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신형 X4 M40d…4년 만의 환골탈태 '진짜 쿠페형 SUV'
  • 전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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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7.30 11:33
[시승기] BMW 신형 X4 M40d…4년 만의 환골탈태 '진짜 쿠페형 SU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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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BMW X4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X6를 처음 봤을 때의 충격과는 달리, 뭔가 식상함이 느껴졌던 탓이다. BMW는 그저 X3와 X5 사이를 연결하기 위해 '4'가 쓰여진 모델이 필요했고, 별다른 고민 없이 X6를 줄인 X4를 내놓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살펴봐도 굳이 X3 대신 X4를 사야 할 이유가 좀처럼 떠오르지 않았다(물론, X4는 출시 4년 만에 20만대가 넘게 팔린 나름 인기 모델이다).

다행히 BMW는 4년 만에 X4의 풀체인지를 단행했고, 만족스러운 성과를 냈다. 얼핏 봐도 기존 모델에서는 느껴지지 않았던 스타일리시한 매력이 뿜어져 나온다. 이제야 ‘매끈한 쿠페 디자인의 도심형 SUV’란 이름표가 잘 어울리는 그런 차가 된 듯하다. 역시 자동차는 보는 맛이 먼저다. 디자인이 마음에 드니 이제서야 X4를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의욕이 생긴다.

BMW X4가 생산되는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신형 X4의 고성능 모델인 M40d를 시승했다. 신형 X4는 10월에 국내에 출시되는데, 20d와 M40d가 먼저 나온 후 30d가 추가될 예정이다

# 이제야 맘에 들었어!!!

신형 X4는 이전 모델보다 꽤 커졌다. 길이는 81mm 늘었으며, 너비도 37mm 넓어졌다. 모든 수치에서 경쟁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GLC 쿠페를 넘어서는데, 덕분에 차체 비율이 더욱 스포티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쿠페에 잘 어울리는 실루엣이 완성됐다. 특히, 보닛에서 A필러를 타고 지붕을 거쳐 트렁크로 이어지는 매끄러운 쿠페 라인, 육각 휠아치를 비롯해 숄더 라인과 캐릭터 라인이 만들어내는 음영 등은 이전 X4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일명 앞트임이라 불리는 램프와 그릴을 연결시킨 디자인은 사라졌다. 다행이다. 개인적으로는 세단은 몰라도 SUV는 억지로 연결시켰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전면부 시선이 램프보다 그릴에 더 많이 가는데, 이에 맞춰 키드니그릴도 크기가 더욱 커지고 디자인도 입체적으로 바뀌었다. 어중간한 위치에 애매하게 자리하던 동그란 안개등도 가로로 긴 수평형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BMW는 LED 사용에 소극적이었는데, 신형 X4의 모든 조명에는 LED를 적용하는 등 반가운 변화도 보였다.

후면부의 변화는 가장 만족스럽다. 답답한 느낌이 들 정도로 두꺼웠던 램프 디자인이 얇고 스타일리시하게 바뀌었다. 짜리몽땅하던 테일램프는 길고 늘씬하게, 그리고 시원하게 후면부를 가로지른다. 새로운 램프 디자인을 보니, 어쩌면 예전 X4 디자인이 아쉬웠던 이유는 모두 테일램프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마저 들었다. 참고로 X4의 외관 디자인은 x라인, x 스포츠 X, M 스포츠 등 3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실내 디자인도 조금씩 달라진다. 

# 완성도 높인 실내…변하지 않는게 나의 변화다

실내는 작년 국내에 출시된 X3와 크게 다르지 않다. 어차피 형제 관계인 데다가, 풀체인지 주기가 거의 비슷하니 실내 디자인이 다를 이유가 없는 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BMW의 디자인이 바뀌지 않는 것에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하는데, 생각해보면 BMW의 디자인은 꾸준히 바뀌고 있다. 다만 눈에 보이는 큰 변화 대신 완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경쟁 브랜드와 비교해 그 폭이 작게 느껴질 뿐이다. 아마 세계 자동차 디자이너 중에서 BMW 디자이너가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투덜투덜 불만을 내다가도 막상 실내에 앉아보면 이런 불만이 쏙 들어간다. 그만큼 BMW 실내 디자인의 고급스러움과 완성도는 매우 뛰어나다. 느낌 좋은 시트에 앉으면 정갈한 레이아웃의 센터페시아가 눈에 들어온다. 시인성 좋게 적재적소에 배치된 각종 조작 버튼들은 사용하기가 매우 편리하고, 손에 닿지 않는 곳까지 고급 소재를 사용해 꼼꼼히 마무리했다. 여기에 6가지로 조절할 수 있는 엠비언트 라이트 및 내부 공기를 정화하는 엠비언트 에어 기능이 추가됐다.

뒷좌석 및 트렁크 공간은 더욱 넓어졌다. 아무래도 쿠페형 SUV다 보니 뒷좌석 공간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신형 X4는 이런 걱정을 말끔히 해결했다. 우선, 이전 모델보다 휠베이스가 54mm 늘어나면서 2열 공간이 더욱 넉넉해졌다. 트렁크 공간은 평소 520리터고, 4:2:4로 접히는 뒷좌석을 모두 접으면 1430리터까지 늘어난다. 

