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가 안전할거라는 막연한 믿음이 깨지고 말았다. 볼보, 스바루 등 몇개 차종을 제외하면 대부분 수입차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14일,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이하 IIHS)의 스몰오버랩 충돌 시험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아우디 A4 등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의 대표 세단들은 대중 브랜드들에 비해 오히려 낮은 등급을 받았다. BMW 5시리즈와 링컨 MKS 등도 마찬가지였다.

▲ IIHS의 BMW 5시리즈 스몰오버랩 테스트

스몰오버랩 충돌 시험은 IIHS가 2012년부터 도입한 것으로, 시속 64km의 속도로 차량 운전석 앞부분의 25%를 장애물과 충돌시키는 가장 가혹한 충돌 테스트다.

특히 자동차 보닛 안에 위치한 구조물이 스몰오버랩에 대비하지 않은 경우, 충격을 제대로 흡수하지 못해 승객의 피해가 커졌다. 더구나 낙제점을 받은 모델들은 안전벨트와 에어백도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 IIHS의 쉐보레 쏘닉 스몰오버랩 테스트. 측면 에어백이 늦게 터지며 머리가 창문 밖으로 튀어 나왔다

다음은 차급별 IIHS의 스몰오버랩 결과다. 이 테스트는 충돌 후 차체 구조와 상해 정도(머리·목, 가슴, 엉덩이, 다리), 구속장치&더미 거동 등을 분석해 G(Good, 우수), A(Acceptable, 양호), M(Marginal, 미흡), P(Poor, 열등) 등 4단계로 평가한다.

◆ 소형차, 대부분 '낙제점'…스파크·피트 '양호'

소형차의 경우 대부분 스몰오버랩 테스트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고장력 강판을 많이 사용하더라도 작은 차체에 높은 안전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은 듯하다. 특히, 고강도 소재는 쓰면 쓸수록 차 가격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저렴한 소형차에는 맘껏 사용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 미국 IIHS의 소형차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소형차 중 최고 등급인 G를 받은 모델은 단 한 종도 없었다. 그나마 쉐보레 스파크와 혼다 피트가 '양호'에 해당하는 A를 받았다. 스파크의 경우 세부 항목에서 '상해 정도' 4가지는 모두 G를 받았으나, '차체 구조' 변형이 심했으며(M) '구속장치&더미 거동'에서도 감점을 받아(A) 종합 A에 머물렀다. 

기아차 프라이드와 포드 피에스타, 도요타 야리스는 '미흡'인 M을 받았다. 프라이드는 '차체 구조'와 '구속장치&더미 거동'에서 M을 받고, '상해 정도'의 다리 항목에서 P를 받았다.

현대차 엑센트를 비롯해 피아트 친퀘첸토(500)와 도요타 프리우스C, 닛산 베르세, 미쓰비시 미라지 등은 가장 낮은 P(열등)를 받았다. 엑센트는 '차체 구조'와 '구속장치&더미 거동'에서 P를 받았으며, 엉덩이와 다리에서도 M을 받았다.

◆ 준중형차, 기아차 쏘울·미니 컨트리맨 '우수'…K3·크루즈·코롤라 '미흡'

준중형차급으로 올라가면서 G등급을 받은 모델도 크게 늘었다. 기아차 쏘울과 스바루 임프레자·XV·WRX 3종을 비롯해 미니 컨트리맨, 폭스바겐 골프, 혼다 시빅 등 9종이 최고 등급을 받았다. 

또, 현대차 아반떼와 쉐보레 볼트, 도요타 프리우스, 포드 포커스, 스바루 BRZ, 미쓰비시 랜서도 양호에 해당하는 A를 받는 등 소형차에 비해 충돌 안전성이 크게 향상됐다.

▲ 미국 IIHS의 준중형차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그러나 현대차 벨로스터와 기아차 K3(현지명 포르테), 쉐보레 아베오, 쉐보레 크루즈, 도요타 코롤라, 폭스바겐 비틀 등은 미흡(M)을 받는 데 그쳤다.

