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밀레 밀리아를 완주한 필자의 이야기를 모터그래프가 독점 연재합니다. 밀레 밀리아는 1927년 처음 열리며 GT(grand touring)의 개념을 파생시킨 클래식카 마니아들의 '꿈의 랠리'로 불립니다. [편집자 주] 

"12월에 UAE에서 열리는 밀레 밀리아에 출전하는데, 일정이 괜찮다면 내비게이터로 같이 참가하지 않을래? 엄청 재미있을거야."

"그래서, 내가 준비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몸만 와, 모든 건 여기서 준비할게. 그나저나 결정이 정말 빠르네."

"난 한국인이니까"

지난 10월 두바이에서 클래식카 사업을 하는 친구로부터 갑작스러운 제안을 받았다. 더 생각할 이유도 없었다. 바로 비행기 표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1927년 시작된 밀레 밀리아는 GT(grand touring)의 개념이 시작된, 클래식카 마니아들에게는 그야말로 꿈과 같은 랠리였기 때문이다.

#꿈의 랠리, 밀레 밀리아

이번에 참가한 밀레 밀리아 익스피리언스 UAE는 이탈리아가 메인인 밀레 밀리아의 3번째 프랜차이즈다. UAE에서는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개최이며, 현재 미국과 일본에서도 밀레 밀리아라는 이름을 공식적으로 사용하는 클래식카 랠리가 열리고 있다. 

밀레 밀리아에는 특이한 출전 조건이 있다. 차 한 대당 한 팀을 이루는 드라이버와 내비게이터 모두 FIA(국제자동차연맹) 라이센스를 취득해야 한다. 자동차 정비에 관한 기초 지식도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 아무래도 1600km를 달리며 발생할 수 있는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준비는 11월부터 시작했다. 면허증과 신분증명서(여권), 폴로 티셔츠 사이즈를 보냈고, UAE의 FIA격인 EMSO(우리나라의 KARA와 비슷하다.)로부터 드라이버 라이센스도 신청했다. EMSO에서 발급하는 밀레 밀리아 라이센스는 대회 기간에만 사용할 수 있는 특별 라이센스다.

선수의 자격 보증은 EMSO와 밀레 밀리아 UAE의 오거나이저인 옥타니움에서 진행한다. 옥타니움에서 드라이버 라이센스 신청에 대한 절차를 알려 주는 메일을 받았고, 메일이 있는 절차대로 비용을 치르니 발급이 완료됐다는 연락이 왔다. 

그렇게  영문 운전면허증(UAE는 한국면허증 사용이 가능하다)과 만약을 대비한 국제운전면허, EMSO에서 보내온 드라이버 라이센스 등을 챙겨 12월 1일 두바이로 출국했다.  

#자동차를 사랑하는 두바이

혼돈의 두바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데에만 1시간이 넘게 걸렸다. 필자를 초대해 준 아랍 최대의 클래식카 전문업체 토미니 클래식의 미구엘 요렌트를 만나 저녁을 먹고, 두바이 오토드롬 인근의 호텔로 체크인을 했다. 미구엘은 호텔이 내 취향에 딱 맞을거라며 웃었다. 

취향에 딱 맞춘 로비부터 마음에 들었다.
취향에 딱 맞춘 로비부터 마음에 들었다.

실제로 그랬다. 별게 있겠나 생각했지만 취향에 딱 맞춘 로비부터 마음에 들었다. 로비에서 바로 보이는 두바이 오토드롬의 스타트라인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체크인을 마치고 짐을 푸는 동안에도 우렁찬 배기음이 희미하게 들렸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어디서 들려도 들을 수 있는 소리다.

숙소가 있는 모터시티는 생각보다 큰 지역이다. 두바이 오토드롬을 중심으로 2개의 카트 트랙과 3개의 쇼핑몰이 있고 대로를 중심으로 건너편에는 일반적인 상업지구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이름답게 자동차 마니아들을 위한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이다.   

짐을 정리하고 로비로 내려오니 로비 창 너머로 보이는 두바이 오토드롬의 스타트라인은 이미 많은 차들도 가득했다. 로비에 물어보니 드래그 레이스가 있는 날. 저녁 9시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드래그 레이스는 두바이를 비롯해 아부다비에서도 참가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고 했다. 곧장 호텔을 나와 도보 10분 거리에 있는 두바이 오토드롬의 입구에서 30디르함(한국돈 1만원 정도)를 지불하면 그랜드스탠드와 피자집이 있는 아래층 스탠드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그랜드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라인 쪽을 보니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가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라인 쪽을 보니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가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라인 쪽을 보니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가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랜드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라인 쪽을 보니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가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그랜드스탠드에 자리를 잡고 스타트라인 쪽을 보니 어림잡아 100대가 넘는 차가 자기들의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워낙에 승부가 빨리 나는 드래그 레이스다 보니 진행도 매우 빠르고 참가차들은 여러 번에 걸쳐 각기 다른 다양한 차들과 승부를 겨뤘다. 

두바이 오토드롬에서 열리는 야간 드래그 레이스는 두바이에 도착해서 첫 번째 충격이었다. 늦은 시간에 그 많은 차들이 모여 새벽 시간까지 합법적으로 달릴 수 있다는 점도 충격이었고, 관중석을 채운 사람들의 모습도 충격이었다. 드래그 레이스는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아랍에 도착한 첫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공항에서 작은 에피소드가 있었지만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고 어디를 가도 모두가 친절하고 영어가 통했다. 아랍에 대한 선입견(과격한 테러와 근본주의, 금욕을 강조하는)이 있긴 했지만 최소한 두바이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가 친절하고 동양에서 온 이방인을 매우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이들이 자동차를 보는 관점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니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자동차를 보는 관점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니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처음 두바이에서 밀레 밀리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자동차 회사도 없는 아랍에서 세계적인 클래식 랠리가 열린다고?’하는 의구심이 들었지만 막상 두바이에 도착해 이들이 자동차를 보는 관점을 간접적으로 체험해 보니 시장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도착 첫날부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었고 ‘모터시티’의 이곳저곳을 탐험해 보니 이 도시가 자동차 마니아를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었다. 

#덧붙여...

두바이에 간다고 하니 다들 버려진 슈퍼카에 대한 얘기를 확인해 달라고 했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막이나 공항 근처에 버려진 슈퍼카들(일부는 한국에도 들어왔다)은 이제는 어디서도 볼 수 없다. 한때 인터넷을 달군 버려진 슈퍼카들은 두바이가 경제 위기를 맞았을 무렵의 일이란다. 

물론 슈퍼카 경찰자들은 여전히 만나볼 수 있다. 부가티 베이론, 메르세데스-벤츠 SLS 같은 차량들이 두바이의 치안을 담당하고, 대외 홍보용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슈퍼카가 생각보다 흔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비싼 차들은 많이 볼 수 있었다. 의외로 다양한 모습을 한 대중적인 모델들이 훨씬 더 많이 보인다.  

글·사진 황욱익
취재협조 토미니 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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