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PBV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수천억원을 투입해 PBV 1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전용 공장을 짓고, 세계 PBV 시장 점유율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렇다보니 PBV라는 단어가 자주 쓰이지만, 아직은 낯설게만 느껴지는 단어다. PBV란 무엇일까. 모터그래프가 PBV의 모든 것을 정리했다.

# PBV가 뭐냐면요…

PBV의 정확한 명칭은 목적기반 모빌리티(Purpose Built Vehicle, PBV)다.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포괄적 개념의 소비층을 넘어 특정 산업이나 직군 심지어는 개별 기업을 위해 선보이는 맞춤형 자동차를 뜻한다. 어쩌면 주문제작형 상용차, 혹은 영업용 차량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

이런 점에서 PBV는 맞춤 정장에 비유할 수 있다. 자신의 신체 조건에 최적화된 옷을 입듯, 자동차도 자신의 라이프스타일과 종사하는 직종에 맞춰 제작되는 것이다. 

PBV가 시장의 화두로 등장한 이유는 분명하다. 코로나19 이후 자동차가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공간'의 개념으로 진화하고 있어서다. 카 셰어링이나 라이드 헤일링 같은 새로운 개념의 교통 산업들이 등장하며 관련 업종에 특화된 자동차를 요구하는 수요층이 발생하는 것도 한 몫을 했다.

# '맞춤형 자동차'가 가능한 이유, 플랫폼

이 같은 사업이 가능해진 비결은 모듈화된 전기차 플랫폼에 있다. C세그먼트급 해치백부터 7인승 대형 SUV 설계까지 대응할 수 있는 최근 전기차 전용 플랫폼들이 그 대표적인 예다. 엔진, 변속기, 연료탱크, 드라이브샤프트를 위한 공간을 없애고 유연하게 구조를 바꿀 수 있다.

주문자는 목적에 맞는 차체 크기와 주행 성능 등 요구 사항에 따른 차량을 주문할 수 있고, 제조사는 하나의 플랫폼을 이용해 다양한 차종을 파생시켜 원가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소비자는 사업에 꼭 맞는 차를 살 수 있고, 회사는 다양한 니즈에 대응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인 셈이다.

# 트럭부터 택시까지, "원하는대로 만들어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기아다. 기존 양산형 모델인 레이와 1세대 니로 EV를 바탕으로 레이 1인승 밴, 니로 플러스를 선보이며 PBV 시장에 진입했다. 2025년에는 스케이트보드 형태의 'eS' 플랫폼 기반 중형 PBV SW(프로젝트명)를 선보이고, 이를 기반으로한 쿠팡 전용 PBV도 선보일 방침이다. 기아는 이 외에도 음식 및 생활용품 배송에 최적화된 무인 자율주행 소형 PBV, 일반 물류 및 신선식품 배송, 다인승 셔틀, 이동식 오피스와 스토어로 활용 가능한 대형 PBV까지 제품 라인업을 늘려나갈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기아는 경기도 화성에 PBV만을 생산하는 전용 공장 신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약 2만평의 부지에 지어질 예정인 공장은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초기 10만대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향후에는 시장 상황에 맞춰 최대 15만대까지 증산할 계획이다.

해외에서도 관련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제너럴모터스(GM)와 리비안이 대표적이다. 리비안은 세계 최대의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을 위해 만든 전기 밴을 생산중이고, GM은 허머 EV에 쓰인 얼티엄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보600(ZEVO 600, 프로젝트명 EV600)을 제작해 미국의 물류기업 페덱스와 통신사 버라이즌에 공급하고 있다. 

# 시장은 핑크빛 전망…우려도 공존하는 이유는 

일단 시장 전망 자체는 긍정적이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쇼핑이 급증했고, 식료품 배달 등 비대면 전자상거래 비중이 늘어나서다. 자연스레 다양한 물류 수요에 대응할 필요성이 생긴 데다, 주요 국가들의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디젤 화물차 대신 전기·수소 화물차 도입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0년 PBV 시장 규모는 32만대 수준으로, 전 세계 신차 수요의 5% 가량을 차지했다. 이는 연 평균 33%씩 성장해 2025년에는 130만대 규모까지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획일화된 플랫폼에서 리콜을 야기할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은 겉잡을 수 없다. 이를 위해 지속적으로 차량의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을 비롯해 지속적으로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OTA 기능과 제반 인프라 등이 먼저 마련되어야 할 것이란 의견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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