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③[황욱익의 로드 트립]
  • 황욱익 객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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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07 11:00
코로나 끝나면 꼭 가야 할 자동차 여행지-미국편③[황욱익의 로드 트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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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호크 다음 기착지는 캘리포니아의 주도인 새크라멘토였다. 점점 미국의 도로환경에도 익숙해지고 현지화가 끝났다고 생각은 했지만, 새크라멘토는 지금까지 거쳐 온 동네들과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오래된 도시답게 외곽지역은 지저분했고, 차에서 내리기 부담스러운 곳도 많았다. 노숙자들을 쉽게 볼 수 있어서 늘 긴장감과 함께였다.

블랙호크에서 새크라멘토까지는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된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는 편리했고, 나름 운치도 있었다. 주유소는 대부분 나들목 근처에 있는데, 편의점과 함께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주유 방식은 우리나라와 다르다. 카운터에 선금을 지불하고 기름을 넣은 후,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 차액을 돌려받는 방식이다. 신용카드를 쓸 수 없는 곳도 있고, 일부는 우편번호(Zip Code)를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5월의 캘리포니아는 생각보다 덥다. 아스팔트에서 올라오는 지열이 신발 밑창을 뚫고 발바닥까지 전달될 정도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습하지는 않아서, 그늘에 들어가면 더위를 한 번에 잊을 수 있다. 해가 지면 날씨는 갑작스레 서늘해진다. 봄이나 여름이라고 해도 후드 하나 정도는 챙기는 것이 좋겠다.

오래된 도시 새크라멘토는 지금껏 거쳐 온 곳들에 비해 훨씬 미국적인 느낌이다. 예약한 모텔부터 익숙하다. 2층 다세대 주택 같은 건물로, 미국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 도망자들이나 범죄자들이 숨는 곳과 비슷하다. 다만, 인터넷에서 본 것과 살짝 달랐다. 수영장이 있다고 했지만, 어린이용 풀에 가까웠고 객실 편의 장비는 에어컨과 냉장고뿐이었다. 

해외여행이나 출장 때 숙소를 고르는 나름의 팁이 있다. 방문 지역 소재 체인 호텔을 먼저 검색하는 것이다. 주차장 유무부터 편의 시설 같은 기본정보 등 최소한의 시스템을 갖춰 운영하는 체인 호텔이 실패할 확률이 적다. 인터넷에 나온 사진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은데, 체인 호텔은 그나마 덜한 편이다.    
 
늦은 오후 무렵 저녁식사를 먹기 위해 시내로 향했다. 제대로 된 음식을 먹고 싶었지만 시간도 늦었고 거리에는 노숙자들이 가득했다. 결국 간단한 샌드위치로 때우고, 근처 쇼핑몰에 들러 쇼핑을 즐겼다. 

해외에 가면 많은 사람들이 아울렛을 찾는 경우가 많지만, 비싼 제품이 아니라면, 로스(ROSS)를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이월 상품이 가득해 잘만 고르면 이름 있는 브랜드의 의류나 신발 등을 반값 이하에 구입할 수 있다. 동행한 류장헌 작가의 추천으로 알게 된 로스는 그 날 이후 숙소에 들어가기 전 들르는 필수 코스가 됐다.     

# 낭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여행은 분명 재미있는 요소가 많지만, 주의해야할 부분도 많다. 가장 쉽게 실수하는 경우가 차 안에 물건을 두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사방에 CCTV가 있고, 치안이 비교적 안전하지만 해외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대부분의 자동차는 틴팅을 하지 않아 내부가 훤히 보이는 만큼, 짐이 보인다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좋다. 되도록 트렁크에 짐을 보관하는 것이 좋겠다. 

아무 곳에서나 사진을 찍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미국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주택이나 음식점, 거리에서 함부로 카메라를 꺼냈다간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는 점도 늘 유념해야 한다.  

새크라멘토 외곽은 여행을 즐기기에 적합한 곳만은 아니었다. 시내는 그나마 괜찮다지만, 잠시 들른 슈퍼마켓마저 오래 머물고 싶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반바지에 편한 에코백을 들고 다녔는데, 이 모습을 본 가게 주인은 "그 모습으로 돌아다니면 범죄 당하기 딱 좋다"고 일러줬다. 그는 지갑은 항상 몸에 지니고, 가방은 앞으로 매거나 쉽게 열 수 없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한국이라면 상상도 못할 충고다. 

구글맵에 의지해 돌아다니다 보면, 슬럼가를 지나가는 경우도 자주 있다. 슬럼을 피해가는 기능을 사용하면 덜 하지겠지만, 땅덩어리가 넓고 인구밀도가 낮은 미국은 외지인에게 친절한 편은 아니다. 마을이나 주택단지에 들어설 때는 주변의 건물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 화려한 그라피티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거나, 1층 점포에 방범창이나 도어가 설치된 곳이 많으면, 빨리 벗어나는 것이 좋다. 

휴게소를 이용하는 사람도 거의 못 봤는데, 외진 도로 근처의 휴게소는 마약거래 같은 범죄의 온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워낙에 땅덩어리도 크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있다 보니 공권력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도 많다. 새크라멘토나 포틀랜드, 샌프란시스코 같은 캘리포니아의 오래된 도시의 외곽 치안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다르다. 물론 스톱사인을 어겼거나 스쿨버스를 추월했을 때 나타나는 경찰관은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나타나 단속 한다.

캘리포니아 오토모빌 뮤지엄 방문을 위해 찾은 새크라멘토에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지인들한테 얘기로만 들었던 미국의 위험성을 간접적으로나마 알 수 있었고, 늘 불평불만만 했던 한국이 살기에는 참 좋다는 것을 진하게 느꼈다. 불만 가득했던 렌터카 쉐보레 소닉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작은 엔진과 작은 자체 때문에 장거리 운전이 피곤하긴 했지만, 미국에서 작은 차를 타고 여행하는 것도 나중에 얘기할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기에 충분했다.       

글 황욱익·사진 류장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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