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의 관심과 기대 속에 출시된 5세대 싼타페는 다소 비싸게 출시됐다. 최상급 모델 기준 500만 원 가까운 가격 인상은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비싸진 만큼 좋아지고 품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싼타페는 출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품질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결국 무상 수리가 시작됐다. 이런 상황에서 5500만 원이 넘는 싼타페 하이브리드 풀옵션 시승차를 만났다. 첫인상이 좋을 리가 없었다.

사진으로 거대해 보였지만 실제로 만난 싼타페는 4세대 모델과 그리 큰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파격적으로 달라진 디자인은 여전히 소비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갈린다. 무난한 디자인이 특징인 기아 쏘렌토가 여전히 인기인 이유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공기저항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했고, 0.29Cd라는 흡족한 결과를 만들었다. 각지고 투박한 디자인의 싼타페에서 이 정도 수치의 공기저항 계수는 칭찬할 부분이다. 아이오닉 6를 개발하면서 노하우를 많이 쌓은 듯하다.

지금까지 싼타페와 쏘렌토의 성격 차이는 분명했다. 주행 완성도는 현대 싼타페, 승차감 좋고 넓은 실내는 기아 쏘렌토로 구분되는 식이었다. 하지만 5세대 싼타페는 쏘렌토보다 넓은 실내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시트를 폴딩하고 직접 실내에 들어섰다. 광고에서 보여주듯 성인이 편안히 앉거나 다양한 활동을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법 큰 키 탓에 앉으면 천장에 머리가 닿기도 했다. 대신 2열과 3열 시트가 평평하게 폴딩 되고 세로 길이가 충분해 성인 남성도 편안히 누울 공간이 만들어진다. 차박 정도는 무난히 할 수 있겠다.

테일게이트가 큰 만큼 트렁크 입구도 확실히 넓어졌다. 골프백을 수납해보니 걸리는 것 없이 가로로 바로 들어갈 정도다. 3열 시트를 펼쳐놓은 상태에서도 골프백 2개는 무리 없이 수납할 수 있을 공간이 나왔다.

그렇다면 이렇게 넓어진 신형 싼타페와 팰리세이드의 공간은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일까? 두 차의 트렁크와 시트 폴딩 공간을 직접 측정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싼타페가 많이 커지긴 했어도 팰리세이드가 한 체급 더 넓은 공간인 것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세계에서는 mm 단위도 유의미하므로 생각보다 큰 차이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싼타페 자체도 넓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최고로 넓은 공간만 욕심내지 않는다면 싼타페로도 충분히 만족할 수 있다.

뒷문이 열리는 각도도 넓은 편에 속했다. 타고 내리는 것은 물론 카시트 장착 등 큰 부피의 물건과 함께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없다. 2열 공간도 넓어 카시트가 장착된 상태에서도 여유로운 공간이 확보됐다.

이제는 싼타페도 구성이 풍성하고 호화롭다. 무선 충전패드도 2개까지 선택할 수 있고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발 받침대가 추가된 시트도 존재힌다. 운전석 시트는 통풍과 열선에 마사지 기능까지 추가돼 어지간한 수입차 이상의 구성을 갖는다.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에서 쉽게 여닫을 수 있는 양방향 센터 콘솔과 같은 아이디어도 인상적이다. 3열에도 컵홀더와 USB 포트, 공조 장치 등이 마련돼 구성면에서 큰 아쉬움이 없다.

다만 터치식 공조 장치는 좀 불편하다. 디스플레이에 각종 아이콘을 배치해 터치하도록 만들었는데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시간을 들여 터치 위치를 찾아야 한다. 햅틱 피드백이 따로 없는 탓에 눈으로 확인해야 한다. 조금 더 직관적이었으면 만족감이 컸겠다. 

시승 모델에는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12개의 보스 스피커가 적용됐다. 음향 전문가의 청취 후 평가는 해상도와 공간감은 좋지만, 베이스와 미드 레인지 영역이 다소 부족하다는 결론이다. 이퀄라이저 설정에서 저음과 중음을 보강하면 보다 좋은 소리를 즐길 수 있다는 팁도 줬다. 다만 2열 음향은 단점으로 지적했다. 고음을 담당하는 트위터가 C-필러에 자리하는데, 2열 탑승자의 귀에 바로 고음을 전하는 것이 문제였다. 트위터의 위치 탓에 공간감이 이상해진 것이다. 차라리 위치를 천장 쪽으로 이동시켰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조언했다. 

주행을 시작해 보자. 4기통 1.6리터 터보 엔진이 180마력과 27.0kgf.m를 낸다. 엔진과 변속기 사이에 자리잡은 모터는 환산출력 65마력, 환산토크 26.9kgf.m를 만들어 시스템 출력 235마력, 시스템 토크 37.4kgf.m를 발휘한다. 변속기는 하이브리드 전용 6단 자동이다.

