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세데스-벤츠는 25일 초소형 SUV, GLA클래스를 내놓고 판매에 나섰다.

이 차는 기존 A클래스의 차체를 높여 거주성을 향상 시킨 것이지만 파워트레인부터 옵션까지 대부분 사양은 A클래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겉모양과 달리 오프로드 주행 성능도 엇비슷하다. 

기존까지는 소형 SUV라고 하면 투싼이나 스포티지급을 말하는 것이었다. 또 그 정도가 'SUV'라 부를 수 있는 한계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는 소형 SUV보다 월등히 작은 소형차들도 'SUV'라는 이름을 내건다. 기존 소형 SUV와 구분하기 위해선 '경형 SUV', 혹은 '초소형 SUV'라 해야겠다. 

닛산 쥬크와 캐시콰이가 일본과 유럽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서는 르노삼성 QM3나 쉐보레 트랙스가 초소형 SUV를 알리는 선봉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들은 그나마 SUV 다운 면모를 갖추려 노력은 했다. 국내 들어온 BMW X1과 아우디 Q3은 가장 낮은 트림도 반드시 4륜구동을 갖춰 SUV라는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배려한 듯하다. 더구나 BMW는 전통적으로 SUV가 아닌 'SAV'라는 독자적인 장르 이름으로 X1을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반면 메르세데스-벤츠는 GLA를 판매하면서 앞바퀴굴림 모델을 들여오고 7천만원 넘는 AMG 모델에만 4륜 구동을 장착했다. 사실 이 4륜 구동도 A45 AMG에 이미 선보인바 있는데, 오프로드를 달리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는 온로드에서 강한 출력이 앞바퀴로만 전달될 경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GLA는 경쟁차들에 비해 지상고도 낮아 험로 주파 능력이 부족하다. 더구나 전고도 매우 낮은 편이어서 뒷좌석에 앉은 승객은 드나들때 머리를 꽤 숙여야 했고, 앉은 상태에서 머리공간도 너무 좁았다. 취재하던 기자들도 "이 차가 어째서 SUV에 속하는가"를 놓고 메르세데스-벤츠 측에 물었지만 마땅한 대답을 듣지 못했다. 그저 요즘 SUV가 인기를 끌고 있으니 SUV로 내놓겠다는 식이다. 

제조사가 내키는대로 붙인 이름을 그대로 불러줘야 할지는 고민이다. 탕수육이 고급스럽다고 짜장면의 이름을 모조리 탕수육이라고 바꾸겠다면 어떨까. 탕수육을 먹고 싶은 소비자도 곤란하겠지만 짜장면을 먹을 사람도 헤메는건 마찬가지다. 그런식이면 이 중국집이 망할뿐 아니라 다른 중국집들도 혼란에 빠질테니 결국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된다.

이 차는 그저 SUV 디자인을 차용한 '소형차'라 불려야 마땅한 차가 아닐까. 물론 명확한 선이 있는건 아니지만, SUV라는 장르가 파괴되는 현실이 좀 안타까운 기분이 든다. 

저작권자 © 모터그래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