무수한 진통을 거쳐 시작되는 개정법안이 기업이 추구하는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모든 근로자가 좀 더 안전하고 사람답게 일할 수 있게 하는 큰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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