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G수첩] 갈 길 먼 '수소사회'…수소차는 샀는데 충전은 어디서?
  • 박홍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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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11 09:49
[MG수첩] 갈 길 먼 '수소사회'…수소차는 샀는데 충전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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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차 보급 대수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충전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2020년 수소연료전지차량의 누적 등록 대수는 1만845대를 기록했다. 수소차 판매가 급증한 것과 달리 전국에서 운영되는 수소충전소는 55곳에 불과하다. 가스나 유류와 달리 대부분의 수소충전소는 충전기기가 1개만 설치된다.

모터그래프는 전국의 수소차 등록 대수와 수소충전소 현황을 바탕으로, 충전소 혼잡도를 살펴봤다(2020년 12월 누적 집계 기준). 

# 서울·강원 충전소가 가장 바쁘다

카이즈유 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수소차가 가장 많이 등록된 지역은 울산(1820대)이다. 울산은 2016년 수소택시 시범 운영을 통해 다른 곳보다 빠르게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수소특구로 지정되며 수소차 보급 및 인프라 구축에 속도를 높인다. 울산은 2020년 기준 전국 수소 배관의 60%(120km)가 깔려있는 도시다. 

두 번째로 많은 지역은 서울(1664대)이며, 경기도(1579대)와 부산(903대)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수소차가 단 한대도 등록되지 않은 제주를 제외하면, 수소차가 가장 적은 지역은 경상북도(18대)다.

그렇다면 수소 충전 인프라는 어떨까. 지역별 수소차 누적 등록 대수를 해당 지역의 충전소 개수로 나눠봤다. 

전국에서 수소충전소가 가장 붐비는 곳은 강원도다. 수소차 856대가 등록된 강원도 내 수소 충전소는 2개소(춘천, 삼척)에 불과하다. 단순 계산상 충전소 1곳에서 428대의 수소차를 담당해야 한다. 원주, 강릉, 속초 등 다른 대도시 주민들은 이용하기 어렵다.

두 번째로 붐비는 곳은 서울이다. 1664대의 수소차가 운행되지만, 충전소는 4곳에 불과하다. 수소충전소 1곳에서 416대의 수소차를 맡아야 한다. 더욱이 충전소 2곳(상암, 양재)은 예약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제약이 따른다.

수소차가 가장 많은 울산은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곳의 충전소가 위치한다. 충전소당 202대를 분담하는 셈이다. 서울과 비교하면 혼잡도는 절반에 그친다. 경상북도는 충전소가 1곳 뿐이지만, 수소차 등록 대수도 18대에 불과하다. 

# 충전소가 장사진인 이유

수소차는 5분 내외 빠른 충전 시간이 최대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1대를 충전했을 때 기준이다. 여러 대의 수소차를 연이어 충전하려면 시간은 한층 더 오래 걸린다.

이는 고압 수소충전기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 앞차가 충전을 마치면, 다음 차량의 충전을 위해 수소 분사 압력을 높이는 승압 과정이 별도로 필요하다. 약 10분 가량의 승압 및 대기 시간을 고려한다면, 수소 충전 시간은 총 15분이 소요된다. 1대 기기로 충전할 수 있는 수소차는 시간당 4대가 한계다. 

더군다나 일부 충전소의 운영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로 제한된다.

# 올해 115개소 확충 약속 지켜질까?

정부는 올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수소충전소 37개, 전국 단위로는 115개소를 새롭게 구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다만,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이 뒤따른다. 지난해에도 서울 등 주요 지역에서 수소충전소를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해당 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과 1기당 약 30억원에 달하는 비용 부담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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