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BMW M760Li xDrive “V12 엔진과 M의 만남”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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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6.28 14:34
[시승기] BMW M760Li xDrive “V12 엔진과 M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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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의 엔진 제작 기술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F1에서 V6 터보 엔진이 대세였던 1980년대 초반, BMW는 1천마력이 훌쩍 넘는 1.5리터 직렬 4기통 터보 엔진으로 그들을 압도했다. BMW는 엔진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넘쳤고, 이를 바탕으로 거대한 V12 엔진을 만들었다. 1977년 탄생한 BMW 7시리즈가 큰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V12 엔진 덕분이었다.

 

BMW는 1987년부터 7시리즈에 5.0리터 V12 엔진을 탑재하기 시작했다. 이 엔진은 주요 부분이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고, 실린더 뱅크마다 별도의 연료 분사, 점화,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이 적용됐다. 최고출력은 295마력으로 강력함과 여유로움을 동시에 머금고 있었다. 먼저 시장을 선점하고 있었던 메르세데스-벤츠는 4년이 지난 후 S클래스에 V12 엔진을 장착하기 시작했다.

 

BMW는 지금도 플래그십의 상징인 V12 엔진을 아주 정성껏 만들고 있다. 롤스로이스를 인수한 후 V12 엔진의 중요성이 더 높아지기도 했다. BMW그룹의 V12 엔진은 독일 뮌헨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생산된다. 전통적인 엔진 생산 방식처럼 작업대 위에 엔진을 세워놓고 작업자가 조립한다. 이 작업은 BMW 엔진 작업자 중에서도 가장 노련한 사람만이 할 수 있으며, 하루에 딱 12개만 생산된다.

 

공들여 제작된 M760Li xDrive의 6.6리터 V12 M 퍼포먼스 트윈파워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609마력, 최대토크 81.6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출력에서는 메르세데스-AMG S65가 조금 더 강력하지만,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M760Li xDrive이 3.7초로 0.6초나 더 빠르다.

‘밟는대로 나간다’란 표현이 정말 잘 어울렸다. 길이 5328mm, 무게 2310kg에 달하는 리무진이 쏜살같이 달렸다. 아우토반에 간다면, BMW가 봉인한 시속 250km의 제한속도가 몹시 야속할 것 같았다. 시속 100km가 넘어도 반응은 시속 10km 마냥 즉각적이었다. 계기바늘은 아주 힘차게 움직였다. 지칠 줄 몰랐다.

 

엔진 회전계 바늘이 한계선에 가까워져야, 비로소 V12 엔진의 음색이 실내로 파고 들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M의 ‘날것’ 같은 소리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경박하지 않았다. 깊이와 절도가 느껴졌다. M 퍼포먼스 시프트 프로그램을 통해 V12 엔진에 최적화된 8단 스포츠 변속기는 DCT 변속기를 비웃기라도 하듯 영민하게 작동했다. 차곡차곡 부드럽게 기어를 쌓다가도 한순간에 기어를 서너단씩 낮추기도 했고, 클러치가 떨어졌다 붙을땐 격렬하게 들썩이기도 했다.

 

엔진은 누구나 거대하게 만들 수 있다. 어떤 성격을 부여할 것인지, 거대한 엔진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일찌감치 S클래스에 AMG 배지를 부착할 때도, BMW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 엔진의 성능만 강력하다고 M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M은 화려함보다 ‘속도’에 대한 갈망으로 똘똘 뭉친 브랜드다. 서킷을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를 만드는데 포커스를 둔다. 그동안 7시리즈는 서킷과 거리가 멀었다. 크고 무거웠다. 부드러운 승차감과 고급스러움, 편안함이 선행되는 덕목이었다.

 

그런데 현행 6세대 7시리즈는 M의 도전정신을 불태울 만큼 구조적인 완성도가 높아졌다. i시리즈를 만들면서 축적한 카본 코어 차체 기술이 적용되면서 무게가 크게 줄었고, 강성은 증가됐다. 카본 파이버와 초고장력 강판, 알루미늄 등으로 기본 골격을 만들었고, 보닛, 도어, 트렁크 등의 외부 패널은 대부분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천장 프레임을 비롯해, A필러, B필러, C필러 등은 카본 파이버와 강철, 알루미늄 등을 겹쳐 만들었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 서스펜션, 액티브 롤 스태빌라이저, 인테그럴 액티브 스티어링, xDrive 등 섀시 컨트롤 시스템의 종합적인 발전도 이뤄졌다.

M4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M760Li xDrive는 코너에서도 긴 휠베이스에 어울리지 않는 민첩함을 지녔다. BMW는 언제나 그렇지만, 큰 차를 타고 있음에도 실감이 오지 않았다. 푹신했던 서스펜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른 표정을 지었다. 이그제큐티브 드라이브 프로는 내비게이션, 스테레오 카메라, 주행 스타일 분석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노면과 도로 상황을 미리 예측하고 스스로 서스펜션을 제어했다. 알게 모르게 수많은 전자장비는 든든하게 운전자를 지원하고 있었다.

 

롱휠베이스 모델답게 뒷좌석은 호화롭고, 편안했다. 앞좌석을 접어 발을 쭉 펴고 앉아,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와 섬세한 B&W 오디오 시스템이 만드는 엔터테인먼트 환경은 프리미엄 영화관 부럽지 않았다. 자동차 구현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실내 환경을 갖고 있지만, 몸이 근질근질했다. 스티어링휠을 꽉 부여잡고 가속페달을 힘껏 밟고 싶은 욕구가 차올랐다. 그리고 이내 서킷에서의 움직임을 상상했다.

 

M760Li xDrive는 여느 플래그십이 갖지 못한 새로운 감각이 있었다. 평범한 7시리즈는 물론, 메르세데스-AMG의 S클래스와도 달랐다. M이 한쪽 발만 담궜을 뿐인데 변화는 놀라웠다. V12 엔진과 M의 만남은 플래그십 세단의 역할과 영역을 확장시켰고, 럭셔리 대형 세단을 보는 시각마저 새롭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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