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중형세단 시장에 터보 경쟁이 본격화됐다. SM6와 신형 말리부 등 신차들이 터보 엔진을 앞세워 쏘나타와 K5 등 기존 강자들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터보 엔진은 고성능 스포츠카뿐 아니라 일반 소형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이른바 다운사이징 열풍으로, 배기량을 줄이면서도 그 이상 동력 성능 및 연료 효율을 얻으려는 경우다. 다른 하나는 고성능을 위한 것으로, 배기량을 유지하면서 터보를 통해 더욱 강력한 주행 성능을 내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동안 국산 중형세단은 다운사이징보다는 고성능을 위한 터보가 주로 사용됐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쏘나타와 K5 2.0 터보만 만들다가 작년에야 1.6 터보를 추가했을 뿐이다. 그나마도 주력을 2.0 자연흡기와 1.7 디젤로 잡은 탓에 1.6 터보에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르노삼성 SM6가 나오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판매량 자체가 쏘나타와 K5를 턱밑까지 쫓아올 정도로 많은 데다가, 이들과 달리 1.6 터보까지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순에 출시될 예정인 쉐보레 말리부까지 다운사이징 터보를 주력으로 삼을 예정이어서 현대기아차에서도 앞으로는 1.6 터보에 많은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 르노삼성 SM6, '중형세단 시장의 판을 바꾸다'

 

28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지난달 사전 계약에 들어간 SM6가 2달여 만에 2만대 계약을 돌파할 예정이다. 이 중 1.6 터보의 비중은 약 30%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약 6000대 가량으로, 아직 2.0 자연흡기에 비해서는 판매량이 적지만, '중형세단=2.0 자연흡기'라 여기던 국내 소비자들의 인식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르노삼성은 SM6 출시 전부터 2.0 자연흡기보다는 1.6 터보에 힘을 쓰는 모습이었다. 가격부터 1.6 터보가 높은 데다가, 각종 고급 사양도 1.6터보에 더 많이 장착됐다. 일종의 '배기량 하극상'인데, 그만큼 SM6의 상품성에 대한 자신감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M6에 대한 기자들의 평가는 1.6터보가 더 좋은 편이다. 차체와 엔진, 조향 시스템, 변속기 등 전체적인 밸런스가 매우 뛰어나다는 의견이 많다. 게다가 1.6 터보의 제원상 동력 성능은 최고출력 190마력, 최대토크 26.5kg·m로, 쏘나타와 K5 1.6 터보(180마력, 27.0kg·m)보다 좋다.

# 쉐보레 신형 말리부, '다운사이징 1.6·고성능 2.0 '쌍끌이 전략'

 

쉐보레 신형 말리부는 올해 중순경 국내에 출시돼 중형차 경쟁에 뛰어든다. 국내에 앞서 출시된 미국의 경우 1.5 터보 엔진과 2.0 터보가 장착됐다. 또, 1.8리터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조합된 하이브리드 모델도 있다.

현재 한국GM은 현재 신형 말리부에 어떤 엔진을 장착할지 고심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다운사이징 1.5 터보를 주력으로 가져가면서 기존 2.0 자연흡기와 고성능 2.0 터보를 함께 출시하는 포트폴리오를 짤 가능성이 높은데, 이후 디젤 및 하이브리드도 추가한다는 계획으로 전해졌다.

 

1.5 터보 엔진의 경우 미국에서도 주력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기존 2.5 자연흡기 엔진을 대체한다. 최고출력은 160마력, 최대토크는 25.5kg·m로 국내에 판매되던 2.0 가솔린(141마력, 18.8kg·m)보다 출력과 토크가 모두 우수하다. 2.4 가솔린(170마력, 23.0kg·m)과 비교해서는 출력이 10마력 낮지만, 토크는 2.5kg·m 높다. 참고로 2.0 터보 엔진은 최고출력 250마력, 최대토크 35.7kg·m로, 쏘나타·K5 2.0 터보(245마력, 36.0kg·m)와 비슷한 수준이다.

# 현대기아차 쏘나타·K5 터보, '중형차 시장을 사수하라'

 

현대기아차는 SM6와 말리부보다 먼저 다운사이징 1.6 터보를 선보였지만, 판매량을 늘리는데 그리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워낙 2.0 자연흡기 및 1.7 디젤의 비중이 높은 데다가, 새롭게 추가한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판매량에도 신경써야 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1.6 터보의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쏘나타의 경우 전체 판매량에서 1.6 터보가 차지하는 비중이 6% 수준에 불과했으며, K5는 이보다 더 낮았다. 쏘나타와 K5 모두 '7개의 심장'을 슬로건으로 내세웠지만, '중형세단=2.0 자연흡기'란 기존의 판을 바꾸는데는 실패했다. 

 

그러나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마냥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자신들에 취약한 1.6 터보 시장을 르노삼성 SM6가 집요하게 공략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곧 나올 쉐보레 말리부까지 다운사이징 터보 시장을 공략하면 쏘나타와 K5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 입장에서는 이들을 견재하며 중형차 시장을 사수하기 위해서는 1.6 터보에 대한 보다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

이에 대해 업계 한 전문가는 "비록 SM6의 가세로 판매량은 늘어났지만, 국내 중형차 시장은 그 규모가 점점 줄어들고 있던 상황"이라며 "다운사이징 엔진을 앞세운 신규 모델이 추가되면서 쏘나타와 K5가 주도하는 시장에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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