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겉바속촉' BMW 4시리즈 컨버터블, 강렬한 존재감 속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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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8.05 10:40
[시승기] '겉바속촉' BMW 4시리즈 컨버터블, 강렬한 존재감 속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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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신형 4시리즈는 공개 전부터 파격적인 디자인이 예상되며 많은 이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디자인을 가리기 위해 위장막을 두텁게 둘렀음에도 강렬한 '존재감' 만큼은 숨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새로운 디자인에 대한 호불호는 어쩌면 당연하지만, 신형 4시리즈의 커다란 키드니 그릴은 호불호를 넘어 논란의 영역에 접어든 모양새다. 그럼에도 BMW는 출시 예정인 순수전기차 i4를 비롯해 iX까지 그 파격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파격적인 키드니 그릴이 돋보이는 BMW 4시리즈, 그중에서도 스포티함이 극대화되는 컨버터블 모델을 만나봤다.

신형 4시리즈는 말 그대로 독보적인 디자인을 갖추고 있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결국에는 거대한 '콧구멍'에 모든 의식이 집중된다. 앞서 2019년 7시리즈 출시 당시에도 한층 커진 키드니 그릴이 호불호 논란을 겪었지만, BMW는 그에 굴하지 않고 보다 더 큰 그릴을 적용했다. 여기에 반짝반짝한 크롬까지 눈을 뗄 수가 없다.

다행히 거대한 그릴과 화려한 크롬은 실물이 훨씬 더 낫다. 차량의 산레모 그린 메탈릭 컬러와 오묘한 조화를 이룬다.

옆태는 매력적인 쿠페다. 3시리즈 세단과 상당 부분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다. 오버행이 짧아 휠베이스가 더욱 길어 보이는 효과도 갖췄다.

상대적으로 실내는 전형적인 BMW 인테리어다. 브랜드 특유의 두툼한 스티어링 휠이 운전자를 반기며, 12.3인치 디지털 계기판과 10.25인치 센터 디스플레이가 마련됐다.

센터 디스플레이는 무선 애플 카플레이를 지원한다. 다만, 스마트폰 무선충전기의 발열이 심해 배터리 충전이 원활하지 않다. 장거리를 운전하며 내비게이션을 사용해야 한다면 유선 연결하는 편이 낫다.

1열 시트 뒤쪽에 마련된 손잡이를 당기면 허리가 접히고 의자가 자동으로 앞으로 당겨진다. 2열의 무릎 공간은 의외로 넉넉하다. 183cm인 기자가 앉았을 때 주먹 하나가 들어갈 수 있을 정도다. 물론, 쿠페답게 극악의 머리 공간을 보인다. 지붕을 열지 않고서는 제대로 앉아있을 수가 없다. 2열 시트는 미취학 아동 등 체구가 작은 사람을 태울 때나 유용하다.

센터 콘솔에는 지붕을 열 수 있는 버튼이 마련됐다. 그 양 옆에는 목덜미에 따스한 바람을 불어넣어 주는 버튼이 자리잡고 있다. 쌀쌀한 가을 날씨에도 오픈 에어링을 즐길 수 있겠다.

시승차는 420i 모델이다. 2.0L 4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8단 스텝트로닉 스포츠 변속기의 조합으로 최고출력 184마력, 최대토크 30.6kg·m를 발휘한다. 고성능 모델은 아니지만, 시동을 걸 때 뒤에서 들려오는 야무진 배기음이 인상적이다.

하지만 강렬한 외관과 시동음으로 상상했던 스포티함은 움직이는 순간 저 멀리 사라진다. 어느새 배기음은 얌전해지고 가속 페달을 깊게 밟아도 즉각적으로 튀어나가지 못한다. 스포츠카보다 패밀리 세단에 더 가깝다. 정지 상태에서 100km/h까지 가속하는 데 8.2초나 소요된다. 430i 모델의 부재가 한층 아쉽게 느껴진다.

강렬하게 치고 나가는 맛은 없지만, BMW 특유의 우수한 코너링 성능은 여전하다. 3시리즈보다 22mm나 낮은 차체 무게 중심과 50:50에 가까운 앞뒤 무게 배분, 그리고 프런트 엔드와 리어 엑슬에 적용된 맞춤식 바디 스트럿 등이 굽이진 강원도 산길 코너를 안정적으로 공략한다.

주행모드는 에코, 컴포트, 스포츠 등 세 가지가 마련됐다. 엔진, 변속기, 스티어링 휠을 각각 설정할 수 있는 인디비주얼 메뉴가 각 모드마다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각 모드에 따라 스티어링 휠의 무게감이나 서스펜션 세팅은 확실히 체감되지만, 엔진 반응은 시종일관 여유로운 편이다. 스포츠 모드로 설정하더라도 강력한 가속 능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4시리즈 컨버터블은 한없이 날렵해 보이는 외관과는 반대로 의외의 편안함까지 갖췄다. 푹신한 시트에는 통풍 시트까지 마련되어 쉼 없이 600km 넘게 운전했는데도 피곤함이 적다. 고속도로에서는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까지 활용한다면 금상첨화다. 가속 능력은 부족해도 일단 한 번 속도가 오르고 나면 꾸준히 속도를 이어가며 재미있게 운전할 수 있다.

한적한 국도를 달리며 답답한 뚜껑을 벗어던져봤다. 컨버터블 버튼을 잡아당기면 소프트탑이 열리는데, 50km/h 이하에서는 달리는 중에도 지붕을 열 수 있다. 완전히 열리기까지 단 18초면 충분하다.

고속도로만 아니라면 지붕을 열어도 바람에 크게 시달리지는 않는다. 실내 유입되는 공기 흐름을 세심하게 조절해주는 윈드 디플렉터가 적용됐고, 겨울철 오픈 에어링을 위한 1열 넥워머 기능도 마련됐다.

도로 위에서 거침없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BMW 4시리즈 컨버터블은 마치 '겉바속촉' 튀김처럼 야수 같은 외관과 대비되는 부드러운 승차감이 돋보인다. 특이한 생김새 때문에 일부 온라인에서는 과하게 욕을 먹는 신세지만, 6790만원에 돋보이는 컨버터블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존재 가치는 이미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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