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도요타 FJ크루저, 오프로드 최강자를 노린다
  • 김상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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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7.25 10:05
[시승기] 도요타 FJ크루저, 오프로드 최강자를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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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로드 주행은 서킷을 빠르게 달리는 것 만큼이나 짜릿한 희열을 준다. 광활한 들판을 달리고, 강을 건너고, 산을 오르는 것은 묘한 긴장감과 도전 정신을 불러일으킨다. 이 때문에 주말이면 도로 포장이 덜 된 산길을 찾아 떠나는 마니아들도 적지 않다.

오프로드를 위해 태어난 차의 역사는 꽤 길다. 지프 랭글러나 메르세데스-벤츠 G클래스, 랜드로버 디펜더 등 대표적인 오프로더는 저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며 지금까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대부분 전쟁이나 작업에 쓰이기 위해 만들어졌고, 일반인들에게 판매되기 시작하면서 브랜드의 각기 다른 특성이 부각되고 있다. 

도요타도 오프로더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갖고 있다. 도요타를 대표하는 오프로더 랜드크루저는 60년이 넘는 긴 역사를 갖고 있다. 특히 1960년부터 1984년까지 판매된 FJ40과 BJ40은 랜드크루저를 전세계에 각인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모델로 평가받는다. 전세계에서 100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여전히 중동이나 북미 지역에서는 당시 만들어진 랜드크루저가 오프로드를 달리고 있다고 한다.

 

FJ40 랜드크루저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 도요타는 새로운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현행 랜드크루저는 너무도 현대적인 디자인과 많은 편의성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현대적이면서도 랭글러나 G클래스처럼 역사를 잇는 클래식한 SUV를 계획했고, 그렇게 탄생한 차가 바로 FJ크루저다.

◆ 톡톡 튀는 디자인, 가장 개성 강한 도요타

도요타는 오프로드 주행 성능 만큼이나 FJ크루저의 디자인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전형적인 군용차의 이미지와 현대적인 디자인을 결합하려 노력했다. 그 결과 FJ크루저는 역대 도요타 모델 중에서도 가장 개성이 강한 모델로 평가받는다. 

 

군용차를 보는 것 같지만 차체 모서리나 세부적인 디자인을 부드럽게 매만졌다. 원형 헤드램프나 그릴에 부착된 ‘TOYOTA’ 엠블럼은 복고적인 색채가 강하다. 범퍼나 휠하우스, 차체 밑부분 등은 플라스틱으로 처리됐다. 흠집에 대한 부담없이 오프로드를 달리란 얘기다. 32인치에 달하는 거대한 타이어, 엉덩이에 부착된 예비 타이어, 3개의 와이퍼 등도 이 차가 범상치 않음을 알려준다.

여기에 하이마운티드 서스펜션까지 더해져 차체가 무척 높다. 실제로 보면 의외로 큰 크기에 놀란다. 문을 열고 차에 들어설때면 안쪽 손잡이까지 잡고 올라가야 할 정도다. 보닛의 위치도 가슴팍까지 올라온다. 차를 당당하게 보이게 할 뿐 아니라 그릴 위치가 높아져 강을 건널때 유리하다. 큰 차체에 비해 휠베이스는 짧은 편이다. 바퀴와 바퀴 간격이 좁아야 오프로드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생김새 만큼이나 구조도 독특하다. 강성이 중요한 오프로더임에도 문짝이 서로 마주보는 방식으로 열리는 ‘코치도어’가 적용됐다. B필러가 없다. 대신 B필러의 역할을 담당하는 문짝에 고장력 강판을 덧대고 단단하게 체결 시킨다. 문을 여는 레버는 뒷문 안쪽에 장착해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에겐 뒷문을 여는 방법을 찾는 것도 도전이다. 요즘 흔치 않게 타이어가 뒤에 달렸고 트렁크도 잡아당겨 옆으로 여는 방식이다. 그러나 옛날 차들과는 달리 댐퍼를 장착해 열리는 정도를 조절 할 수 있다. 트렁크 창도 별도로 열리는데, 버튼이 따로 없고 키를 꽂아 5초 정도 돌리고 있으면 열린다. 