# X4 M40d, 제로백 4.9초의 고성능 SUV

시승한 차는 X4에 새롭게 추가된 고성능 모델인 M40d였다. 사실, BMW의 디젤 차량을 시승하다 보면 30d만 있어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이는 비단 5시리즈나 X3에 한정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엔진의 성능은 7시리즈와 X5·X6 등 대형차급까지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여기서 더 고성능을 추구한 것이다. 그것도 SUV에 말이다. 국내에 M40d 파워트레인은 X3가 아닌 X4에 우선 적용된다. 

3.0 V6 엔진을 기반으로 만든 것은 30d와 같지만, 최고출력은 326마력으로 30d보다 60마력가량 높다. 덕분에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에 4.9초 만에 도달한다. SUV 중에서는 발군의 실력이다. 

그런데, 매우 부드럽게 달린다. 조금 더 과격할줄 알았는데, 30d보다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든다. X5와 X6 M 버전을 탔을 때와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이 차에 'X4 M'이라 이름 붙이지 않고, 'M40d'라 부르는 이유가 있는 듯하다.

일반 도로에서의 스티어링과 가속 페달, 브레이크의 반응은 시종일관 여유가 있다. 움직임 자체가 물이 흐르는 듯 부드러운데, 그 물살이 꽤 거대했다. 모순적인 표현이지만 가벼우면서도 묵직한 느낌이다. 운전자의 조작을 워낙 능숙하게 받아주니 여유와 힘이 동시에 느껴진다. 꽤 몰아붙여도 충분히 더 달릴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테스트 서킷에서 극단적으로 몰아봐도 모두 다 허용해준다. 속으로 '어쭈 이것 봐라, 이것도 돼?'라는 물음표는 곧 "여기까지 커버를 해주네!, 이것까지 가능하다니!'란 느낌표로 바꿔준다. 그럼에도 아직 내가 못 가본 미지의 영역이 더 남아있을것 같다는 묘한 설렘까지 준다.

사실, BMW의 주행 능력 자체가 워낙 발군이다. 앞뒤 5:5 무게 배분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지켜오고 있으며 지능형 사륜구동 시스템인 X드라이브의 완성도는 더욱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정점에 오른 디젤 파워트레인과 차체 강성과 경량화 및 에어로 다이내믹, M으로 단련해온 브레이크와 서스펜션 기술 등은 BMW의 독보적인 주행 능력을 만들어냈고, 이는 SUV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다만, ESC의 개입이 완전히 꺼지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안전을 위해서라지만, 'M'자를 붙였다면 최소한 모드 설정을 통해 ESC를 완전히 끄는 기능이 있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 뭐, 있을건 다 있어요

BMW가 워낙 주행 성능이 강조되는 모델이다 보니 첨단 사양에서는 뭔가 손해를 보는 듯하다. 워낙 달리는 맛이 있어 다른 사양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이유도 있겠지만, BMW도 그리 중요하게 어필하지 않는 느낌이다. 

시승한 X4 M40d에는 10.25인치 스크린 디스플레이가 있는데, 커맨드 컨트롤러뿐 아니라 터치까지 가능하다. 그동안 BMW는 안전을 이유로 터치에 부정적이었는데, 한번 터치를 지원하기로 마음먹고 나니 그 완성도가 매우 뛰어나다. 또, 음성인식뿐 아니라 제스처 컨트롤까지 이용할 수있다. 제스처 컨트롤은 실용성에 대해 말이 많은데, 앞으로의 자율주행차 시대에 필요한 기술이지 않나 싶다. 헤드업디스플레이는 더 크고 정교해졌다.

운전 보조 시스템으로는 제동 기능과 충돌 및 보행자 경고 기능, 도심 충돌 완화 기능 등이 들어간 크루즈 컨트롤이 기본으로 적용됐는데,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을 옵션으로 선택하면 완전 정차 및 출차까지 지원해준다. 또, 평행 및 수직 주차를 지원해주는 파킹 어시스턴트 플러스와 360도 파노마라뷰 기능도 들어있다. 

BMW의 반자율주행기술은 더욱 완성도가 높아졌다. 0~210km/h까지의 속도에서 앞 차와의 움직임과 차선을 감지하며 자신의 차로를 그대로 유지하며 주행하게 해준다. 여기에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한 능동형 측면 충돌 보호 시스템, 교차차량 경고 및 교차로 경고 시스템 등이 탑재됐다.

BMW가 4년 만에 X4의 풀체인지를 했다는 것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SUV 인기가 높아질 수록 제품 세분화는 당연한 수순이다. SUV가 세단과 결합한 도심형 SUV로 바뀌는 것도, 더 작은 SUV들이 나오는 것도, 각 브랜드들이 쿠페형 SUV를 만드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다. 과거 BMW는 가장 먼저 이러한 시도를 했고, 만족할만한 성공을 거뒀다. 그 결과 독일 프리미엄 3사 중 가장 많은 SUV 판매량을 올리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작정하고 쫓아오는 경쟁사들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있는 형편이다.

그래서 4년 만의 풀체인지는 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X3와 X4의 제품 주기를 비슷하게 가져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정통 SUV와 쿠페형 SUV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다. 실제로 X3와 X4의 풀체인지 일정에 차이가 나면 날수록 한 모델은 구형이 되어버리는 패턴이 반복된다. 형제 모델로서 이 간극을 얼마나 줄일수 있느냐가 바로 윈-윈의 지름길인 것이다. BMW는 X3・X4에 이어 X5와 X6의 제품 주기도 맞춘다는 계획으로, 이 전략이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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