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시장 반응이 뜨겁다. 지난 2월 첫 선적이 시작된 이후 5월까지 4만8000여대가 수출됐고, 국내에서도 사전계약 7일만에 1만3000건의 계약이 몰리는 등 흥행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 사전계약 기록만 보더라도 한국GM이 출시한 신차 사전계약 중 최고기록으로, 8일만에 1만대가 계약된 말리부의 성과도 넘어섰다.

(왼쪽부터)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 이준일 엔지니어,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
(왼쪽부터)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 이준일 엔지니어,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

한국GM은 트랙스 크로스오버의 인기 비결이 '가성비' 뿐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퍼포먼스까지 놓치지 않았고, 이 과정에서는 한국GM과 미국 본사간의 긴밀한 협업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입장이다. 트랙스 크로스오버 개발 과정에서는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을까. 설계에 참여한 GM 해외사업부문의 에드워드 허프네이글 수석 엔지니어, GM 북미사업장 사바나 타이슨 엔지니어, 한국GM 이준일,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크로스오버 세그먼트를 개발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허프네이글) 세단도, SUV도 아닌 뭔가 다른걸 원하는 고객들이 있다는걸 알게 됐다. 너무 큰 차량은 아니면서도 스포티한 느낌을 주고, 패밀리카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차 말이다. 처음에는 어떤 차를 만들 수 있을지, 고객이 원하는건 어떤것들인지 고민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완성도는 높으면서도, C세그먼트급을 초월하는 차를 만들고 싶었다. 

Q. 개발 과정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타이슨) 개발 과정에서 차량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직접 테스트를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창고를 갖고 있고, 이곳에서 다양한 개인 작업을 하는 편인데, 트랙스에 싣고자 했던 모든 목재가 트렁크에 들어가는 걸 보고 뿌듯했던 기억이 있다. 평소였다면 픽업트럭이 필요했을지도 모를 양의 짐이었다.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공간감이 굉장히 좋은 차라는걸 알 수 있었다. 

이준일 엔지니어
이준일 엔지니어

Q. 글로벌 협업을 통해 완성된 차라고 했는데, 시공간적 제약으로 어려운 점은 없었나.

(이준일) 세부적인 업무 분담을 나누는 부분에선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어려운 점은 없었다. 오히려 좋은 점들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낮에 만들어낸 결과물을 보내면 미국에서 밤에 관련 피드백을 해줬던 게 대표적이다. 이 과정이 여러 차례 반복됐는데 협업하기에 굉장히 좋은 구조였다. 세계적으로 쌓아온 다양한 데이터와 노하우를 활용해 최고의 결과값을 얻어낼 수 있었다. 

(타이슨) 한국은 물론 미국과 전 세계에 능력있는 엔지니어들이 포진해있다. 서로간에 협업 체계가 잘 짜여져 있을 뿐만 아니라, 같이 일하는 과정도 상당히 즐거웠다. 

(허프네이글) 첨언하자면, 창원공장은 우리가 지금까지 출시한 어떤 제품을 생산했던 곳 보다도 훌륭하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시장의 수요를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한국팀의 기여가 정말 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GM 협업의 마스터피스(결정체)다. 

Q. 트랙스에 쓰인 VSS 아키텍쳐는 유연성이 높은 플랫폼으로 안다. 다른 차량 개발 계획도 있나.

(허프네이글) 트랙스, 트레일블레이저, 뷰익 앙코르 GX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 VSS-F 아키텍쳐는 다양한 형태로 변형할 수 있다. SUV와 CUV의 특징을 모두 다 아우를 수 있고, 각 브랜드의 특징도 명확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당연히 이게 끝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전동화다. 앞으로 몇 년간 GM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는지 볼 수 있을텐데, 상당히 의미있는 엔트리 모델이 등장할 것이라는 점을 말해두고싶다. 기대해달라. 

사바나 타이슨 엔지니어
사바나 타이슨 엔지니어

Q. 한국과 미국의 도로 여건은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 별도의 튜닝을 거친 부분이 있나.  

(릭) 좋은 질문이다. 트랙스는 국가별 환경에 맞춰 다르게 튜닝되어있다. 한국은 부드러운 승차감과 정숙성에 대한 요구치가 높은 시장이다. 한국 시장에 판매되는 트랙스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맞춰 튜닝했다. 반면 미국은 주행할 때 조금 더 스포티한 느낌을 추구하고, 스티어링 휠 감도도 더 무거운걸 선호해서 이 부분에 대해 별도의 조정을 거쳤다. 

