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가 쏘나타·K5를 출시하며 야심차게 선보인 '7개 심장'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판매량은 점차 줄어드는 가운데 LPG 모델만 판매량을 유지하는 중이다. 택시로 팔린 구형 쏘나타(YF)를 제외하면 이미 SM6에 추월 당했다. 

 

1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최근 5개월(2015년10월~2016년2월)간 판매된 신형 쏘나타·K5 7만223대 중 LPG 모델은 2만3221대로 33.1%에 달했다. 쏘나타는 7개 종류의 파워트레인을 갖춘 모델을 내놨고, K5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6종의 모델을 출시하는 등 파워트레인 다변화를 통한 실적 상승을 노렸지만, 기대와 달리 LPG 비중만 증가하고 있다.

# 줄어드는 중형차 시장, 라인업 7개로 늘렸지만…

비단 쏘나타·K5뿐 아니라 국내 중형차 시장은 그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과거 중형차를 사던 소비층이 그랜저·K7 등 준대형급으로 올라갔으며, 젊은층도 아반떼·K3 등 젊은 느낌의 준중형차를 구매한다. 특히, 최근에는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SUV를 선택하는 경우도 많다.

 

최근 7년간 쏘나타·K5(로체 포함) 판매량 추이를 살펴보면 이런 흐름은 더 명확하다. 쏘나타의 경우 2009년 YF가 나왔을 때 15만대가량이 팔렸지만, 점차 줄더니 2013년 9만대까지 떨어졌다. 2014년 LF로 바뀌면서 11만대 수준으로 올랐지만, YF와 비교하면 30%가량 줄어든 것이다. 

2009년 5만대 팔렸던 로체는 2010년 K5로 바뀌면서 8만대 수준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그러나 2014년 5만대로 다시 떨어졌다. 작년 신형 모델로 풀체인지되면서 6만대로 올랐지만, 이전 모델에 비해서는 25% 정도 감소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기아차는 신형 쏘나타·K5를 출시하며 '7개 심장' 전략을 들고 나왔다. 2.0 가솔린부터 2.0 LPG(또는 2.4 가솔린), 1.7 디젤, 1.6 터보, 2.0 터보,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그물망 라인업을 통해 틈세 시장까지 모조리 공략하겠다는 의도였다.

전략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라인업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된 마케팅 활동은 거의 없었다. 새 파워트레인을 통해 중형차 시장의 전체 '판'을 바꾸겠다는 적극적 움직임은 전무했다. 오히려 전체 판매량이 줄어들자 당장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되는 2.0 가솔린과 2.0 LPG 등에 더 집중 했던 것도 패착이다.

# 7개의 심장 실패, 영업용 LPG로 버티기

지난 5개월간 판매된 쏘나타 4만2469대 중 LPG는 1만7270대로 무려 40.7%를 차지했다. 구매자 10명 중 4명은 택시와 렌터카 등 영업용으로 쏘나타를 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 숫자는 주력 모델인 2.0 가솔린(1만5987대, 37.6%)보다도 많다.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가 3953대로 9.3%를 차지했을뿐, 새롭게 추가된 디젤은 3441대로 8.1%, 1.6 터보는 1174대로 2.8%, 2.0 터보는 644대로 1.5%에 불과했다. 라인업은 크게 늘었지만, 일반 판매 비중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그나마 K5는 쏘나타에 비해 양호한 편이었다. 2만7754대 중 LPG는 5951대로 쏘나타의 절반 수준인 21.4%를 기록했다. 그러나 LPG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는 있는 데다가, 신규 모델들이 안 팔리기는 마찬가지였다. 디젤은 3956대로 14.3%, 하이브리드는 1546대로 5.6%, 1.6·2.0터보는 774대로 2.1%에 그쳤다. 그나마 2.0 가솔린이 1만5527대로 56.0%를 차지했다.

# 기아차가 르노삼성에 지다...중형세단 시장 판도 바뀌나

최근 출시된 르노삼성 SM6와 비교해보면 쏘나타·K5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2개월간 사전계약된 SM6 약 2만대를 살펴보면, 쏘나타·K5에 취약한 1.6 터보의 비중이 약 28%에 달했으며, 2.0 가솔린도 60%나 됐다. 

특히, SM6는 이번달 6751대가 판매돼 K5(4255대)를 훌쩍 뛰어넘었을뿐 아니라 신형(LF) 쏘나타(6442대)까지 제쳤다.

 

SM6의 LPG판매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아직 택시 판매를 개시하기 전이라서다. 택시 판매가 시작되면 역시 쏘나타·K5 판매량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르노삼성이 SM6의 인기에 힘입어 디젤 모델까지 추가하면 쏘나타·K5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중순으로 예정된 쉐보레 신형 말리부도 SM6처럼 다운사이징 1.5 터보를 주력으로 가져갈 것으로 보인다. 최근 추세에 맞춰 1.5 터보와 함께 기존 2.0 자연흡기와 고성능 2.0 터보를 함께 출시하고 이후 디젤 및 하이브리드도 추가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역시 쏘나타·K5에게 큰 위기다.

 

업계 한 전문가는 "현대기아차가 당장 잘 팔릴 만한 모델들에만 역량을 집중하며 새로운 트랜드를 만드는데 소홀한 부분이 있다"면서 "다운사이징 열풍에 부랴부랴 쏘나타·K5에 1.6 터보를 추가했지만, 이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고 분석했다.

이어 "SM6와 신형 말리부 등이 다운사이징 터보 엔진으로 틈새를 공략했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특히, 쏘나타·K5의 일반 판매가 줄어들면서 앞으로 중형세단 시장 판도는 크게 흔들릴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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