이밖에 닛산 준중형차 3총사인 쥬크와 리프, 센트라와 피아트 친퀘첸토L은 열등(P)을 받아 안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중형차, 쉐보레 말리부·도요타 캠리 '우수'…3시리즈·C클래스·A4 '낙제점'

중형차의 경우 테스트한 27개 모델 중 11개 모델이 최고 등급인 G를 받았다. 페이스리프트를 통해 안전성을 개선한 쉐보레 말리부가 G를 받았으며, 스바루 레거시와 아웃백 역시 모두 G를 받았다. 또, 도요타 캠리와 아우디 A3, BMW 2시리즈, 볼보 S60, 혼다 어코드, 폭스바겐 제타, 크라이슬러 200 등도 모두 안전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 미국 IIHS의 중형차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최고 등급(G)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현대차 쏘나타는 A등급을 받는데 그쳤다. 안전벨트가 더미(인체 모형)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기아차 K5와 닛산 알티마, 포드 퓨전, 폭스바겐 파사트, 인피니티 Q50, 링컨 MKZ 등도 각 테스트 항목에서 감점을 받아 A에 머물렀다. 

독일 브랜드 대표 세단들은 모두 낙제점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C클래스와 BMW 3시리즈, 폭스바겐 CC는 미흡에 해당하는 M을, 아우디 A4는 가장 낮은 P(열등)을 받았다.

◆ 대형차, 현대차 제네시스·벤츠 E클래스 '우수'…5시리즈는 '미흡'

대형차에서는 현대차 제네시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작년 말 신모델로 바뀐 제네시스는 올해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G를 획득해 메르세데스-벤츠와 볼보 S80, 인피니티 Q70, 어큐라 RLX 등 세계적인 프리이엄 세단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 미국 IIHS의 대형차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반면 BMW 5시리즈는 미흡에 해당하는 M를 받았다. 5시리즈의 경우 스몰오버랩 테스트가 시작된 이후 페이스리프트를 하는 등 충분한 대응 시간이 있었음에도 A조차 받지 못해 업계 관계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 링컨 MKS도 가장 나쁜 등급인 P를 받았다.

◆ SUV, 대부분 '낙제점'…투싼ix·스포티지R·쏘렌토R '열등'

SUV에서는 대부분의 모델이 미흡(M)과 열등(P)을 받은 가운데, 볼보와 스바루의 안전성이 더욱 빛났다. 볼보는 XC60과 XC90까지 G를 받았으며, 스바루 역시 포레스트가 G를 받아 두 브랜드는 테스트한 전 차종에서 모두 최고 등급을 획득했다.

▲ 미국 IIHS의 SUV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결과

현대차 투싼ix와 기아차 스포티지R, 기아차 쏘렌토R 등 현대기아차를 대표하는 SUV 모델들은 모두 P를 받아 안전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차체 구조가 크게 망가지고, 구속장치가 더미를 잘 잡아주지 못하고, 다리 부상이 심각했다. 뷰익 앙코르(쉐보레 트랙스)와 도요타 라브4, 포드 이스케에프, 혼다 파일럿 등도 가장 낮은 P를 받는 데 그쳤다.

또, 폭스바겐 티구안과 BMW X1, 혼다 CR-V, 지프 랭글러, 지프 그랜드체로키, 포드 익스플로러 등도 미흡에 해당하는 M을 받는 등 대부분의 SUV의 충돌 안전성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 볼보·스바루, 테스트 전 차종 '우수'

IIHS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볼보와 스바루는 단연 돋보였다. '안전의 대명사' 볼보는 명성에 걸맞게 S60과 S80, XC90, XC90 등 테스트 받은 4개 차종이 모두 최고 등급인 우수(G)를 받았다. '4륜구동의 강자' 스바루 역시 임프레자와 XV, WRX, 레거시, 아웃백, 포레스터 등 6개 차종이 모두 G를 획득했다. 그동안 꾸준히 차체 강성과 운전자 안전성을 향상시킨 두 회사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 IIHS의 볼보 S80 충돌 테스트 결과

다행스러운 점은 안전 기준이 강화되면서 각 업체들도 충돌 안전성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업체들은 꼭 완전변경 신차가 아니더라도, 페이스리프트나 연식 변경 시 섀시 등을 보강하는 등 안전성을 높이는데 적극 나섰다.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았지만, 쉐보레 말리부의 경우 작년 6월 출시된 페이스리프트 모델의 섀시를 개선해 스몰오버랩 등급을 2단계나 끌어올려 최고 등급을 받았다.

도요타 캠리의 경우, 2012년형 모델은 가장 낮은 열등(P)였으나 2014년형 모델이 양호(A), 2015년형 모델은 우수(G)를 받는 등 연식 변경으로도 스몰오버랩 등급을 3단계나 향상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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