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아이디얼팀벤처예요. 굼퍼트, 디토마소 모두 내가 샀죠.”

스포츠로 바짝 깎은 머리에 플라스틱 안경테를 쓴, 어찌보면 대학생 티를 막 벗은 젊은이가 말한다. 다른 곳에서 만났다면 미친 사람이라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곳은 제네바모터쇼 중 아폴로 부스. 모두가 저 사람이 오너라 말하니 믿을 수 밖에 없다. 

이번에 모터쇼에 처음 등장한 브랜드 아폴로는 사실 굼퍼트(Gumpert)로 불리던 독일 슈퍼카 제조사의 새 이름이다. 2013년 파산한 회사를 아이디얼팀벤처(Ideal Team Venture)라는 자본이 인수한 것까지는 알려져 있었다. 

'아이디얼팀벤처'는 이미 지난해 디토마소(De Tomaso)라는 전통있는 슈퍼카 제조사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마니아들을 충격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디토마소는 한때 페라리와 함께 F1에 출전하던 명망있는 브랜드고, 판테라 등의 인기 슈퍼카를 내놓은데다 2006년까지도 차를 만들어왔다. 피인수 당시 전통있는 이탈리아 브랜드가 한낱 중국 회사에 팔린 것에 대해 불만을 터뜨린 이도 많았다. 무엇보다 이 낯선 중국 인수자가 누구인가를 놓고 해외 매체들 사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 1971년형 디토마소 판테라(De Tomaso Pantera) SL

무엇보다 ‘굼퍼트’는 독일의 페라리라고도 불릴만큼 강력하고 화끈한 자동차를 만들던 회사였다. 굼퍼트 아폴로는 뉘르부르크링에서 도로주행 가능 자동차 중 가장 빠른 차라는 명성을 6년간 이어갔다. 스포츠카의 명가 포르쉐도 그 기록을 넘지 못하다 12억짜리 하이브리드 슈퍼카 '포르쉐 918 스파이더 바이삭 에디션' 모델을 내놓으면서 이 기록을 간신히 넘었다. 

굼퍼트의 가장 아쉬운 점은 이름이었다. 창업주인 롤랜드 굼퍼트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회사를 만들고 싶었다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굼퍼트의 이름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가 아니었고, 그 때문에 강력한 자동차 성능에도 불구하고 이름 때문에 제 값을 못한다는 평가도 있었다. 

6년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도로용 자동차 였던 굼퍼트

파산했다고만 알려졌던 굼퍼트는 이날 아폴로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터쇼 무대를 열었다. 아폴로는 이날 무대에 굼퍼트 아폴로를 개조한 '아폴로N'과 미래의 슈퍼카 콘셉트인 '아폴로 애로우(Arrow)'를 내놨다. 

# '굼퍼트', '디토마소'를 끌어올린 중국인

회사를 다시금 수면위로 끌어올린건 대체 누구였을까. 베일에 싸인 회사의 정체는 금세 알 수 있었다. 모터쇼 현장에는 그 논란의 중심이던 ‘아이디얼팀벤처’가 와 있었기 때문이다. 거창한 이름과 달리 의외로 단 한명이 그 주인공이었다.

앳된 얼굴의 노만초이(Norman Choi)라는 홍콩계 중국인이다. 꾸밈 없는 차림에 아직 학생티를 벗지 못한 듯한 그는 40대 중반이라고 했지만 여전히 30대처럼 보인다.  

초이는 “아이디얼팀벤처가 왜 갑자기 부각됐는지 모른다”면서 “그 벤처는 나 자신을 뜻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간혹 아폴로N의 N은 바로 노만초이(Norman Choi)를 뜻하는 것이라는 추측성 기사가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현장에는 화려하게 빼입은 창업자 로날드굼퍼트도 와 있었다. 아름다운 모델 두명을 양쪽에 끼고 모터쇼장을 걸어다니며 눈길을 끌었다. 그는 여전히 이 회사의 기술책임과 CEO를 맡고 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싫어한다’는 이유로 굼퍼트의 이름은 '아폴로(Apollo)'로 바뀌었고, 기존 차 이름은 아폴로N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이름이 바뀐것에 대해 섭섭하지 않은지 묻자, “과거는 흘러간거고 우리는 더 나은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곧 핫V 엔진을 장착해서 1000마력을 넘는 아폴로 애로우 같은 신차가 나오게 되고, 이를 통해 세계 슈퍼카 소비자들을 놀라게 하겠다는 각오다. 

▲ 1000마력의 슈퍼카, 아폴로 에로우(Apollo Arrow) 콘셉트

이 회사 오너 노만초이는 "독일 뉘르부르크링이 보수공사를 마치고 재개장하면 아폴로N을 이용해 포르쉐 918에 (잠시) 빼앗긴 '가장 빠른 차'의 타이틀을 다시 빼앗아 올 예정"이라고 자신감을 표했다. 사실 그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듯 했다. 이어 "2018년에는 디토마소 브랜드의 슈퍼카도 모터쇼장에 가져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 노만초이 디토마소, 아폴로 오너

노만초이는 홍콩과 세계의 금융사업을 통해 돈을 벌었고, 지금은 자동차 사업에 가장 열중하고 있다고 했다. 어찌보면 테슬라의 CEO 엘런머스크의 수순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그들 말 중에 뭐 하나 쉽게 납득되는게 없고, 모든게 너무나 놀라운 이야기들이라서 직접 보면서도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너무나 꿈같은 얘기라 사실이라 해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 괴짜 CEO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싫어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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