이제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매우 익숙한 파워 유닛일 것이다. 작동하는 모습도 현대 기아의 다른 하이브리드와 별반 다르지 않다. 10~20km/h 구간까지 전기모터로 밀어준 다음 엔진이 가동한다. 별도의 EV 모드는 없으며, 전기모터가 엔진 부하를 최소화시켜 주는 성격도 똑같다.

대신 조용해졌다. 현대 기아의 1.6 터보 하이브리드 엔진은 엔진이 힘을 발휘할 때 특유의 거친 음색을 만들어낸다. 한마디로 듣기 싫은 엔진소리다. 하지만 신형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그런 음색이 많이 줄었다. 분리형 매트, 각종 흡차음재 보강, 2중 접합 유리 등 다방면으로 정숙성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다. 실제로 체감될 정도로 효과가 컸다. 더불어 주행소음도 많이 줄었다. 노면으로부터 올라오는 소음과 풍절음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 모드로 바꾼 후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아본다. 생각보다 가속감이 밋밋하다. 4륜 모델인 탓에 늘어난 동력 배분 과정에서 생긴 문제일 수 있다. 정지상태에서 100km/h 가속 성능을 확인한 결과 8.8초를 보였다. 8초 초반 대를 기록했던 4세대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비교하면 다소 아쉬운 결과다. 성능보다 안락함과 조용함, 그리고 공간에 더 집중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4륜 시스템 덕분에 앞뒤 구동 배분이 능동적으로 가능해졌다. 여기에 터레인 모드 설정을 통해 다양한 노면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도록 준비했다. 물론 전후 디퍼렌셜-록을 통한 확실하고 강력한 오프로드 주파까지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낙엽 쌓인 오르막길이나 눈길 정도는 부담 없는 주행이 가능했다. 다만 4륜을 선택하면 세금과 각종 할인 등 하이브리드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점은 구매 시 참고하는 게 좋다. 

신형 싼타페는 승차감 개선이 뚜렷하다. 4세대 싼타페가 성능과 승차감 사이의 이상점을 적절히 찾아 안착했었다면 5세대 모델은 승차감 쪽에 좀 더 집중한 모습이다. 가족 차로 다양하게 활용할 대부분의 소비자는 보다 안락해진 승차감에 더 큰 만족을 느낄 것이다. 방지턱을 지나거나 굴곡 있는 도로를 달릴 때 서스펜션의 상하 스트로크도 여유로운 편이지만 잔진동 없이 깔끔하게 움직임을 처리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문제는 자잘한 충격 대응 부분이다. 기분 나쁘게 툭툭 치는 감각이 의외로 느껴졌다. 날카롭거나 신경질 적인 수준은 아니지만 강도 자체가 약하진 않았다. 흥미로운 부분은 신형 그랜저를 비롯해 아이오닉, 팰리세이드, 기아 EV9 등 최근 출시되고 있는 모델들이 모두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승차감이 푹신하지만, 특정 상황에서 의외로 강하게 받아 치는 공통적인 감각을 보인다. 이 부분을 두고 운전자의 성향에 따라 하체감각의 평가가 갈리는 듯 싶다. 

다소 독특한 하체 감각을 보이는 이 차들은 공통적으로 새로운 댐퍼를 적용했다. SDC(Selective Damping Control)라는 기술을 적용한 댐퍼는, 크고 느린 진동 전용 밸브와 작고 빠른 진동 전용 밸브로 나눠 하체를 조율하는 것이 특징이다. 최근 출시한 모델들이  대체로 큰 진동은 잘 잡지만 자잘한 진동을 거칠게 처리하는 감각을 놓고 봤을 때 보다 섬세한 고주파 전용 밸브의 조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향후 밸브 관련 노하우가 좀 더 쌓인다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다. 

고속 안정감은 수준급이다. 나름 좋은 수준이 아니라 기대 이상이다. 고속에서 노면이 좋지 못한 곳을 지나더라도 안정적으로 자세를 유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제까지는 과거를 회상하며 이전보다 참 많이 좋아졌다고 평했다면 이제부터는 그 자체로 좋다고 평해도 좋을 만큼 수준이 높아졌다. 

굽이진 길을 달리며 균형감을 테스트해 봤다. 4세대 싼타페가 워낙 훌륭한 달리기 성능을 보여줬던 덕에 기대감이 컸다. 감속 후 코너에 진입. 스티어링을 조작한 이후 살짝 느리게 앞 차축이 움직인다. 이후 뒤도 조금 느리게 따라붙는다. 일체감이 느껴졌던 4세대 싼타페와 다른 성격이다.

