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업계가 연일 뜨겁습니다. BMW 화재 이슈뿐 아니라 메르세데스-벤츠의 시동 꺼짐, 닛산의 녹 사태 등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이 연일 언론에 보도되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역대급 폭염에 짜증이 샘솟는데, 이런 사건들까지 겹치면서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해주고 있네요.

가장 큰 이슈는 아무래도 BMW의 화재 사건이죠. 올해에만 28건의 화재가 BMW 차량에서 발생하며 그 원인에 대한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이런 화재가 유독 한국에서만 발생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BMW코리아는 발 빠르게 진화에 나섰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문제의 차량을 모두 새 차로 바꿔주면 좋았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아예 화재 가능성이 있는 차종을 전량 리콜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BMW가 국토부와 함께 파악한 화재 원인은 배기가스 재순환 장치인 ‘EGR’ 때문인데, 이를 문제 없는 제품으로 바꿔주기로 한 것이죠. 구체적으로는 EGR 모듈을 개선품으로 교체하고, EGR 파이프에 쌓인 침전물에 대한 클리닝 작업을 해준다는 겁니다.

물론, 이 정도는 무척이나 당연한 수순이죠. 그러나 리콜 발표 이후에 추가로 내놓고 있는 후속 조치들을 살펴보면 BMW코리아가 이번 사태를 얼마나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최대한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겠다는 단호한 결의가 엿보여 다행이라 생각됩니다. 

우선, 리콜 대상 차종을 총 10만6317대로 늘렸습니다. 2011년 3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생산된 BMW 디젤 모델 42개 차종인데요, 불이 났건 나지 않았건 의심될만한 모델은 전량 리콜해 원인 자체를 없애겠다는 의지로 보입니다.

대응 속도도 매우 빠릅니다. 무려 10만6317대의 차량을 2주 만에 모두 검사한다는 계획입니다. 이를 위해 전국 61개 서비스센터를 24시간 풀 가동해 긴급 안전 진단 서비스를 실시합니다. 소비자가 서비스센터를 직접 찾아가도 되고, 픽업 앤 딜리버리 서비스나 직원이 찾아가는 방문 서비스를 이용하는 등 3가지 방법으로 검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무상 렌터카도 제공해 줍니다. BMW코리아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진단 작업에는 약 1시간, EGR 모듈 교체는 3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런데 서비스센터 사정으로 즉각 점검을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이 경우 렌터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죠.

가격 보장 및 신차 교환도 약속했습니다. 진단 후 이상 없음이 확인되면 BMW코리아에서 안전 진단 확인서를 발급해 주는데, 이 차량이 리콜을 받기 전에 EGR 모듈 원인으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동급 신차로 교환해주기로 한 겁니다. 또, 점검이나 리콜을 받지 않았더라도 화재가 났을 경우에는 시장 가격을 100% 보장해줍니다(단, 보험사에서 이미 보상을 받았거나 개조된 차량의 경우 제외).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차에 불이 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미 불은 났고, 지금은 이를 어떻게 처리하고 어떤 후속 대책을 마련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소비자들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조처일 수도 있겠지만, 앞서 말했듯 BMW코리아 입장에서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번 화재사건 때문에 'BMW=화재 위험이 높은 차'라는 편견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발생 빈도가 늘어서 그렇지, 냉정히 따져보면 판매 대수당 화재발생건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가 거의 비슷합니다. 자료를 살펴보니 BMW는 1만대당 7.89대고, 벤츠는 7.41대네요. 참고로 현대차 쏘나타는 13.50대, 기아차 쏘렌토는 9.04대로 이들보다 더 높습니다. 경상용차는 스타렉스 35.25대, 현대차 포터 22.43대, 기아차 봉고 13.50대 수준입니다(2010년 1월~2015년 12월 소방방재청 화재 발생 출동 기록 기준).

그래서 더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이번 사건으로 지금까지 BMW코리아가 쌓아온 것들이 한꺼번에 도매금으로 폄훼되는게 아닌가 싶어서요. 개인적으로는 BMW코리아가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를 향상시키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거든요. 실제로 BMW코리아는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달리 (현대기아차도 하지 않는)영종도에 드라이빙 센터를 짓고, ‘M 클래스’ 레이싱 대회를 만들고, 도심 속 드리프트 행사를 여는 등 억지스러운 생색내기 행사가 아니라 진짜로 ‘차를 즐기는 사람 중심의 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이유를 불문하고 이번 화재 사건은 깨끗이 매듭지어야 합니다. 단순히 검사 후 리콜로 끝나면 절대 안됩니다. BMW코리아는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화재의 정확한 원인이 무엇인지, 왜 한국에서만 더 많은 화재가 발생하는지, 일부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국산 부품에 문제가 있는지, 국내 배출가스 규제에 맞추기 위한 설계 오류 및 구조 변경이 있었는지 등등 소비자들의 갖고 있는 궁금증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줘야 합니다.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다, 520d가 유독 많이 팔려 화재도 잦다는 등의 말도 안되는 변명으로 어물쩡 넘어가서는 안되겠습니다. 

신뢰를 쌓는 데는 정말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이를 잃는 것은 순식간입니다. 잃어버린 신뢰를 다시 회복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다행히 BMW코리아는 외양간을 제대로 고치려 양팔을 야무지게 걷어붙인 듯합니다. 진정성 있는 대응과 확실한 재발 방지 노력을 통해 잃어버린 소까지 되찾기를 기대해 봅니다. 혹시 압니까. 잃어버린줄 알았던 소가 외양간 근처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을지 말이에요. 외양간이 얼마나 잘 고쳐졌는지를 보면서 다시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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