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자체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유럽, 미국의 자동차 문화가 혼재되어있다. 이렇다보니 유럽에 없는 차가 일본에 있는 경우도 있고, 마이너 하지만 미국차의 인기도 높은 편이다. 이런 매니악함을 바탕으로 일본인들은 클래식카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다. 

자동차 소유, 유지 보수가 유독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이다보니 클래식카 분류 범주도 분명하다. 일단 1975년 이전에 생산된 카뷰레터 엔진이 있어야 한다. 슈퍼카나 랠리카는 그 혈통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명확할 경우에만 인정된다. 올드카는 1950년대부터 생산된 일본 내수형 차에 국한한다. 

2023 오토모빌카운실 전경
2023 오토모빌카운실 전경

이번에 찾은 곳은 정통 클래식카 마니아들을 위한 이벤트 오토모빌 카운실이다. 올해로 8년째를 맞은 이 행사는 일본 내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자동차 잡지 카그래픽을 필두로 자동차 관련 부품 회사들과 자동차 딜러, 현지 법인 등이 스폰서로 대거 참여 중이다.

#짜임새 있는 운영과 고급 컨텐츠가 가득

오토모빌카운실은 취재 신청부터가 제법 까다롭다. 편집 책임자의 연락처가 첨부되는 신청서를 보내야 하고, 이메일로 취재 허가증을 받아 출력해 가야하는 번거로움을 여전히 유지중이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지만 프레스데이에 출입할 수 있는 자격을 까다롭게 심사하는 것은 우리가 배워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페라리 컬렉션. 모터쇼만큼 크지 않지만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가득하다
페라리 컬렉션. 모터쇼만큼 크지 않지만 짜임새있는 구성으로 가득하다

프레스데이이인 금요일은 취재 허가를 받은 매체와 특별 티켓(라이브 공연이 포함 된 입장권이 무려 7000엔이다)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 한국처럼 유튜버나 정체불명의 인플루언서는 아예 출입이 불가능하다. 정확한 소속 매체가 있어야 함은 물론이고 브랜드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레스 컨퍼런스는 매체만 참석이 가능하다. 

규모는 모터쇼만큼 크지 않다. 킨텍스 홀 서너 개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그 안을 채우고 있는 컨텐츠는 매우 짜임새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은 차들, 그리고 자동차 키즈들이 어린 시절 머리맡에 붙여 둔 브로마이드에 등장하는 차들이 가득하다. 이런 차들은 어디서 공수해 왔는지 궁금할 정도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포르쉐 부스
가장 인기가 많았던 포르쉐 부스

브랜드의 종류도 다양하다. 일본 내의 클래식카 전문 딜러들과 관련 굿즈를 취급하는 업체, 포르쉐와 페라리, 마세라티, 알핀 같은 독특하고 개성 강한 회사들이 함께 한다. 이번에는 페라리 컬렉션(288 GTO, F40, F50, 엔초 등)과 역대 포르쉐의 대표 모델이 한 자리에 모였으며, 마세라티는 미스트랄과 MC20 첼로를 함께 전시했다. 마쓰다는 로터리 엔진을 중심으로 차후 공개될 마쓰다의 친환경 동력원에 대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건 포르쉐 부스다. 워낙에 마니아 층이 탄탄하기 때문이다. 현지 법인 차원에서도 공랭식 포르쉐를 비롯한 1989년 이전 모델에 대한 철저한 사후관리를 제공하고, 치바현 키사라기에 드라이빙 센터도 운영 중이다. 이미 한국이 포르쉐의 일본 판매량을 추월했다지만, 포르쉐는 일본에 여전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 차의 인기 

한국에서는 생소하지만, 일본에서 가장 탄탄한 클래식카 마니아층은 대부분 이탈리아 자동차 회사들이다. 페라리와 마세라티 같은 고급 자동차 뿐 아니라 알파로메오와 란치아, 파아트, 심지어 아우토 비앙키 같은 차들도 인기가 높다. 

란치아 델타 HF는 크기는 작지만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섹시한 보디라인을 갖고 있다.
란치아 델타 HF는 크기는 작지만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섹시한 보디라인을 갖고 있다.

