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램프에 눈 쌓이는 토레스, 직접 운전해보니 '위험해' [MG실험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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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27 14:19
헤드램프에 눈 쌓이는 토레스, 직접 운전해보니 '위험해' [MG실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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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레스의 헤드램프가 논란이다. 겨울에 눈이 쌓이는 디자인 때문에 램프를 가려 안전 운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다. 

실제 차주들이 게재한 사진을 보면 상황은 꽤 심각해 보인다. 각진 디자인으로 호평받았던 그릴과 범퍼는 전부 하얗게 뒤덮여 있고, 헤드램프도 눈에 파묻혀 원래의 형태를 알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과연 일상 주행에서도 문제가 발생할지 모터그래프가 직접 실험해봤다.

구글에 '토레스 눈'을 검색한 결과. 헤드램프에 눈이 뒤덮인 사례가 많다.

실험에 앞서 헤드램프 디자인을 살펴봤다. 북두칠성을 모티브로 한 국자 모양의 주간주행등 안쪽에 동그란 램프가 담겨있는 형태다. 옆에서 보면 움푹 패어 있는데, 헤드램프 모듈은 이보다 안쪽으로 한단계 더 들어가 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헤드램프가 주변 장식보다 함몰된 디자인인데, 다른 차량처럼 겉면을 둘러싼 투명 커버가 없다. 한눈에 봐도 눈이 잘 쌓일 것처럼 별다른 보호막 없이 안으로 쑥 들어가 있다. 헤드램프 앞에 어린아이 주먹 크기의 구덩이가 있는 셈이다. 

쌍용차 토레스 헤드램프. 상단에 눈이 쌓여 있다.
쌍용차 토레스 헤드램프. 상단에 눈이 쌓여 있다.

실험을 진행한 26일 출근길, 수도권에는 시간당 2~3cm의 눈이 내리며 대설특보가 발효됐다. 일반적인 출퇴근길을 가정해 서울 시내를 약 20분 정도 주행한 후 자유로를 40분 가량 달렸다. 꽤 굵은 눈발이 흩날렸지만, 도로 제설이 잘 된 덕분에 제한속도와 교통 흐름에 맞춰 주행할 수 있었다.

약 1시간이 흐르자 헤드램프 상단 쪽부터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의외였다. 눈발이 굵긴 했지만, 적설량은 시간당 1~2cm로 대설특보 예상보다 적었다. 일찌감치 도로 제설을 마쳐 앞 차에서 튄 눈도 없었다. 그런데 눈은 점점 한곳으로 모였다.

신기한건 아래쪽이 아니라 위쪽부터 눈이 쌓였다는 점이다. 추측하건데 단순히 중력 때문이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 즉 바람의 흐름 때문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출퇴근길의 도심, 해가 충분히 뜬 시간에 달렸음에도 눈이 모였다. 기온이 낮은 밤에 고속도로를 달렸다면 훨씬 더 많은 눈이 쌓였을 것으로 예상된다. 

쌓인 눈은 1시간 넘게 달려도 녹지 않았다. 오히려 안에 들어간 눈이 단단하게 뭉쳤다.
쌓인 눈은 1시간 넘게 달려도 녹지 않았다. 오히려 안에 들어간 눈이 단단하게 뭉쳤다.

헤드램프 및 엔진룸의 열기로 눈을 녹일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실험을 위해 손으로 직접 눈을 뿌려봤는데, 1~2차례 가볍게 던졌을 뿐인데 불빛이 보이지 않는다. 이 상태로 지하 주차장에 들어가니 마치 한쪽 램프가 고장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제기능을 못했다.

헤드램프를 켠 상태로 시내와 자유로를 1시간가량 달린 후 확인했다. 눈은 녹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1.5리터급 엔진의 열은 잘 전달되지 않은 탓이다. 헤드램프 역시 할로겐 타입이 아니라 LED여서 발열이 적은 이유도 있겠다. 

특유의 움푹 패인 디자인 때문에 쌓인 눈은 바람에 흩날리지도 않았다. 오히려 더 안쪽으로 압축되며 더욱 단단하게 뭉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속주행을 한다면 이런 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 토레스 헤드램프
쌍용차 토레스 헤드램프

토레스 헤드램프는 빠른 시일 내 개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보기에는 좋지만, 기능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미 판매된 차량이다. 토레스는 지난해 2만2484대나 팔렸다. 특히, 올해는 '토레스 EVX'로 알려진 토레스 기반 전기차가 출시될 예정이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에 비해 열이 발생하지 않는 만큼, 눈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토레스 운전자 A씨는 "차량 외관 디자인의 문제인 만큼, 리콜이나 무상수리 등 해결책이 나올지 잘 모르겠다"면서 "나를 포함해 수만 명에 달하는 토레스 차주들은 눈이 올 때마다 이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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