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선 마치 주행성능이 부족한 것처럼 오해 된적도 있었다. 그러나 푸조는 다카르랠리와 랠리크로스 등 다양한 모터스포츠에서 '날고 기는' 여타 참가자들을 압도하는 브랜드다. 주행성능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브랜드, 실내외 디자인에 누구보다 창의성을 쏟아붓는 브랜드, 푸조가 만든 프리미엄 세단은 어떤 것인지 직접 타봤다. 

푸조의 매력은 최근 출시된 508 페이스리프트에 한데 쏟아 버무려졌다. 부분변경 모델이지만,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디자인 변화가 있었고, 새로운 EMP2 플랫폼을 적용해 공간 활용성을 높이면서도 경량화 소재를 사용해 무게를 줄였다. 또, 풀LED 헤드램프와 후측방 경보 시스템 등 여러 안전·편의 사양도 추가했으며, 서스펜션과 핸들링을 다듬어 주행 성능도 향상시켰다.

508 페이스리프트를 시승해봤다. 시승 모델은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2.0 디젤 모델로, 가격은 4490만원이다. 

◆ 푸조가 이렇게 잘 달리다니…호쾌한 주행감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508은 407과 607을 대체하는 푸조의 플래그십 모델이지만, 주행감은 묵직하기보단 경쾌하다. 가속페달을 살짝 밟았는데도 초반부터 가볍게 치고 나가더니 고속까지 꽤 빠르게 속도를 올렸다. 시속 100km 도달 시간은 10.1초로 그리 빠른 것은 아니지만, 주행하면서 느껴지는 가속감은 제원에 쓰인 숫자 이상이었다. 고속에서도 전혀 불안하지 않게 차체 안정성 뛰어났고, 멈추고 싶은 만큼 멈출 수 있는 제동력도 우수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시승한 508이 이렇게 스포티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엔진룸

508에 탑재된 2.0 디젤 엔진(163마력, 34.6kg·m)은 PSA그룹에서 가장 널리는 쓰는 것으로, 동급 경쟁 모델보다 출력과 토크가 우수한 편이다. 레드존은 4500rpm부터 시작하는데, BMW(5500rpm)처럼 많은 회전수를 사용하진 않지만, 1500~2500rpm 사이의 실용 영역에서 두터운 토크를 발휘해 주행감이 우수할 뿐 아니라 연비(14.8km/l)도 좋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다만 스포츠 모드에서의 주행 감각의 변화가 그리 크지 않았고, 답답한 엔진 사운드는 아쉽다. 초반의 스포티한 성격 때문에 고회전에선 우렁차거나 날카로운 사운드를 기대하기 마련인데, 어지간히 가속페달을 밟아도 핸드폰 진동처럼 낮게 '우~웅'거리는 소리가 났다. 디젤 엔진의 특성이긴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사운드제너레이터 등을 통해 개선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 2.0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환상 궁합…주행 안정성도 발군

그러나 2.0 디젤 엔진과 6단 자동변속기의 조합은 꽤 만족스럽다. 플래그십 모델인 508에는 MCP보다 6단 자동변속기가 더 적합한 듯하다. 특히, 508에 탑재된 신형 6단 자동변속기는 일반적인 자동변속기임에도 마치 듀얼클러치를 연상시킬 정도로 반응이 즉각적이다. 변속 속도도 재빠르고 타이밍도 절묘해 주행이 더욱 재밌다. 스티어링휠 뒤편에 달린 패들시프트도 조작감이 좋았고, 반응도 빨라 마음에 들었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508이 기대 이상의 달리기 능력을 발휘해선지, 나도 모르게 차를 좀 더 과격하게 몰았다. 스티어링휠을 이리저리 돌리고, 불규칙한 도로나 급코너도 평소보다 빠른 속도로 달렸다. 그런데도 불안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고 차체가 노련하게 무게중심을 유지하며 균형을 잘 잡았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푸조에 따르면 508에 새롭게 적용된 EMP2 플랫폼은 고장력 강판과 알루미늄 합금 사용을 늘리고, 레이저 용접 및 핫스탬핑 공법을 사용해 강성이 크게 좋아졌는데, 뼈대가 단단하니 움직임에 거칠 것이 없다. 국내보다 더 불규칙한 프랑스 노면에서 다듬은 서스펜션은 잔진동을 최소화하며 차체 움직임을 단단하게 잡아줬다. 급격한 코너링에서도 전자장비가 빠르게 개입해 뒤가 흔들리는 일도 없었다. 스티어링휠 조작에 따른 움직임이 직결적인 데다가, 차체가 든든하게 받쳐주니 안심됐다.