이탈리아 자동차 전문점이자 도쿄 아바쓰 딜러를 운영중인 개러지 이탈리야는 이번에 아주 특별한 자동차를 전시했다. WRC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란치아 델타 S4 스트라달레와 WRC 그룹 A를 평정한 델타 HF다. 특히 200대만 제작된 델타 S4 스트라달레는 매물로 등장했는데, 가격은 무려 '싯가(ASK)'다. 그도 그럴 것이 아바쓰가 만든 트윈차저 엔진(슈퍼차저+터보)을 장착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모델이다. 

1980년대 말 등장한 델타 HF는 풀비아, 스트라토스, 랠리 037, 델타 S4의 혈통을 잇는 WRC 역사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모델이다. 다른 차들에 비해 연식이 어린(?)편이지만 클래식카 이벤트에 참가할 수 있는 이유는 델타 HF가 가진 혈통 덕이다. 조제르토 주지아로의 디자인으로 완선된 델타 HF는 크기는 작지만 특유의 단단하면서도 섹시한 보디라인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 알파로메오의 인기는 단연 높다.
일본에서 알파로메오의 인기는 단연 높다.

일본에서는 알파로메오의 인기도 높다. 악명높은 잔고장에 '리프트 위에 있을 때 가장 아름다운 차' '친한 친구가 가지고 있으면 정말 좋은 차'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만, 특유의 디자인과 열정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매료될 수 밖에 없는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일본 내에서 알파로메오 스파이더의 인기는 가히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데, 피닌파리나에서 디자인을 담당한 줄리에타 스파이더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영화 졸업에 등장했던 듀에토는 지금도 알파로메오의 낭만을 상징하는 모델이다.  

오토로만이 준비한 포르쉐 917K, 레플리카다.
오토로만이 준비한 포르쉐 917K, 레플리카다.
오토로만이 준비한 포르쉐 962 LM
오토로만이 준비한 포르쉐 962 LM

레이스 마니아라면 오토로만에서 준비한 포르쉐 962 LM과 걸프 리버리로 유명한 917K를 지나칠 수 없다. 군마의 클래식 레이스카 전문 매장인 오토로만의 이 두 대는 행사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둘 다 일반도로 주행이 가능한 상태인데 르망 경주차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인상적인 부분은 917K가 레플리카라는 점인데 오토로만은 이 차가 레플리카임을 분명하게 밝혀 관람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했다. 최소한 레플리카나 조잡한 조립차가 오리지날과 같은 대우를 받거나 하지 않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 차들 뿐 아니라 극소수만 제작된 차들도 오리지널임을 증명할 수 있는 시리얼을 공개하기도 하고, 리스토어 내역에 대해서도 매우 투명하다. 아무 부품이나 때려 맞춘 차들은 낄 자리도 없을뿐더러 오토모빌 카운실 사무국에서는 철저한 심사를 거쳐 전시 차종을 선정한다. 

#문화의 공존과 존중, 그리고 발전

다양성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은 국내 자동차 이벤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다양성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은 국내 자동차 이벤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오토모빌 카운실을 둘러보면서 느낀 점 중의 하나는 클래식카를 좋아하면 모두가 친구이자 동료가 된다는 점이다. 한 곳에서 차를 구경하고 있으면 부스를 운영하는 직원이나 스탭들이 말을 건낸다. 이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면 이들은 "저쪽 어디에 가면 당신이 좋아할 만한 다른 차들도 있을 거야"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다양성에 대해 서로 인정하고 공유하는 모습은 국내 자동차 이벤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과거에만 묶여 있는 모습이 아닌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구상도 엿볼 수 있었다. 눈에 띄지는 않았지만 몇몇 전기차 업체와 컨버전 업체들이 참가해 새로운 세대들을 위한 차들을 전시하고 자칫 고리타분해질 수 있는 클래식카 이벤트를 보다 풍성하게 채웠다. 단순히 클래식카만 전시하는 공간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과 클래식카에 관련된 다양한 상품들, 클래식카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다양한 시각도 함께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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