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동차 회사들의 사업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전동화와 자율주행으로 요약되는 미래차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배터리는 물론, 반도체와 소프트웨어까지 직접 설계하겠다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로봇, 로켓, 인공위성 등의 첨단 영역을 넘보는가 하면, 차량 공유 서비스 등과 같은 운송사업까지 노리고 있다. 

자동차 업계가 이처럼 다양한 영역을 넘보는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자동차 업체들은 이따금 '일탈' 처럼 상상치 못한 사업 영역에 뛰어들어 자신들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 KTX를 현대차가 만든다고?

이따금 다른 도시로 이동할 때 탑승하는 KTX-산천과 KTX-이음은 현대차그룹 산하 현대로템에서 생산하고 있다. 현대로템은 이 외에도 전동차, 디젤·전기 기관차, 경전철, 자기부상열차 등 다양한 철도 차량을 생산하고 있으며, 군용 전차를 생산하고 있는 방위산업체 역할도 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시작은 IMF 외환위기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철도차량 제조사를 한개의 회사로 통합하는 조치를 단행했고, 이에 따라 지금의 현대로템의 전신 '한국철도차량(KOROS)'이 탄생한다. 설립 당시에는 세 회사가 지분을 동등하게 소유했지만, 이후 현대차그룹 측이 대우와 한진의 지분을 모두 매입하며 지금에 이르고 있다. 

사업 영역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남미 지역에 활발하게 진출했고, 그리스, 터키, 캐나다 등 세계 주요 도시철도에서도 현대로템의 전동차가 운행되고 있다. 2010년에는 약 10억 유로(한화 1조3000억원) 수준의 매출을 올리며 세계 8위 규모까지 성장했다.

# BMW가 만든 게이밍 체어

BMW는 지난 2021년 모터스포츠 이벤트를 열고,  e스포츠 시장을 겨냥한 게이밍 기어 '더 라이벌 릭(The Rival Rig)'을 공개했다.

더 라이벌 릭은 그룹의 디자인 자회사 BMW 디자인웍스가 설계한 제품이다. 게이머들이 활동 여건을 고려해 인공지능(AI)과 모터스포츠에서 유래된 인체 공학 기술 등을 적용했다. 상표권을 활용한 라이선스 제품이 아닌 BMW 차원에서 직접 제작한 게이밍 체어라는 점도 눈길을 모은다.

가장 큰 특징은 AI 기술을 적용한 어댑티브 시트다. 시트 곳곳에 위치한 센서가 온도를 감지해 각 부위에 최적화된 열선 및 통풍 기능을 제공하고, 팔걸이 등 특정 부위의 압력을 인지해 보다 편안한 자세를 유도한다. 오랜 시간 고정된 자세로 앉아있어야 하는 특성을 고려해 포뮬러 원(F1)에서 착안한 기술들도 쓰였다.

이 뿐만이 아니다. 게임 장르에 따른 다양한 설정을 통해 게임 몰입도도 높일 수 있다. BMW는 어댑티브 시트와 관련한 데이터를 게임 개발사 등 각종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오픈 소스 형태로 개방하고, 한층 다양한 기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 최고급 아파트를 만든 벤틀리

벤틀리는 지난 4월 초호화 아파트 '벤틀리 레지던스' 건설 계획을 공개했다. 2026년 마이애미에 지어질 아파트는 건물 높이 228m, 60층 규모로 건설되며, 총 200 세대가 거주할 수 있게 설계됐다. 

시설은 호화로움 그 자체다. 모든 세대가 마이애미 해변을 조망할 수 있고, 전용 발코니와 수영장, 사우나 등이 마련됐다. 이 외에도 영화관, 웰빙센터, 스파, 위스키 바, 시가 라운지, 레스토랑 등의 공용 커뮤니티 시설을 갖추는 등, 여느 고급 주택과 같은 구성을 갖췄다. 

벤틀리 레지던스의 특별함은 주차 시설에 있다. 모든 세대가 차량을 집 안에 주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벤틀리 측에 따르면, 컨티넨탈 GT는 물론, 플라잉스퍼, 벤테이가 같은 덩치가 큰 차량도 최대 4대까지 주차할 수 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차량을 배려해 모든 주차 공간에 전기차 충전 시설을 갖춘 것도 특징이다. 

입주 가격은 이름에 걸맞을 정도로 비싸다. 벤틀리 측에 따르면 레지던스 매매를 위해 필요한 금액은 최소 420만 달러(한화 56억원)이며, 오는 2026년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 토요타는 '도시'를 설계하는중

토요타는 일본 후지산 인근 약 70만8000㎡(21만4000평) 부지에 신도시를 건설중이다. 우븐시티(Woven City)로 명명된 도시는 토요타의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와 미래 기술 연구에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탓에 토요다 아키오 회장은 우븐시티를 '살아있는 실험실'로 정의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20 CES를 통해 "도시를 건설하는 것 만이 디지털 운영체제를 포함한 인프라 전반을 연구할 기회"라며 "각종 센서와 데이터를 통해 연결성과 인공지능 기술 등의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요타는 우븐시티의 모든 전력을 친환경 에너지로 충족할 계획이다. 모든 주택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구축하고, 태양광 집열판이 설치된다. 주택에는 센서 기반의 인공지능(AI)이 탑재돼 거주자 건강 상태 및 요구 사항을 파악한다. 더불어 도시 내 모든 교통수단은 완전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전기차 및 수소차만으로 운행된다.

우븐시티는 오는 2021년 첫 삽을 뜰 예정이다. 토요타는 임직원과 퇴직자, 협력사 관계자 등 총 2000여명을 신도시에 입주시킬 계획이다. 회사는 연구 성과에 따라 도시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 푸조가 만든 후추통, 생각보다 역사가 길다

스텔란티스 산하 브랜드로 편입된 푸조의 역사는 200여년 전 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시골의 작은 철공소로 출발한 푸조는 후추나 커피를 갈아낼 때 쓰는 그라인더를 제조해왔고, 이후 사업 영역을 자전거와 스쿠터, 자동차까지 확장했다. 

오랜 역사 때문일까. 푸조의 후추 그라인더는 세계적인 명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원목을 가공해 만든 제품은 물론, 푸조의 최신 디자인 기조를 반영한 금속 제품도 높은 인기를 모으고 있다. 여느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푸조의 후추통을 흔하게 만나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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