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 칼럼] 벤츠 잡은 BMW, 테슬라 넘은 폭스바겐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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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9 09:31
[이완 칼럼] 벤츠 잡은 BMW, 테슬라 넘은 폭스바겐
  • 독일 프랑크푸르트=이완 특파원 (w.lee@motorgrap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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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7.19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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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독일 상반기 신차 시장을 한 줄로 요약하라면 '벤츠를 밀어낸 BMW, 테슬라를 밀어낸 폭스바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합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4월부터 큰 어려움을 겪은 독일 자동차 시장은 하반기부터 조금씩 기력을 회복하기 시작하더니 올해는 더 힘을 내고 있습니다. 과연 어느 정도 회복을 했는지, 또 어떤 특징을 보였는지, 독일의 2021년 상반기 자동차 신사 시장을 간략히 정리해봤습니다.

'벤츠 밀어낸 BMW, 테슬라 밀어낸 VW' 독일 자동차 시장 상반기 결산
사진=픽사베이

# 상반기 신차 총판매량 (자료=독일자동차청)

2021년 상반기 : 139만889대
2020년 상반기 : 121만622대
2019년 상반기 : 184만9000대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4.9% 판매량이 늘었지만 코로나19에 영향을 받지 않았던 2019년과 비교하면 여전히 약 50만대 정도의 차이를 보입니다. 문제는 팬데믹 기간 동안 신차 판매량을 견인했다고 할 수 있는 전기차를 포함, 자동차 전체 생산량이 반도체 부족으로 만족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아무래도 2019년 수준으로 돌아가기까지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 때아닌 중고차 호황과 가격 상승

올 상반기 독일에서 팔린 중고차는 약 336만대로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2% 늘었습니다. 지난해에도 중고차만큼은 판매량이 줄지 않고 예년 수준을 유지했는데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전염병을 피해 대거 중고차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이런 중고차 인기는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 바람에 전체적으로 약 10%가량 매매가가 올랐고, 특히 인기 모델의 경우는 그보다 더 가격이 뛰면서 품귀현상까지 빚고 있습니다. 독일 정부의 대중교통 활성화를 통한 배출가스 저감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요.

사진=아우디 

# 판매량 상위 20개 브랜드

1위 : 폭스바겐 (27만6486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9% 성장)
2위 : BMW (11만8388대, +19.8%)
3위 : 메르세데스 (11만6646대, -0.6%)
4위 : 아우디 (10만6397대, +7.9%)
5위 : 오펠 (8만4719대, +39.3%)
6위 : 스코다 (8만4541대, +17.6%)
7위 : 포드 (6만9781대, +16.9%)
8위 : 세아트 (6만5707대, +31.4%)
9위 : 르노 (5만2661대, +10.0%)
10위 : 현대자동차 (4만9205대, +29.0%)
11위 : 피아트 (4만4514대, +13.9%)
12위 : 토요타 (3만4623대, +16.5%)
13위 : 기아 (3만632대, +18.3%)
14위 : 푸조 (2만9360대, +23.8%)
15위 : 시트로엥 (2만5671대, +12.7%)
16위 : 미니 (2만2761대, +34.3%)
17위 : 볼보 (2만2414대, +5.2%)
18위 : 마쯔다 (1만9323대, +12.5%)
19위 : 다치아 (1만7070대, -15.6%)
20위 : 미쓰비시 (1만5659대, -35.4%)

오펠(39.3%)과 미니(34.3%)의 상승세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반대로 미쓰비씨(-35.4%)의 하락세가 가장 컸는데요. 전체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순조로웠던 곳들이 플러스 성장을 보였고, 그렇지 않은 제조사의 판매 실적이 좋지 않았습니다. 단, BMW의 경우는 전기차보다는 3시리즈와 X1 등의 선전이 2위 탈환의 큰 힘이 된 듯합니다.

3시리즈 그란투리스모 / 사진=BMW

그러고 보니 BMW가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치고 2위 자리를 탈환한 게 몇 년 만인지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 기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요? 그런데 이 치열한 독 3사의 판매량 경쟁에 변수가 생겼습니다. 우선 다임러는 판매량보다는 마진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습니다. 많이 파는 게 중요하지 않다고 본 것입니다.

또한 아우디의 경우 2026년부터 새로운 엔진 모델을 내놓지 않기로 하면서 역시 당장은 내연기관 중심의 시장에서 손해를 볼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전기차 시대를 염두에 둔 포석입니다. 그에 비해 엔진 시대를 최대한 길게 내다보고 있는 BMW는 판매량만 놓고 보자면 경쟁자들의 이런 변화가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

현대차의 경우 독일 시장에 코나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며 29% 성장했습니다. 코나는 전기차를 포함해 총 1만5244대가 판매되며 78.6% 늘었네요. 

