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20대·무직·신불자가 BMW·벤츠 타는 법…수입중고차 전액할부의 늪
  • 권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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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9 09:00
[MG수첩] 20대·무직·신불자가 BMW·벤츠 타는 법…수입중고차 전액할부의 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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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차 인증중고차 매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수입차 인증중고차 매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군미필·무직자·신용불량자 중고차 전액 할부 가능!", "자체할부 프로그램 운영, 여유자금까지 드립니다!"

최근 SNS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고차 광고의 일부다. 중고차를 알아보던 사람 중 목돈은 없지만 당장 차량이 필요한 이들이라면 쉽게 현혹될 만한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헤어나올 수 없는 빚의 늪에 빠지기 십상이다.

이같은 광고에 대해 금융업 및 중고차 업계 관계자들은 "목돈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이나 저신용자 등 취약계층을 노린 과대·허위 광고"라고 경고한다. 이들은 어떤 방식으로 20대 초반 무직자나 신용불량자에게도 수천만원의 차를 내주는 것일까.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가족·지인 명의를 빌려라

가장 흔한 수법은 신용도가 높은 타인 명의를 빌리는 방법이다.

개인 중고차 사업자 A씨는 "전액할부를 유도하는 경우, 신용도가 보장되는 가족이나 지인 명의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구매자의 대출 한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지인 명의를 통해 추가 승인을 받아내도록 유도한다"고 말했다. 구매자를 설득해 신용도가 높은 제 3자의 명의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A씨는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지인이 접근하여 자동차 할부를 이유로 명의를 빌려달라는 제안을 하거나 비슷한 제안을 요청해 온다면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며, "이러한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될 경우 차량 구매자는 물론, 명의를 빌려준 이의 신용도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나아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 동시에 여러 대출을 받아라

두번째는 분할 대출을 활용하는 방법이다. 구매자의 신용 한도가 충분하지 않을 때 여러 캐피탈 업체를 통해 대출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2000만원이 필요하다면, 네 군데 업체에서 500만원씩 대출을 받아내는 식이다.

금융업에 종사하는 B씨는 "동시 다발적으로 여러 업체를 통해 금액을 분할 대출할 경우 원금 및 이자 관리가 어렵고 상환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다"라며, "이중에는 제도권을 벗어난 불법 사금융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원금은 나중에…일단 이자만 갚으세요?

유예 할부 프로그램 또한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이 역시 초기 부담금이 적어 사회초년생들이 차량 구매를 쉽게 생각하도록 유도한다.

유예 할부는 차 값의 30~40%만 선납한 뒤, 3년 간 할부 이자만 내면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3년 후 나머지 차 값을 일시 상환하는 구조로, 만기일에는 선납금의 배에 이르는 잔여 원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치 않다. 따지고 보면 이자율 역시 일반적인 할부보다 높다.

중고차 전액할부 관련 SNS 페이지 캡처
중고차 전액할부 관련 SNS 페이지 캡처

그렇다면 이 같은 업체들은 원금 상환 능력이 부족한 이들에게 무슨 이유로 대출을 승인하는 것일까.

B씨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 신용 대출이 아닌 담보 대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즉, 중고차를 사는 순간 자신의 차량이 대출 업체에게 저당을 잡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차주는 차량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게 되고, 채권자는 매달 원금과 이자를 압박한다. 그러다 채무 상환이 어려워지거나 늦어지면, 담보로 잡았던 차량을 다시 회수하는 방식이다. 담보가 붙은 고금리 대출인 셈이다.

아울러 '여유자금'이라는 용어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차 값 외 발생하는 부대비용(자동차 등록비, 보험료 등)까지 해결해준다는 명목인데, 이는 결국 구매자의 대출금으로 이뤄진다. 즉, 채무자 본인이 갚아야 할 원금만 불어나는 셈이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이거 정상 매물이 아니다?

문제가 있는 차량을 헐값에 구매해 수리한 후 정상 매물로 속여 파는 행위도 경계 대상이다. 침수 및 반파, 전손 사고 이력이 있는 차량은 일반적으로 거래되기가 어렵다. 다만, 이같은 수리 사실을 숨긴 채 판매하는 경우가 있어 애먼 소비자들의 피해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전액 대출을 원하는 저신용자의 경우 매물 선택지가 많지 않아 조급한 마음에 차량을 유심히 살펴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 중고차 업체는 이같은 불안한 심리를 악용해 눈에 보이는 부분만 강조하면서 거래를 서두르게 만든다. 서류상 할부 금액이나 이자는 정상적인 범위이지만, 매물 자체가 불량인 셈이다. 큰 금액이 오가는 만큼 중고차를 구매할 때는 해당 차량의 사고 유무나 보험이력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서울의 한 중고차 매매단지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 전액 할부 받은 중고차, 사고라도 나면?

원금 상환 능력이 없는 소비자가 고금리로 전액 할부를 통해 차량을 구매하면 어떻게 될까.

B씨는 "할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동차를 경매로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낙찰금으로 대출 일부를 상환하고 개인이 남은 원금과 할부 이자를 계속해서 갚아야 한다"고 전했다.

하물며 자동차는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구매했을 때보다 훨씬 더 낮은 가격으로 판매되기 마련이다. 결국, 자동차를 넘겨주더라도 원금조차 털어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차는 잃고 빚만 떠안게 되는 모양새다.

무엇보다 자동차에 지출되는 비용은 차량 가격이 끝이 아닌 점을 염두해야 한다. 자동차는 소유하기만 해도 자동차세와 보험료 등이 꾸준히 발생하며, 여기에 유류비 및 각종 소모품 교체비용까지 더해진다. 특히 보증이 끝난 수입차의 경우 오일 교환과 같은 경정비에도 많은 금액이 소모된다. 여기에 치명적인 결함이나 사고가 발생하면 수리비 폭탄을 맞을 수 있다. 이 경우 차량을 운영하지도, 처분하지도 못한 채 할부만 계속 갚아야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한다.

A씨는 "사실 (개인)회생자나 신용불량자를 위한 금융 상품은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라며, "소비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대출을 감행하는 매장은 과감히 거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용에 문제가 없는 사람이라면, 1금융권 은행의 중고차 금융 상품 심사를 우선적으로 받는걸 권장한다"며, "해당 상품 및 할부를 취급하는 업체를 통해 거래하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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