◆ 투박하니 아름답다

실내서도 오프로드 주행을 염두에 둔 디자인과 설계가 돋보인다. 각종 버튼과 레버는 과장됐다고 할만큼 거대하고 남성적인 성격이 강조됐다. 애초에 고급스러움은 접었고 원초적인 플라스틱 소재를 자신있게 드러냈다. 이 차에선 그런게 중요하지 않다고 당당히 말하는 것 같다. 도요타 86과 같은 취지다. 

 

투박해 보이지만 직관적이고, 뭐든 조작이 쉽다. 버튼을 누르고 레버를 돌리기만 하면 된다. 디지털적인 요소는 최소화됐다기보다 아예 고려하지 않은 듯 하다. 

대시보드 상단에는 나침반, 외부 온도, 경사 등을 표시하는 ‘멀티 인포메이션 디스플레이’가 적용됐다. 계기반은 또렷하고 세부적인 꾸밈도 아기자기하다.

 

홍두깨같은 기어노브는 왠지 잡아본 적이 있던 것처럼 손에 감긴다. 그 밑으로 작은 노브가 하나 더 달렸다. 사륜구동 시스템의 상황을 설정하는 노브다. 파트타임 4륜 구동의 세팅을 2H, 4H, 4L 등으로 조절할 수 있다. 햇빛가리개는 앞과 옆에 각각 하나씩 달렸다. 실내 곳곳에는 손잡이가 놓였다. 차에 오르내리거나 오프로드를 달릴때 꽤나 유용하다.

 

뒷좌석을 위한 배려는 미미하다. 그리 넓지도, 개방감이 뛰어나지도 않다. 작은 문짝만 봐도 성격을 알 수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는 충분한 공간이다. 트렁크 공간도 넓다. 각진 디자인 때문에 버려지는 공간도 적다. 

◆ 의외로 안정적인 온로드 주행

국내서는 디젤 엔진이 워낙 득세여서 가솔린 엔진이 장착된 SUV는 꽤 생소하게 느껴진다. 주로 북미 시장만을 겨냥한 SUV에 가솔린 엔진이 실린다. FJ크루저도 철저한 북미용인만큼 거대한 가솔린 엔진이 탑재됐다.

무려 4.0리터. 배기량에 비해 출력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그런데 느낌이 마치 디젤 엔진 같다. 엔진회전수 제한도 디젤 엔진과 비슷하다. 하지만 소음이나 진동은 남다르다. 장거리를 달려보면 편안함은 더욱 부각된다.

 

의외로 고속주행이 안정적이다. 기대가 적었던 탓도 있지만, 가속은 경쾌하고 움직임은 묵직하다. 오프로드를 가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고속도로를 지나야 한다. 아무리 오프로더라도 온로드에서 보내는 시간을 무시할 순 없다. 순간적인 가속 능력은 출중하지 않지만 꾸준하게 속도를 높이는덴 무리없다. 디젤 SUV에 비해 고속까지 빠르게 치고 오른다.

 

완만한 고속코너에서는 휘청거림이 크지 않다. 지상고는 높지만 어느 정도 노면에 붙어 달리는 느낌이 든다. 무게 중심이 비교적 낮고, 애초에 무겁기 때문에 착 가라 앉는다. 그렇다고 세단과 비교할 수준은 아니다.

연료효율이 발목을 잡는다. 아마 이 차를 살때 가장 신경 쓰일 부분일 것 같다. 연료효율을 위한 첨단 기술은 거의 고려되지 않았다고 보면 된다. 

