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는 상대적으로 비싸다. 배터리 제조 원가가 높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전기차를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도 비싼 가격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에서 내연기관 수준으로 살 수 있는 전기차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전기차의 절반 가격이다.

중국 니오(NIO) ET7. 150kW 배터리를 통해 NEDC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999km를 인증 받았다.
중국 니오(NIO) ET7. 150kW 배터리를 통해 NEDC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 999km를 인증 받았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인 자토 다이내믹스(JATO Dynamics)가 전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중국 전기차와 미국·유럽 등의 전기차 가격을 조사해 발표했다. 내연기관보다 2배 이상 비싼 미국 등과 달리, 중국은 고작 9% 차이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평균 전기차 가격은 6만6864유로(약 9450만원), 미국은 이보다 높은 7만1683달러(약 9690만원)였다. 반면, 중국은 3만2842달러(약 4440만 원)에 불과했다. 미국이나 유럽의 절반 가격 이하로 전기차를 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전기차는 자국 내에서만 저렴한 것은 아니었다. 해외 판매되는 제품도 타 브랜드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놀라운 것은 중국 전기차의 성능이다. 가격 자체가 저렴할뿐 아니라 성능도 뛰어났다. 비슷한 가격의 미국·유럽 전기차와 비교하면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단, 100마력 미만의 도심형 전기차에서는 중국산이 유럽산에 비해 절반 이하로 저렴했다. 100마력 이상, 200마력 미만 전기차에서는 중국산의 성능이 더 높으면서 가격도 30% 이상 저렴했다. 300마력 이상, 400마력 미만에서는 더 큰 차이가 났다. 미국 전기차보다 저렴하면서도 성능은 더 높았는데, 특히 유럽 전기차는 300마력을 넘으면 8만유로(약 1억1410만원)에 달하는 비싼 가격표를 달았다. 

중국 전기차는 유럽 & 미국 전기차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JATO Dynamics)
중국 전기차는 유럽 & 미국 전기차보다 가격은 저렴하면서 성능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JATO Dynamics)

자토 다이내믹스는 미국과 유럽 전기차 가격이 높은 이유로 고가 배터리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고밀도 고용량 배터리에 집중했고, 그만큼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브랜드가 많은 유럽도 고가 배터리를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수익성을 위해 세단보다 비싼 SUV 형태를 따르고 있다는 이유도 덧붙였다.

반면 중국은 리튬인산철(LFP)과 같은 저렴한 배터리를 주력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가격을 낮출 수 있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의 근로자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인력을 투입하고 있으며, 심지어 강제 노동도 서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리적인 문제도 거리낌 없이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우링자동차의 홍광미니EV 시리즈. 중국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중국 우링자동차의 홍광미니EV 시리즈. 중국에서 가장 저렴하면서 가장 많이 판매된 인기 모델이다.

선택의 폭이 넓다는 점도 가격을 낮출 수 있는 주요 요인으로 꼽혔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전기차는 51종에 불과했고, 유럽에서는 135가지 전기차가 판매 중이다. 하지만 중국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기차 가짓수는 235가지에 이르렀다. 그만큼 저가 전기차 선택권이 많다는 것을 뜻한다. 또,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형 전기차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것도 가격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중국 전기차의 가격이 낮아졌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하나로 모아진다. 바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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