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자동차가 있었다? 독특한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들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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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01.27 13:30
핵추진 자동차가 있었다? 독특한 연료로 달리는 자동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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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왜 기름으로 달릴까? 한동안, 그리고 당분간 계속될 '전기차 vs 수소차' 논란은 왜 생겼을까.

자동차의 파워트레인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에너지 게임'이다. 서로 경쟁하는 두 개 이상의 에너지 중 어떤 것이 더 효율적인지, 어떤 것이 더 시장 논리에 적합한지에 따라 주류 에너지원이 된다. 초기 자동차 시대에 내연기관에 밀려 사라졌던 전기차가 최근 급부상 이유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지금이야 휘발유와 디젤이 당연하지만, 새로운 에너지로 자동차를 달리게 하려는 노력은 계속돼 왔다. '기계의 시대'를 열었던 증기기관부터 '원자력의 시대'를 열어낸 핵물질까지 방식도 다양했다. 에너지 전환의 시대. 우리가 몰랐던 엉뚱한(?) 자동차 연료 역사를 살펴봤다. 

# 상상속의 핵추진 자동차, 주행거리 8000km! 

포드는 지난 1957년 '뉴클레온'이라는 이름의 자동차를 공개했다. 핵추진 자동차라는 콘셉트의 모델이다. 소형 원자로를 자동차에 얹고, 우라늄의 핵분열로 생성되는 열과 증기를 이용해 터빈을 굴리는 개념을 갖고 있었다. 원자로가 가동'되면 핵연료 추가 주입 없이 최대 8000km를 주행할 수 있다는게 포드 측 설명이었다. 

포드 뉴클레온
포드 뉴클레온

뒤이어 등장한 핵추진 자동차도 미국에서 나왔다. 캐딜락이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공개한 '토륨 퓨얼' 콘셉트다. 희토류에서 추출되는 토륨을 내장한 원자로를 탑재한 것으로, 핵연료를 한 번 주입하면 최대 100년간 추가 연료 없이 주행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두 차량은 모두 모형과 렌더링에 그쳤다. 민간 기업의 방사성 물질 접근이 쉽지 않은 데다, 실제로 구현이 가능하더라도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문제를 앉고 있었다. 만들어지지 않아서 다행일 수도 있겠다. 

# 증기기관 자동차, 1930년대까지 있었다

최초의 증기기관 자동차는 1769년 프랑스 기술자 니콜라 조셉 퀴뇨에 의해 고안됐다.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이 발명된지 4년 만의 일이다. 퀴뇨는 우마차의 대안으로 증기기관 자동차를 생각했다. 프랑스 육군의 화포까지 견인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견인력이 무려 3.9톤에 달했다. 

도블 스팀카 투어링 (사진=헨리 포드 박물관)
도블 스팀카 투어링 (사진=헨리 포드 박물관)

단점은 분명했다. 최고속도는 4km/h에 불과했고, 보일러에 저장할 수 있는 물의 양이 적어 주행거리도 짧았다. 브레이크도 없어 마음대로 멈추는 것도 불가능했다. 덕분에 퀴뇨의 증기기관 자동차는 '세계 최초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자동차'라는 불명예를 얻기도 했다.

가솔린 엔진이 나오면서 점차 쇠락했지만, 증기기관차의 명맥은 20세기까지 이어졌다. 대표적인건 미국의 '도블'이라는 회사다. 도블은 1931년까지 '스팀카'라는 자동차를 생산했다. 엔진 대신 등유 보일러를 탑재한 자동차로, 시속 110km에서 900rpm을 유지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달렸다. 이론상 최고속도도 191km/h에 달했다. 

# 땔감으로 달리는 자동차, 북한에는 아직도 있다

숯이나 장작을 이용한 이른바 '목탄가스 자동차'도 있다. 정확히는 땔감이 연소하며 발생되는 가스를 모아 엔진 실린더에 주입하는 원리다. 

북한에서 운행되고 있는 목탄가스 자동차 (사진 = 위키미디어커먼스)
북한에서 운행되고 있는 목탄가스 자동차 (사진 = 위키미디어커먼스)

최초의 목탄가스 자동차의 등장은 1901년으로, 전성기는 2차 세계대전 기간이다. 물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불에 타는 소재라면 무엇이든 자동차 연료가 될 수 있었으니 유용할 수밖에 없었다. 1945년까지 독일에서 운행된 목탄가스 자동차는 50만대에 달했다는 기록도 있다. 

단점도 분명했다. 연료에 따른 가스 발생량이 달라 출력이 불규칙했다. 가스 포집 설비로 인해 자동차가 커진다는 문제도 있었다. 다량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것도 퇴출 원인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땔감으로 자동차를 굴리는 곳이 있다. 바로 북한이다. 평양과 일부 도시를 제외한, 유류 수급이 어려운 곳에서는 아직도 목탄 자동차가 운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 항공기 엔진 품은 자동차…메탄올, 에탄올, 벤젠도 사용 가능

메르세데스-벤츠 T80
메르세데스-벤츠 T80

항공기 엔진을 자동차에 얹는다면 얼마나 강력할까. 이건 결코 상상이 아니다. 20세기 초 히틀러의 지시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가 만든 메르세데스-벤츠 T80이다. 당시 독일의 주력 전투기였던 메서슈미트 Bf109의 엔진을 탑재한 것으로 메탄올과 벤젠, 에탄올을 섞어 만든 특수 연료를 사용했다. 이론상으로는 750km/h까지 달릴 수 있었지만, 전쟁 탓에 벤츠 T80의 시험 주행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양산 직전까지 갔던 브랜드는 크라이슬러다. 1963년 항공기의 제트 터빈 엔진을 탑재한 채 등장한 '터빈카'가 그 주인공이다. 최고출력은 130마력으로, 비슷한 시대에 등장한 1세대 포드 머스탱(120마력)보다 강력했다. 

크라이슬러 터빈카
크라이슬러 터빈카

터빈카의 장점은 상당했다. 휘발유나 경유, 등유 등 거의 모든 연료를 이용할 수 있었고, 영하 29도에서도 시동이 걸리는 당시로선 획기적인 기술을 갖고 있었다. 크라이슬러는 실제 50여대의 시승용 차량을 제작해 200여명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했고, 누적 160만km를 주행하며 내구성도 입증 받았다. 

양산되지 못한 이유는 소음 때문이었다. 제트엔진 특유의 낮은 연비도 문제였고, 가속 성능도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결정적으로 생산 단가도 맞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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