◆ 오프로드, FJ크루저에 가장 잘 맞는 옷

경기도 가평 인근 오프로드를 찾았다. 움푹 패여 있는 자갈길과 계곡에선 FJ크루저의 매력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스티어링에서는 의도적인 유격을 느낄 수 있다. 오프로드 주행에서는 약간의 유격이 존재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야만 불규칙한 노면에서도 충격이 적고, 원하는 방향으로 쉽게 움직여진다. 또 자칫 장애물에 타이어가 부딪힐 때, 역으로 스티어링휠이 돌아가는 상황도 줄어든다. 

 

상체는 시종일관 좌우로 요동친다. 소파같은 시트라서 몸을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실내 곳곳의 손잡이를 부여잡고 달려야 한다. 차를 타고 산을 오르지만 직접 등산 하는 것처럼 체력 소비가 많다. 

깊지 않은 계곡 물속으로 차를 밀어 붙였다. 당연히 여유만만하게 주행할 수 있었다. 참고로 FJ크루저는 수심 70cm의 강물까지 건널 수 있다. 오프로드를 달리는 내로라 하는 SUV 중에도 도하 능력이 매우 좋은 편이다. 또 전기적인 부품의 연결부위는 모두 방수 처리됐다.

 

사진 촬영을 마치고 물웅덩이에서 빠져 나오려는데 갑자기 물보라만 일어나고 바퀴가 헛도는 상황이 발생했다. 계곡은 얕았지만 물속에 이끼가 잔뜩 끼었다는 점을 예상치 못했다. 

물론 FJ크루저에는 이런 상황을 대비한 다양한 시스템이 적용됐다. 일단 사륜구동 모드도 H4, L4 등으로 설정할 수 있다. H4는 굳이 오프로드가 아니더라도 미끄러운 도로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반면 로기어를 적용하는 L4는 낮은 속도로 험로를 빠져나올 때 쓰인다. 많은 양의 토크가 전달돼 오프로드 주행성능을 극대화 한다. 

 

‘A-TRAC’은 미끄러지는 바퀴에 제동을 걸고, 나머지 바퀴에 구동력을 배분하는 현대적인 4륜 구동 시스템이다. 여기 ‘리어 디퍼렌셜 락’이 더해진다. 뒷바퀴의 좌우 회전속도를 동일하게 고정시키는 기능으로 오프로더에겐 축복 같은 기능이다. 디퍼렌셜락이 없는 차에서 한쪽 바퀴가 미끄러지기 시작하면 구동력은 모두 미끄러지는 쪽으로만 전달돼 버려 빠져 나올 수가 없게 되고 허무하게 트랙터나 보험의 힘을 빌려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SUV 마니아들은 디퍼렌셜 락이 없는 차를 SUV로 인정하지 않기도 한다.

기본 상태에서도 험로에서 바퀴가 위 아래로 오르내리는 정도인 '휠트래블'이 매우 큰 편이다. 바위를 지날때도 바퀴가 공중에 떠버리지 않고 않고 땅에 닿아 있다는건 오프로더로서의 가장 큰 미덕이다. 

휠 트래블이 큰 점이 인상적이다.

제자리에서 물보라만 일으키는 FJ크루저의 오프로드 기능을 총동원했다. 그저 버튼만 눌렀을 뿐인데, 너무 싱겁게 스르륵 웅덩이를 빠져나왔다. 하루 종일 주행하면서 격렬하고 치열한 오프로드 주행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너무 쉽게 느껴져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 "서둘러야 한다"

FJ크루저는 국내에 100대만 한정 판매된다. 굳이 한정 마케팅을 사용하지 않아도 매력은 충분한데, 오히려 한국도요타가 FJ크루저의 가능성과 능력을 반신반의하는 것 같다. 어쨌든, 이 차는 매달 십여대씩 꾸준하게 판매됐다. 이제 한국도요타는 한숨 돌렸겠고, 조바심은 소비자들에게로 옮겨갔다. 개성 강한 오프로더를 찾는다면 서둘러야겠다. FJ크루저는 몇대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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