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 트위지, 서킷 반전 매력…일상에서도 통할까?
  • 신화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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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8.22 11:38
[시승기] 르노 트위지, 서킷 반전 매력…일상에서도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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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이 이달 강원도에 위치한 태백 스피드웨이에서 미디어 시승 행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에는 클리오와 마스터 버스를 비롯한 다양한 시승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여러 프로그램 중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트위지 슬라럼 주행이었다.

지난 2017년 국내 출시된 트위지는 르노가 생산하는 초소형 전기차다. 현재는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트위지는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이 348대에 불과했지만, 5월 337대로 반등에 성공했다. 1~7월 총 누적 판매 대수는 121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6.2%나 증가했다.

판매량은 늘었지만, 아쉬움도 따른다. 올 상반기 우정사업본부의 우편배달용 소형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고배를 마셨다. 프랜차이즈 업계와의 제휴를 통해 배달용 오토바이를 대체하기 위한 시도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우편배달용 소형 전기차 보급 사업에서 탈락했지만, 재입찰을 노리고 있다”면서 “올해 말 부산공장에서 생산이 시작되면 가격 인하는 물론 일부 국내 선호 사양 추가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태백 스피드웨이 주차장에 도착하자 트위지 두 대가 기자들을 맞이했다. 자동차 전용 도로도 못 들어가는 소형전기차를 타고 제대로 서킷 주행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섰다.

주행 코스는 약 30~40km/h로 주행하는 저속 슬라럼, 원 선회, 50~60km/h로 주행하는 고속 슬라럼, 그리고 마지막 급정지 구간으로 이뤄졌다.

차에 오르자 실내는 한여름 햇빛의 열기가 가득 차 있다. 에어컨은 물론, 창문(옵션 제공)조차 없다. 속도 및 배터리 잔량 등 간단한 정보만 표시되는 계기판과 방향지시등 레버, 와이퍼 레버가 전부다.

스티어링 휠 왼쪽에 위치한 변속 버튼을 누르고 가속페달을 밟자 전기차 특유의 소리와 함께 차량이 움직였다.

트위지는 약 480kg의 가벼운 차체와 전기 모터의 강력한 초반 가속 성능이 더해져 빠르게 앞으로 튀어 나갔다. 파워스티어링이 적용되지 않았지만, 가벼운 차체 덕에 차량 조작에 많은 힘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예상과 다르게 코스를 따라 정신없이 좌우로 오가며 아무리 거칠게 몰아도 트위지는 바닥에 붙어있는 듯 안정감 있게 코스를 달렸다. 60km/h 이상으로 달려 도착한 마지막 급정거 구간에서도 짧은 제동거리를 보였다.

슬라럼 코스를 마친 후 트위지를 타고 트랙으로 나섰다. 힘껏 가속하자 85km/h라는 속도 제한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한참 뒤에 출발한 클리오에게 방향지시등을 켜고 길을 비켜줘야만 했다.

최고속도에서는 다소 거친 태백 레이스웨이의 노면과 트위지의 작은 타이어가 만나 상당한 진동이 느껴졌다. 하지만 곧이어 나온 곡선 구간에서는 부드럽고 민첩한 주행이 가능했다.

고속에서 코너에 돌입해도 약간의 언더스티어가 발생할 뿐 차량은 꽤 안정감을 유지했다. 코너를 돌고 재가속할 때도 전기차 특유의 뛰어난 가속 성능으로 어느새 최고속도까지 도달한다.

주행을 마치고 피트로 돌아와 안정적인 주행성능의 비결을 물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배터리를 밑바닥에 배치하는 등 저중심 설계를 통해 차량이 절대 쉽게 넘어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다”면서 “트위지는 충돌 테스트까지 마친 모델인 만큼 다른 소형 전기차 대비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트위지가 영업용, 배달용이 아닌 일상에서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트위지는 냉·난방장치는 물론 창문(옵션 제공)조차 없이 자동차와 오토바이 사이에 애매하게 자리 잡고 있다. 55km의 짧은 주행거리도 단점이다.

주요 경쟁자인 배달용 오토바이는 주유 한 번으로 100km 이상을 달린다. 또한, 복잡한 도심에서 빠르게 골목 사이사이를 누빌 수 있다. 가격도 트위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일명 ‘중국집 오토바이’라고 불리는 국산 오토바이는 신제품이 20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출시 초기 트위지를 일부 도입하거나,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프랜차이즈 기업들이 난색을 보이는 점도 이것 때문이다.

트랙에서 타본 트위지는 분명 재미있다. 물론, 현 상황에서는 도심형 세컨카 이상의 포지션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1330만원(보조금 적용 전, 최하위 트림 기준)에 걸맞는 효용성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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