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싱가포르에 글로벌 혁신센터(HMGICS)를 열었다. HMGICS는 하나의 건물에 연구개발, 생산, 판매·서비스 시설을 모두 갖춘 복합 공간으로, 현대차의 미래 모빌리티 제조 및 공급 방식을 연구하기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등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 연구도 담당하게 된다. 미래 거점을 싱가포르로 설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HGMICS를 이끌고 있는 정홍범 법인장(전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현대차그룹 HMGICS 정홍범 법인장
현대차그룹 HMGICS 정홍범 법인장

Q. HMGICS 입지, 왜 싱가포르인가 

싱가포르는 굉장히 작은 시장이지만, 많은 브랜드들이 진출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과학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고, 혁신에 대한 지원도 많은 곳이다. 이렇다보니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기에 적합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같은 시장 환경을 바탕으로 모빌리티를 어떻게 제공할지, 실증과 기술 확보를 어떻게 진행할지, 전체 밸류 체인을 어떻게 혁신할지 고민하고자 한다.

Q. HMGICS의 인력 구성과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현재 270여명 정도가 근무하고 있고, 절반 이상이 연구개발 인력이다. 실제로도 연구 개발 부서에 가장 신경을 쓰고 있는데, 디지털 분야에만 70여명의 엔지니어가 근무하고 있다. 대부분은 현지인으로 구성됐으며 일부 주재원들이 같이 근무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
현대차그룹 HMGICS

Q. 스마트팩토리는 BMW 등 다른 브랜드도 도입하고 있는 프로젝트다. HMGICS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다른 공장들도 스마트팩토리 라고는 하지만, 일부 공정에서만 데이터를 받고, 이를 낮은 수준으로 최적화 하는 정도다. 현대차가 추구하는 건 공장 운영 전반의 지능화와 자율화다. 이를 위해서는 로봇이 중요 구성 요소가 되어야 하는데, HMGICS는 인공지능이 공장 전반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고, 이를 최적화해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공장 스스로가 모든걸 판단하는 자율 생산 까지도 목표로 하고 있다. 

Q. HMGICS에서 생산할 차량들은 어떤 것들이 있나

제조 방식을 검증하기 위해 일단 아이오닉5를 생산하고 있고, 모든 생산 차량은 싱가포르에서 판매하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 대비 유연한 생산 방식을 갖고 있어 미국에 공급할 로보택시도 생산하고 있다. 향후에는 자동차의 개인화 수요가 높아질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제조 혁신도 고민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
현대차그룹 HMGICS

Q. HMGICS의 셀 생산 방식은 기존의 컨베이어 방식과는 어떤 점이 다른가 

컨베이어 벨트는 생산성을 극단적으로 향상시키기 위한 방식이다. 반대로 말하자면 성과를 내기 위해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결국 신차의 수요가 높지 않음에도 효율성을 유지하기 위해 생산을 계속 해야 하는 모순이 생기게 된다. 셀 생산 방식은 이러한 기회 손실을 없앨 수 있는 방법이다. 이렇다보니 미래에는 컨베이어와 셀 등 두가지 방식이 공존할 것으로 본다.

Q.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해준다면

셀 생산 방식은 자동차를 미리 만들어놓고 파는 방식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요구에 맞춰 공급한다는 것을 기본 전제로 한다. 시장의 수요를 데이터로 확인을 하고, 이에 맞춰 부품을 준비하고, 수요를 예측해 공급할 수 있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생산이 자동화 되는건 알겠는데, 부품은 어떻게 공급되나 

HMGICS의 과제 중 하나가 맞춤평으로 부품을 공급하는 것이다. 컨베이어는 부품을 대량으로 쌓아놓고 조립하는 구조지만, 셀 생산 방식은 필요한 적재적소의 부품만을 갖는 방식이다. 장기적으로는 공장 시스템이 부족한 부품을 자체적으로 파악해서 스스로 발주하는 것 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싱가포르 시장의 볼륨이 크지 않다보니, 현재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등에서 반조립제품(CKD) 방식으로 부품을 들여오고 있다. 

현대차그룹 HMGICS
현대차그룹 HMGICS

Q. HMGICS에서 선보인 기술이 전기차 전용 공장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자동화, 모바일 로봇, 디지털화, 각종 시뮬레이션 기술이 조지아와 울산에 지어질 전기차 전용 공장에도 접목될 예정이다. 공장 자체에 대한 혁신도 있겠지만, 각 공정도 혁신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본다. 자동화 라던지 모바일 로봇을 활용한 부품 운송을 위한 관제 시스템을 개발해야 하고, 이 부분들에 대한 기술들도 적용할 예정이다. 

Q. 새로운 생산 방식이 근로자들의 반발을 일으키진 않을까

근로자들이 반대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 화성 공장에서 PBV를 생산할 때 커스터마이징에 따라 공정이 다양해질텐데, 이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헷갈리지 않고 작업할 수 있도록 기술을 개발하고, 적용한다면 혼선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자동화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근로자들의 안전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생산 과정에서의 지속가능성도 중요한 의제다. 필요한 전력은 어떻게 공급받나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자는 의미에서 옥상에 태양광 패널을 깔았다. 하지만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전기는 HMGICS 전체 전력량의 20% 미만 밖에 충당하지 못한다. 결국 새로운 에너지원을 개발해야 하는데, 폐기물 등 바이오 에너지에서 수소를 추출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고 있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는 방법도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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