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i20 액티브가 코나 동생이 될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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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4 10:02
[이완 칼럼] i20 액티브가 코나 동생이 될 수 없는 이유
  • 독일 프랑크프루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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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6.04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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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가 코나보다 작은 경차급 SUV를 선보일 것이라고 하죠. 그리고 최근 언론을 통해 유럽 전략형 모델인 i20 액티브(Active)가 그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많은 분이 관심을 보인 소식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려운 얘기입니다. 왜일까요?

# i20 액티브는 어떤 차?

i20는 현대의 겟츠(국내명 클릭) 후속으로 2008년 파리모터쇼에서 공개됐죠. 그리고 현재 유럽 등에서 판매되고 있는 2세대 역시 2014년 파리모터쇼에서 공식 데뷔했습니다. 터키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데, i시리즈 중 경차 i10과 함께 한국에서는 판매가 안 되는, 말 그대로 유럽 전략형 모델입니다.

i20 액티브 / 사진=현대자동차
i20 액티브 / 사진=현대자동차

i20는 5도어, 3도어 쿠페, 그리고 오늘 주인공인 i20 액티브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i20 액티브는 지상고를 조금 높여 온오프 이용을 겸할 수 있는 그런 콘셉트로 나온 크로스오버 모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현대의 차들 중에서도 디자인 균형감이 뛰어난 모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차는 공간이 동급들과 비교해 넉넉하다는 장점이 있는데요. 비교적 조립 품질도 좋은 편이고, 5년(거리 무제한) 무상 보증의 혜택도 받을 수 있어서 인기가 있는 편입니다. 반대로 조향 능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 이 차가 한국에 들어오기 힘든 이유

그런데 문제는 이 i20 액티브가 매체들이 밝힌 것처럼 코나의 동생이 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인데요. 우선 i20 액티브를 내놓기 위해서는 한국 공장에 조립 라인을 신설해야 하고 노조와 협의를 해야 합니다. 남미든 유럽이든 어디든, 현지에서만 팔기로 하고 개발된 모델을 한국에 들여오기 위해서는 노조 합의라는 큰 관문을 넘어야 하는데, 이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i20 액티브 / 사진=현대자동차
i20 액티브 / 사진=현대자동차

두 번째는 i20 액티브 플랫폼 자체가 오래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2008년부터 만들기 시작했고, 터키 공장에서 새롭게 제작하기 시작한 게 2010년부터니까 못해도 8년은 된 플랫폼인데 여기서 만들어지는 차를 새로운 경차급 SUV로 내놓는다? 아무리 현대가 욕을 먹는다 해도 이런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현재 개발 중인 QX (가칭 레오니스)는 한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경차급 SUV가 먹힐 만한 해외 시장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것이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사골 플랫폼이 아닌, 새로운 플랫폼을 통해 제작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또 한 가지, i20 액티브가 SUV에 요구되는 높은 지상고로 소비자를 만족하기 어렵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겠죠.

액티브 최저지상고가 190mm인데 i20의 170mm보다 20mm 정도밖에 높지 않습니다. 이런 정도로는 SUV라고 말하기 어렵죠. 아무리 작더라도 SUV다운 지상고를 보이는 게 중요하고, 그러려면 현재 i20 액티브보다는 훨씬 더 지상고가 높아야 합니다. 온오프 겸용 해치백과 SUV는 분명히 한 눈으로 봐도 구별돼야 한다는 건 판매 전략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니, 못해도 포드 에코스포츠 정도의 높이는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 경차급 SUV 등장에 엑센트 단종?

들리는 바에 따르면 이 경차급 SUV에는 가솔린과 디젤 엔진 모두 들어갑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앞바퀴 굴림 외에 사륜구동 방식도 나와야 하는 게 아닌가 싶은데요. 이미 유럽에서는 전장 4미터 이하의 스즈키 짐니, 피아트 판다 4X4, 그리고 그보다 약간 큰 포드 에코스포츠 등이 모두 사륜구동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니 현대차 역시 네바퀴 굴림을 내놓고 경쟁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코스포츠 / 사진=포드
에코스포츠 / 사진=포드

그런데 이 작은 SUV 소식과 함께 엑센트 단종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작년부터 얘기됐었죠. 다만 현대자동차는 그동안 코나를 엑센트 대체 모델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코나 등장이 엑센트 단종의 직접 원인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QX 개발은 엑센트 단종의 직접 원인이 될 수 있고, 따라서 한국 시장에서 엑센트 단종은 현재로는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만약 엑센트가 단종된다면 프라이드와 함께 오랜 세월 현대와 기아를 대표해온, 역사와 나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소형 모델 모두가 사라지는 게 됩니다. 한국 브랜드 소형차 명맥이 완전히 끊기게 되는 것이고 소비자 선택권 역시 사라지게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소비자는 앞으로 쉐보레나 르노 등, 외국계 회사들이 내놓는 소형차만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SUV를 선호하는 시대 흐름을 자동차 회사가 거스르기 어렵다는 거 잘 알지만, 그래도 이것이 한국을 대표하는 자동차 회사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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