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다. 수많은 자동차 마니아를 열광케 했던 고성능 내연기관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소비자는 “전기차가 아무리 빨라도 내연기관의 그 감성을 그대로 재현하기란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라며 전격적인 전동화 전환에 대한 불만을 터트리기도 한다.

아우디 RS7 스포트백 퍼포먼스
아우디 RS7 스포트백 퍼포먼스

아쉬운건 비단 소비자만의 일은 아니다. 제조사 입장에서도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과 노력을 쏟아 개발한 ‘금쪽같은’ 내연기관을 억지로 포기해야만 하는 상황이 달갑지 않을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역사상 최고의 엔진은 내연기관 종말과 함께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수십년간 내연기관을 만든 엔지니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엔진을 만든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지금껏 쌓아온 수많은 경험과 지혜를 몽땅 집어넣은 최고의 작품이 탄생할 것이다. 아마 제조사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아낌없는 지원을 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아우디 스포트 GmbH 사장 세바스찬 그램
아우디 스포트 GmbH 사장 세바스찬 그램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만난 아우디 스포트 GmbH 사장인 세바스찬 그램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RS6·RS7 퍼포먼스 글로벌 시승회에서 세바스찬은 “우리가 개발할 마지막, 그리고 최고의 내연기관 엔진은 2026년(2027년 이전)에 나올 것"이라 밝혔다. 아우디가 2026년 이후에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지 않기로 공언한 만큼, 이 시기에 맞춰 브랜드의 정수가 집약된 역대급 엔진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아우디 스포트가 선보인 RS6·RS7 퍼포먼스용 엔진은 아우디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내연기관이다. 기존 4.0 V8 TFSI 엔진을 개량해 최고출력 630마력, 최대토크 86.7kgf.m를 발휘한다. 아우디를 대표하는 스포츠카인 R8(610마력, 57.1kgf.m)보다 높은 숫자다. 단순히 ECU 맵핑으로 성능을 높인게 아니라 2개의 터보차저 크기를 각각 3mm씩 키우고, 부스트압을 2.4바(bar)에서 2.6바로 늘린 덕분이다. 내연기관 단종을 앞둔 상황에 이렇게 과감한 투자를 하는 것은 무척 신기한 일이다.    

아우디 RS6·RS7 퍼포먼스에 탑재되는 4.0 V8 TFSI 엔진
아우디 RS6·RS7 퍼포먼스에 탑재되는 4.0 V8 TFSI 엔진

다행인 점은 2027년에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의 생산이 중단되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RS 역시 당분간 엔진을 유지하면서 전기차로의 자연스러운 전환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는 고성능 내연기관을 사야 할까, 아니면 고성능 전기차를 사야 할까. 이에 대해 세바스찬은 타이밍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세바스찬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되는 과도기인 것은 맞다”면서도 “우리는 여전히 RS 스페셜 및 한정판 모델을 만들고 있는데, 아직도 이 아름다운 자동차를 원하는 고객이 많다”고 말했다.

성능 차이도 크지 않다고 언급했다. 결국은 사운드 문제로, 스포티한 전기차에 적합하게 변형된 소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내연기관을 흉내 내는 수준에 그치는게 아니라, 엔지니어들이 차량에 맞게 직접 개발한 사운드가 들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기차에서도 내연기관 감성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목표다.

다만, 고성능 내연기관의 끝은 정해진 것으로 보인다. 세바스찬은 “RS의 목표 역시 미래의 탄소 중립 모빌리티를 위한 ‘완전한 전동화’”라고 말했다. 이어 "전기차도 매우 감성적일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RS e-tron GT를 통해 RS의 DNA를 전기차에 가져올 수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아우디 RS6 아반트 퍼포먼스
아우디 RS6 아반트 퍼포먼스

끝으로 미래 세대에 대한 의견도 이야기했다. 미래의 RS 소비자는 지금과 다르다는 것이다. 내연기관에 대한 경험이 없는, 처음부터 전기차를 탄 젊은 세대가 고성능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된다는 뜻이다. 세바스찬은 "지금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사용하는 고객들이 주를 이루지만, 미래에는 디지털 시대에서 자라난 새로운 고객을 맞이해야 하며 이 고객들이 원하는 것은 지금과는 많이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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