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급발진 주장 사고' (1)…누가 책임져야 하나
  • 김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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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10.13 16:58
[기자수첩] ‘급발진 주장 사고' (1)…누가 책임져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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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두명이 죽었고 9명이 다쳤다. 이번에는 부산에서 53세 여성이 술을 마신 후 현대차 아반떼를 몰고 노점으로 돌진한 사고다. 차를 버린채 택시를 타고 도주한 운전자는 2시간이 지나서 경찰에 잡힌 후 “차가 급발진했다”고 주장했다.

평상시 ‘현대 차가 급발진했다’고만 하면 화살을 제조사 쪽으로 돌려주던 네티즌들도 이번에는 ‘허튼 소리 말라’는 분위기다. 얼마전 젊은 운전자가 임산부를 태우고 일으켰던 사고에서는 전적으로 ‘급발진’을 주장하던 네티즌들이 이번에는 전혀 다른 태도다.

음주운전으로 2명을 숨지게 한데다 심지어 뺑소니까지 친 운전자의 멍에를 벗겨줄 수 없다는 의미일게다. 두 사건 모두 운전자가 어느 쪽 페달을 밟았는지 정확한 정보는 전혀 없는 ‘급발진 주장 사고'일 뿐이지만, 감성적으로 이미 판단을 내리고 만다. 대중은 이처럼 객관적이라기 보다는 감성적으로 쏠린다. 판단할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원인이 크다.

부산의 한 도로에서 일어난 '급발진 주장' 교통사고 /사진=부산일보 유튜브 캡쳐

◆ 자동차회사, 무엇을 해야 하는가

‘왜 급발진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현대차는 항상 방어적 입장을 취한다.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을 신봉하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예전에는 대부분 사안에 대해 조용히만 하고 있으면 이슈에서 벗어나게 되고 비교적 나은 방법으로 해결되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사안을 그런식으로 마무리 할 수가 없다. 결론이 나지 않은 사안에 대해선 인터넷과 SNS를 통해 확대되고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급발진 주장’에 대해 막연히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발표하고, 더 이상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 이래선 의혹을 키워달라고 부채질 하는것과 다름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보면 나 또한 ‘운전자’인데, ‘운전자 과실’이라는니 반발심이 절로 생긴다. 나 자신도 같은 실수를 할 수 있다는 주장과 다름없다. 그런데 ‘내가 저렇게 페달을 잘못 밟는 실수를 과연 할 수 있을까’라고 스스로를 대입시켜 생각하면 전혀 납득이 안된다. 공감을 전혀 얻지 못하는, 말하자면 ‘제조사가 할 수 있는 최악의 설명’인 셈이다.

사실 대부분 운전자는 급발진 사고를 일으키지 않는다. 최근 보도된 급발진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급발진 주장의 대부분은 50대 이상 장년층에서, 초보운전자에게서, 여성운전자에게서 빈번히 일어난다. 또 상당수는 주차장에서 차를 받아 적응하기 전, 혹은 차를 세우기 위해 앞뒤로 움직이다 일어난다. 결과만 놓고보면 하필 페달을 혼동하기 가장 쉬운 시점에 그런 사람들로부터 급발진 주장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급발진 주장 사고'의 대다수는 실제 차량 문제라기 보다는 운전자의 문제인 경우가 더 많은게 사실이다. 그러나 막연히 ‘운전자의 잘못’이라고 발뺌할게 아니라 어떤 운전자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기에 사고가 발생한 것인지 명확한 설명을 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관련 전문가, 학교 및 단체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면밀한 분석을 거칠 필요가 있다. '급발진'에 대한 제대로 된 연구가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이 혼란에 빠졌기 때문이다. 

운전자가 조작을 잘못했든 차에 원천적 결함이있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오늘도 사고가 나서 사람이 죽어가는데, 이를 막기 위한 사회적 공동 대응이 있어야하고, 그 일환으로는 원천적 원인을 제공한 제조사가 일말의 도덕적 책임감을 갖고 대응하는게 옳다. 

스웨덴의 볼보트럭과 자동차는 어지간한 보험사 직원보다 많은 출동 사고분석팀을 운영하고 있다. 볼보 자동차의 사고가 일어났을때 경찰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하는걸로 유명하다. 조사결과 90%의 사고는 차가 아닌 운전자의 문제로 발생하는걸 알았지만 조사는 계속된다. 운전자가 잘못을 해도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게 이 회사의 가장 큰 목표여서다.

이 같은 안전에 대한 노력으로 세계에서 처음으로 3점식 안전벨트, 측면 에어백, 사이드빔, 액티브 헤드레스트 등이 고안될 수 있었고, 세계 최초로 운전자가 제동을 하지 않아도 스스로 제동하는 시티세이프티 기능을 장착하게 됐다. 지금은 이같은 기능이 미국 고속도로 보험협회(IIHS)에서 가장 안전한차(TSP+)로 선정하는데 기본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의 제조사는 그 절반의 노력은 하고 있는지, 아니 조금이나마 사고 분석은 하는지, 그점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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