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기아차가 기자들에게 배포한 기아 K3 디젤 주행 사진을 살펴보면 웃음이 나온다. 번호판에 'K3 DIESEL'이라고 적혀있는데 마치 포토샵을 처음 다룬 사람이 작업을 한 듯 엉성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신차 주행 사진은 마치 얼굴과도 같은 중대한 것인데, 왜 이렇게 급하게 작업 했을까.

해당 업체 관계자는 "시승차에 사용된 임시번호판은 최대 2년까지 사용할 수 있는 '시험 주행용'이기 때문에 최근 이 번호판을 마케팅이나 시승에서 노출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와서 어쩔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임시번호판은 정부가 부득이한 필요에 의한 경우에 발급하는 것으로 취등록세는 물론 분기별 자동차세 등 각종 세금을 전혀 납부하지 않은 상태로 운행한다. 때문에 정부는 신규차량, 수입차량, 수출차량, 시험연구차량 등 총 4가지에 한해서만 한시적으로 운행할 수 있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신규 등록의 경우 10일, 수출의 경우 20일의 극히 짧은 기간만 운행이 허가되는 반면 시험연구를 위해선 2년이나 등록 없이 주행이 가능하다. 시험연구를 위해선 사전에 '시험연구계획서'를 제출하고 이에 맞게 주행해야만 하고, 이를 어기면 '목적위반운행'에 해당해 적발과 동시에 50만원의 과태료를 납부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자동차 업계에선 시험연구용 번호판을 장착한 자동차를 시승차로 전용하거나 마케팅용으로 활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 PPL로 등장한 기아차의 임시번호판

심지어 인기 MBC 간판 TV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도 기아차의 신모델들이 여러차례 등장했는데, 이때마다 시험운행용 임시번호판이 그대로 노출됐다.

또 인터넷에 '시승기'를 검색하면 장기 자체 시험 주행용 번호판을 그대로 장착한 채 마케팅 및 시승용 차량으로 그대로 이용한 차량들만 수백대가 나열된다. 대부분은 현대기아차지만 한국GM도 일부는 임시번호판을 이용해 시승행사 등을 하는 정황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에 따르면 "차량 등록을 하지 않고 광고 등에 활용하는 것은 불법이므로 제재 대상이 된다"면서도 "모든 차량을 감시할 수는 없고, 신고가 들어오면 제재는 하겠지만 어차피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한 후, 시정 되지 않았을때에야 다시 부과할 수 있어 업체 입장에선 그리 큰 금액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들이 임시번호판을 장착한 차를 그대로 마케팅에 활용하는 원인에 대해선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차 관계자는 "부서별로 차량을 따로 관리하고 있는데, 새로 차를 뽑자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결재 절차 등도 복잡하다"면서 "초기엔 판매차도 없어 연구소 등에서 빌려오기 때문에 임시번호판 차량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음주 초 영암에서 제네시스 시승이 잡혀 있는데 이것도 당연히 임시번호판으로 운행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 관계자는 "본래의 시험 목적이 종료되고 마케팅 용도로 활용하려면 반드시 임시번호판을 반납하고 차량을 정식 등록해 사용해야 적법하다"면서 "하루면 등록할 수 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한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편의를 명목으로 제조사가 납부하지 않는 세금 및 비용은 차량 한대 구입때마다 취득세, 등록세, 지하철 공채, 부가세 등 적게 잡아도 차량 가격의 20%가 넘는다. 쏘나타 2.0을 기준으로 하면 2년간 대당 약 700만원, 에쿠스 5.0을 기준으로 하면 2년간 대당 2500만원 가량이다. 시승회를 한번 개최하면 40대 가량의 임시번호판 차량이 동원된다. 다음주 영암에서 개최되는 제네시스 시승회만 해도 대략 6억원 가량 세금이 납부되지 않고 진행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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