# 판매량 TOP 20 모델

1위 : 폭스바겐 골프 (5만4369대, 전년 동기 대비 -9.9% 성장)
2위 : 폭스바겐 티구안 (3만6505대, +24.1%)
3위 : 폭스바겐 파사트 (3만664대, +24.6%)
4위 : 폭스바겐 T-Roc (2만9973대, +53.8%)

5위 : 오펠 코르사 (2만6329대, +47.5%)
6위 : 스코다 옥타비아 (2만4731대, +31.0%)
7위 : BMW 3시리즈 (2만3511대, +18.2%)
8위 : 폭스바겐 UP (2만2772대, +157.1%)
9위 : 미니 (2만2761대, +34.3%)
10위 : 아우디 A6 (1만8840대, +32.1%)
11위 : 아우디 A3 (1만8138대, +28.1%)
12위 : 폭스바겐 트랜스포터 (1만7738대, +34.9%)
13위 : 폭스바겐 T-크로스 (1만6592대, +44.4%)
14위 : 오펠 아스트라 (1만6576대, +9.2%)
15위 : 폭스바겐 폴로 (1만6409대, -16.6%)
16위 : 세아트 레온 (1만6218대, +5.8%)
17위 : 아우디 A4 (1만5834대, -9.6%)
18위 : 피아트 500 (1만5751대, +35.3%)
19위 : 포드 쿠가 (1만5695대, +141.0%)
20위 : 현대자동차 코나 (1만5244대, +78.6%)

판매량 상위 20위 안에 있는 모델 중 골프, 폴로, 그리고 A4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골프의 경우 계속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티구안과 티록과 같은 SUV의 선전, 그리고 전기차 모델인 ID.3(28위) 등장에 따라 점점 그 절대적이던 지위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실제 유럽 전체로 봐도 푸조 208에 월별 판매량에서 잠시 1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을 정도로 존재감이 많이 퇴색한 상황입니다. 이런 골프의 쇠퇴는 외부에서 강력한 경쟁 상대가 등장한 결과가 아닌, 내부의 좋은 대안들의 등장에 따른 것이라는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골프 / 사진=VW

소형 해치백 폴로 역시 골프와 비슷한 경우라 할 수 있습니다. SUV T-크로스와 티록에 치이고, 전기차로 치고 나가는 UP과 스코다와 세아트 등, 플랫폼을 공유하는 자매 브랜드 경쟁 모델들에 계속 밀리고 있습니다. 반대로 판매량이 급등한 모델들은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모델의 선전과 대부분 관련이 있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SUV의 인기 역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겠죠?

이처럼 판매모델 순위가 요동을 치는 가운데에도 콤팩트한 자동차들이 판매 순위 상위권에 이름을 많이 올리고 있는데요. 유럽의 자동차 소비 특성이 독일에서도 여전히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는 전기차 판매량 순위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 전기차 판매 상위 TOP 10

1위 : 폭스바겐 UP (1만5471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408.4% 성장)
2위 : 테슬라 모델 3 (1만3719대, +214.2%)
3위 : 폭스바겐 ID.3 (1만2915대)
4위 : 현대자동차 e-코나 (9959대, +398.2%)
5위 : 르노 Zoe (9322대, +31.9%)
6위 : 스마트 EQ 포투 (8819대, +371.6%)
7위 : 폭스바겐 ID.4 (5878대)
8위 : BMW i3 (5696대, +125.5%)
9위 : 오펠 코르사-e (5597대)
10위 : 피아트 500e (4610대)

e-UP / 사진=VW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배 더 성장한 올해 상반기 독일 전기차 시장은 작은 차들이 주도하고 있으며 그중에서도 폭스바겐 e-UP의 돌풍이 눈에 띕니다. 이 경차의 상반기 판매 대수가 2만2772대였으니까 전체 판매량의 약 68%가 전기차 UP이었던 셈입니다. 이 정도면 3기통 엔진이 들어가는 UP이 사라지고 완전히 전기차 모델로 돌아서는 날도 그리 멀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작년까지 독일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기차 르노 조에를 밀어낼 주인공은 UP이 아닌 테슬라 모델 3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그만큼 인기가 좋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2만 유로 조금 넘는 가격에 보조금까지 더해, 저렴한 가격에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왔고 이를 소비자들은 놓치지 않았습니다. 경제성을 고려한 소비자가 선택이 말 그대로 UP이 치고 올라올 수 있었던 결정적 이유였습니다.

새로운 전용 플랫폼을 통해 나온 ID.3와 ID.4까지 힘을 내고 있으니 이래저래 독일의 국민 전기차 브랜드 자리는 (당연하겠지만) 폭스바겐의 차지가 될 듯합니다. 과연 자국민의 지원을 힘입은 폭스바겐이 유럽 전체 전기차 시장에서도 테슬라를 따돌릴 수 있을지, 연말에 나올 한 해 성적표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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