기본적으로 롤은 있지만 일정 수준 이상으로 탄탄하게 잡아준다. 하지만 의외로 다시 자세를 고쳐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다양한 움직임에서 5세대 싼타페는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그렇다고 아쉬운 수준은 아니다. 4세대 모델이 뒷좌석 승차감을 희생했을 정도로 워낙 잘 달렸을 뿐이다. 소비자들은 주행성능은 다소 덜하지만 보다 안락하고 편안히 탈 수 있는 쏘렌토를 더 좋아하지 않았던가?

연비는 훌륭하다. 정체가 심한 도심 구간에서도 평균 10km/L 수준의 연비를 보였다. 도심과 고속도로를 번갈아 달리는 환경을 만난다면 연비는 15km/L 이상도 가능하다. 가감속 테스트를 반복하고 굽이진 길을  달리는 등 연비에 신경 쓰지 않고 편하게 몰아도 10km/L 이상 꾸준한 연비를 보여줬다. 이 정도 덩치의 SUV로는 인상적인 수준이다. 마음먹고 연비 운전을 한다면 소형차 혹은 경차 수준의 평균 연비로 싼타페를 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다양한 주행 환경에서 타면 탈수록 현대차가 싼타페에 많은 관심과 정성을 쏟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중형 SUV 시장에서 쏘렌토에게 1위 자리를 내준 후 왕좌를 재탈환하기 위해 절치부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당장 트림 구성만 봐도 그렇다. 소위 깡통 트림이라고 하는 기본 사양인 익스클루시브에 거의 모든 소비자 선호 사양을 흡족하게 넣었다. 운전석과 조수석 사이의 에어백과 운전석 무릎 에어백 등 안전 사양 뿐 아니라 쏘렌토 기본 트림에 빠진 후측방 충돌 방지 경고도 기본이다. 옵션으로 추가해야 할 것 같았던 스티어링 휠 그립 감지 기능도 기본이다. 뿐만 아니라 전동 트렁크와 220V 인버터, 스마트폰 무선 충전 시스템 등이 모두 기본이다.  

옵션 구성도 좋다. 그중 칭찬하고 싶은 부분은 빌트인캠이다. 과거에는 빌트인캠을 추가하려면 헤드-업 디스플레이 같은 비싼 옵션 패키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쏘렌토 하이브리드의 경우 빌트인캠 추가를 위해 119만 원짜리 패키지를 넣어야 한다. 하지만 싼타페는 증강현실 내비게이션과 묶이긴 했지만 45만 원에 선택이 가능하다. 대체로 비싸진 애프타마켓용 블랙박스의 가격뿐 아니라 시공을 위해 내부 트림을 뜯어야 하는 번거로움 등을 감안하면 빌트인캠 패키지를 추가하는 것이 이득일 듯하다.

결론적으로 싼타페 하이브리드 추천 트림은 익스클루시브다. 6인승 혹은 7인승 시트를 추가하면 조수석 시트도 전동으로 바뀌기 때문에 탑승 인원에 맞춰 시트 구성을 선택하면 된다. 여기에 빌트임캠 옵션 정도만 추가하면 3900만 원 정도로 충분히 만족스러운 싼타페를 살 수 있다. 참고로 4륜 구동을 선택하면 1종 저공해차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2륜 구동 모델을 추천한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2.5 가솔린 터보 대비 342만 원 더 비싸다. 초기비용과 유지비 사이에서 주행 조건과 상황을 고려한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그래서 연간 주행거리 2만km를 기준으로 세금과 유류비에서 어느 정도 차이를 보이는지 계산해 봤다.

차이나는 연료 효율성만큼  유지비 차이가 크게 나타났다. 연간 세금 차이는 36만 원,  연간 유류비는 84만 원 수준이다. 한 해 유지비 차이만 약 119만 원에 이른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를 3년만 유지해도 초기 구입 지출 비용을 넘어서는 이득을 볼 수 있는 수준이다. 만약 10년을 유지한 후 중고차로 되판다면 기대 이상의 금전적 혜택을 챙길 수도 있다. 여기에 하이브리드 특권인 톨게이트와 공영주차장 할인 등 소소한 이점도 누릴 수 있으니 차이는 더 벌어진다. 싼타페를 구입할 거라면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천하는 이유다.

5세대 싼타페는 여러 면에서 만족감이 컸다. 공간은 크게 넓어졌고 쏘렌토보다 잘 달린다. 새모델 답게 고급스러우면서 동시에 각종 구성과 옵션 등에서 소비자의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소위 말하는 옵션 장난도 하지 않았다. 2등은 1등을 차지하기 위해 가격, 성능, 구성 등 모든 면에서 보다 더 애쓰고 갈고 닦는다. 5세대 싼타페가 바로 그렇게 만들어졌다. 2023년 12월의 어느 날, 현대 싼타페와 기아 쏘렌토를 비교한다면 당연히 싼타페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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