◆ 신차급 외관 변화…페이스리프트 맞나요?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이번에 출시된 508은 페이스리프트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풀체인지에 버금가는 외관 변화가 있었다. 한눈에 봐서는 도저히 같은 차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다소 둥글둥글했던 실루엣 대신, 직선을 과감하게 사용해 날렵한 모습으로 바꿨다. 길이를 40mm 늘이고, 높이와 너비를 각각 5mm, 20mm 줄였을 뿐이지만, 전체적인 비례와 안정감은 확실히 좋아졌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우선 보닛에서 헤드램프, 라디에이터그릴, 범퍼, 주간주행등, 안개등으로 이어지는 전면부 라인이 매우 인상적이다. 삼각형에서 사다리꼴 모양으로 바뀐 헤드램프에는 31개의 LED 램프가 사용돼 강렬한 빛을 내며, 램프 구성도 원형에서 네모로 변했다. ㄱ자로 뻗은 주간주행등과 안개등에도 모두 LED가 적용됐다. 또, 가로로 길게 늘어난 라디에이터그릴에는 푸조 역사상 처음으로 엠블럼이 장착됐으며, 그릴과 공기흡입구를 범퍼를 기준으로 5:5로 분할했다. 프론트 엔드는 과감하게 잘라내고 범퍼에 굴곡을 줘 스포티하면서도 볼륨감이 느껴지게 했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이밖에 측면 캐릭터 라인을 살리고 음영을 과감하게 사용했으며, 휀더에 볼륨감을 주고 휠 디자인도 바뀌었다. 후면부 역시 둥근 모양에서 날렵하고 단단한 모습으로 달라졌는데, 사자 발톱을 형상화했다는 테일램프는 두꺼운 면발광 LED 조명이 사용됐다. 트렁크 엔드에 크롬 장식은 없어졌지만, 범퍼와 반사판, 배기구 디자인 등을 바꿔 시각적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효과를 줬다.

◆ 실용성 아쉬운 실내…수납공간 적고, 내비게이션 사용도 어려워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실내

508 페이스리프트의 실내는 이전 모델과 큰 차이가 없다. 디자인 측면에서는 프랑스 특유의 자유분방함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중형 패밀리 세단으로서 수납공간이 부족하고, 새롭게 장착한 한국형 내비게이션도 다루기 어려운 등 실용성 측면에서는 조금 아쉬웠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실내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실내

그러나 몸을 단단히 감싸는 시트와 화려한 느낌의 계기반, 헤드업디스플레이, 4단계로 열리는 선루프 등은 만족스러웠다. 계기반은 속도계와 회전계, 주행정보창 이외에 연료게이지 등 3개의 클러스터가 추가됐다. 팝업형 헤드업 디스플레이는 내비게이션과 연동되지 않지만, 현재 속도와 크루즈 콘트롤 등의 정보를 시인성 좋게 알려준다. 또, 뒷좌석 에어밴트가 포함된 4존 에어컨과 블라인드 스팟 모니터(후측방경보시스템), JBL 사운드 시스템 등도 적용됐다.

▲ 푸조 508 페이스리프트

지금까지 수입차 시장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가 주도하다 보니, 비 독일 브랜드인 푸조는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수입차 시장은 푸조에게 기회다. 독일 4사가 70%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연간 20만대 수준의 작은 규모일 때 이야기다. 시장이 커질수록 푸조 같은 대중브랜드의 점유율이 점점 늘어나기 마련이다. 다양한 신차를 신속히 출시하고, 푸조만의 장점을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AS 불만을 해결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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