Q. 한국 소비자들의 니즈는 어떻게 반영되었는지 궁금하다.

(허프네이글)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한국에서 주도적으로 개발됐지만, 한국 뿐만 아니라 북미 소비자들의 니즈도 충족시키는 게 목표였다. 한국의 소비자들은 사양이 좋은 차를 선호한다는걸 알게 됐고, 이 과정에서 사양이 풍부한 차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커넥티비티는 물론 시트, 컨디셔닝, 안전사양 등 모든 부분이 포함되는 영역이다. 그럼에도 경쟁력있는 가격을 놓치고 싶지 않아 많은 논쟁이 오간 것도 사실이다. 

(타이슨) 안전사양은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고 있는 영역이다. 기본 적용된 안전 사양만 6종이고, 옵션으로 추가할 수 있는 건 4갠데, 이 세그먼트에 이만큼의 옵션이 적용되는건 전례가 없다. 

(릭) 한가지 첨언하자면, 한국의 도로 여건도 고려됐다. 한국은 굉장히 교통체증이 많고 바쁘면서도 역동적인 곳이다. 좀 더 부드럽고 푹신푹신하면서도 승차감이 좋고, 그래서 매일 쓸 수 있는 차량을 원한다는걸 알게 됐고, 이 부분도 개발 과정에서 중점 과제로 두고 설계했다.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
크레이그 릭 엔지니어

Q. 가성비를 강조했는데, 가격대를 유지한 비결이 있다면.

(릭) VSS-F 아키텍쳐 자체가 상당히 훌륭하다. 심플하면서도 간결한 설계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품 조달 등 다양한 영역에서도 글로벌 협업을 통해 가격을 낮출 수 있는 부분이 있었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건 좋은 가격을 유지하면서도 성능에 있어서는 타협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승차감이나 핸들링 성능은 차급을 초월한 수준이라고 봐도 좋다. 이 과정에서는 각 부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최적화한 엔지니어링의 결실도 있었다고 본다. 

Q. 트랙스 크로스오버 주행성능의 비결이 있다면.

(이준일) 아키텍쳐와 섀시의 강성, 서스펜션 등 많은 부분이 중요하다. 이 요소들을 세밀하게 튜닝할 수 있었던 게 성공 요인이었다고 생각한다. 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가동해볼 수 있는 가상 설계가 적용됐고, 이를 통해 폭넓은 범위에서 튜닝이 가능했다. GM만의 기술로 승차감, 핸들링을 세밀하게 조정했고, 맥퍼슨 스트럿 등 이미 검증된 구조를 통해 최적의 결과값을 만들어냈다. 

Q. 사륜구동이 빠진게 아쉽다.

(릭)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륜구동 차량이다. 모든 극한 상황에서 차를 시험했는데, 이 과정에서도 만족스러운 성능을 발휘했다. 사륜구동이 없다고 해서 이게 딱히 불리한 점은 아니라는 뜻이다. 오히려 공간을 더 넓게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됐고, 그 결과 최적화된 패키징을 갖는 데 도움이 됐다. 

허프네이글 수석엔지니어

Q. 주행거리가 늘면서 아이들링 상태에서 진동이 좀 커지는 것 같다. 어떤 문제 때문인가.

(이준일) 내구성 측면에서는 이미 검증된 엔진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주행거리가 늘어나고 엔진이 오래되더라도 일정 수준의 성능을 균일하게 유지하기 때문이다. 아이들링 시의 진동은 차량 자체의 성격보다는 날씨나 온도, 습도, 연료 품질 등 복합적인 여건이 영향을 미친다. 

Q. 국내 소비자들은 3기통 엔진에 대한 편견이 있다. 극복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

(허프네이글) 직접 시승해본다면 굉장히 1.2리터 E-터보 엔진이 굉장히 뛰어나다는걸 알 수 있을 것이다. 3기통 엔진이지만 굉장히 파워풀하고, 연비도 훌륭하다. 밸런스 샤프트가 적용돼 있어서 소음과
진동도 최고 수준으로 억제했다.

(릭) 진동을 줄이기 위해서도 굉장히 많은 노력을 했다. 구조적으로는 엔진을 마운팅하는 포인트를 최적화하고, 엔진 소음과 진동이 실내 공간으로 유입되는 경로를 파악해 이 부분에서도 소음과 진동을 저감했다.

(타이슨)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은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속한 차급에서는 흔치 않은 사양이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차를 운행해보면 소음이 상당히 적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환경에서 편안한 운행이 가능하다는건 트랙스 크로스오버만이 가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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